11 9월, 2007

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나는 애인에게 묻곤 한다.
‘내가 죽으면, 당신 슬플까?’ 라고.
‘그야 슬프지. 아주 슬프지.’

애인이 그렇게 대답하면 나는 이어 ‘왜?’ 라고 묻는다.
애인은 그 물음에는 대답하지 않고,
‘그럼 당신은?’ 하고 내게 되묻는다.
몸을 시트로 휘감고 손가락으로 내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내가 죽으면, 당신 안 슬프겠어?’
‘안 슬퍼.’ 하고 나는 대답한다.
옛날에 아빠가 가르쳐주었던 것 처럼.
‘죽는 건 슬픈 일이 아니야’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나는 거의 울음을 터뜨릴 것 같다.

애인은 죽지 않았으면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당신은 죽지마’ 라고.
‘이런 바보’ 애인은 희미하게 미소짓는다.
내 머리를 끌어안고 내 볼에 소리내어 키스를 해 준다.

그러나 그것은 내가 바란 대답이 아니었다.
나는 애인에게 ‘걱정할 것 없어.’ 란 대답을 듣고 싶었다.
‘영원히 죽지 않을 테니까’ 란 대답을
하지만 물론 애인은 그런 대답을 해주지 않았다.

- 에쿠니 가오리, <웨하스 의자> 中



도무지 지루해서 읽지 못하겠다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읽고난 뒤에, 하긴 지루하게 느껴질 수는 있겠다, 생각은 들었다. 소설 속의 시간은 별다른 사건 없이 그저 조용히 흘러갈 뿐이니. 물론 나는 이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소설 속의 ‘나’에게서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쁘지만 그저 보고 있어야만 하는, 막 부서질 것 같은 웨하스 의자. 태연함으로 가장하며 어른스레 빙긋- 웃고 있지만, 사실은 너무나도 미숙하고 불완전한 모습. 그런 그녀를 지탱해 준 것은 절망과도 같은 사랑, 사랑과도 같은 절망. 불행하다. 어째서 사랑하는데도 절망해야 하는 것인지. 하지만 세상엔 그런 종류의 사랑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 사랑의 색깔에 문제가 있는 건 결코 아니다. 미숙하고 불완전한, 막 부서질 것 같은 그녀의 사랑이기에 그랬다. 끝나지 않은 사랑의 끝을 헤아리고, 혼자 남아있을때의 외로움에 허덕이며. 정작 사랑하고 행복할 시간마저 그 절망들이 잠식해 버린 것. 하지만 마지막의 죽음이 오히려 희망이 되고 만다. 사랑은 절망이고, 죽음은 희망.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희망이 된 죽음으로, 그녀의 사랑이 더이상 절망이 아니길 바란다.
카프리에서의 휴가가, 즐겁고 행복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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