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9월, 2007

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상처 입는 것에 대해 얘기하자면

물수건으로 입술을 닦고 나서 코우지가 말했다.

누구든 태어나는 순간에는 상처입는 일이 없어.
나, 그 점에 대해 생각해 봤는데,
예를들어 어딘가 불편한 몸으로 태어나거나,
병약하거나, 몹쓸 부모를 만난다 해도,
녀석이 태어난 순간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이 태어나지, 굉장하지 않아?
그런데, 그 다음은 말야, 상처 뿐이라고 할까, 죽을 때까지,
상처는 늘어날 뿐이잖아, 누구라도.


토오루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처주는 게 좋은 건 아니잖아.

코우지는 다시 입 끝을 움직여 웃었다.
그 웃음이 토오루는 어쩐지 딱해 보였다.
상처를 늘리고 있는 것은 코우지 쪽인 양.
코우지는 세 잔째 맥주를 주문했다.

상처를 주어도 좋다는 말이 아니잖아.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거야.


담배를 끄고 불을 붙인다.

누구든 상처입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런데도 상처입는 것에 저항하는거야, 여자들은.


- 에쿠니 가오리, <도쿄타워> 中



상처를 입는 것이 당연하다고 되뇌어도, 여전히 상처입는 것은 쓰라리고 아프다. 당연하잖아.

코우지와 토오루, 두 20살 남자아이들이 주인공이고 둘은 나이 많은 유부녀 여자를 만난다. 정말 삼류 불륜소설이나 다름없는 소재를 가지고 이 소설은 ‘사랑’을 얘기하고, ‘둘이 진짜 사랑했을 수도 있잖아’를 가정한다. 실제 가능하던 하지 않던, 이건 소설이니까. 하지만 다시 보면 그 가정은 토오루 쪽에만 해당되는 듯. 나이 어린 여자친구와 유부녀를 동시에 다른 패턴으로 만나는 코우지와 대조되어 토오루의 사랑이 더욱 빛나는 느낌. ‘그걸 사랑이라고 할 수 있어?’ 라고 반문해도, 이렇게 예쁘게 사랑이라고 써 내려간 문장에 그런 반항은 어울리지 않는 느낌. 책을 읽는 동안에는 그냥 이 스토리에 빠져본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시후미, 매력적이지만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키미코, 착하고 귀여운 여자친구 유리. 어떤 모습일까, 소설을 읽으며 머릿속에 그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설이 영화화는 좀 실망스러웠다. 깔끔하게 끝난 스토리를 지나치게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 원작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결말을 맺었고, 환상을 갖고 있었던 여자캐릭터들에 대한 실사도 기대에 못미쳤다. 시후미는 적어도 훨씬 더 아름다우면서 소녀적이었으면 했는데. 게다가 어떻게 봐도 코우지와 토오루는 20살로 보이지 않았기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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