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5월, 2008

댄스 댄스 댄스, 무라카미 하루키 - 남자의 성욕



  “저기요, 남자란 그렇게도 강렬하게 여자를 품고 싶어하나요?” 라고 어느 날 해변에 누워 있을 때 갑자기 유키가 내게 물었다.
  “그래. 그 강도에 개인적인 차이는 있지만, 원리적으로 육체적으로 남자라는 것은 여자를 품고 싶어하게 되어 있어. 섹스에 대해서는 대강 알고 있겠지?”
  “대충 알고 있어요” 라고 유키는 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성욕이라는 게 있어” 라고 나는 설명했다. “여자하고 자고 싶어하는 거지. 자연스러운 일이야. 종족 보존을 위해‥‥.”
  “종족 보존 따위에 대해 묻고 있는 게 아니에요. ‘생물’ 시간 강의같은 소리는 하지 말아요. 그 ‘성욕’ 에 대해 묻고 있어요. 그게 어떤 것인가를.”
  “이를테면 네가 새라고 하자” 라고 나는 말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일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자.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자주 날 수가 없어. 날씨나 풍향이나 계절에 따라 날 수 있을 때와 날 수 없을 때가 있거든. 하지만 날 수 없는 날이 계속되면, 힘도 남아돌고 초조해져. 자신이 부당하게 깎아내려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왜 날 수 없을까 하고 화도 나고 말야. 이런 느낌을 알 수 있겠어?”
“알 수 있어요” 라고 그녀는 말했다. “언제나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그럼 얘기는 간단해. 그게 성욕이야.”

- 무라카미 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 中



하루키에 소설에는 다양한 비유들이 등장한다. 미묘한 뉘앙스를 모두 적절한 비유로서 대체한다. 그런 공기의 느낌을 말하는 거구나 하고. 지금 읽고 있는 부분에서 참 기발하다고 생각했던 ‘남자의 성욕’ 에 대한 비유. 구체적이면서도 그럴싸 해. 본인 스스로도 이렇게 설명해도 되는 것일까 하고 갸우뚱 거렸지만, 어차피 비유와 실제 현실과의 차이는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


23 5월, 2008

양을 쫓는 모험, 무라카미 하루키 - 도넛의 구멍


도넛의 구멍을 공백으로 받아들이느냐 아니면 존재로 받아들이느냐는 어디까지나 형이상학적인 문제고, 그 때문에 도넛의 맛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양을 쫓는 모험> 中



아직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1973년의 핀볼> <양을 쫓는 모험> <댄스댄스댄스>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꾸 읽어대니 오히려 경계가 모호해진다. 이 문장은 여기에 나왔던 거였나? 아님 저기에? 정말 한 사람의 인생을 훑고 있는 것 같아. 이렇게 긴 호흡에서 한사람의 캐릭터를 일관성있게 유지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거라고 생각해.

지금의 나는 <댄스댄스댄스> 1권의 끝부분에 머물러 있다. 왠지 던킨도너츠와 커피로 아침식사를 해야할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