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6월, 2008

해변의 카프카, 무라카미 하루키



“플라톤의 <향연>에 나오는 아리스토파네스의 이야기에 따르면, 먼 옛날의 신화 세계에는 세 종류의 인간이 있었어” 하고 오시마 상이 말한다. “그 이야기를 알고 있어?”

“모릅니다” 하고 나는 대답한다.

“옛날에는 세계가, 남자와 여자가 오늘날같이 따로따로 떨어져있지 않고, 남자와 남자가 또는 남자와 여자가, 그 밖에도 여자와 여자가 한 몸으로 등이 맞붙어 있어서 마주 보지는 못하고, 서로 등짝이 딱 붙은 채 살아가는 세 종류의 인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거야. 그러니까 애당초 인간은 오늘날과는 달리, 두 사람이 한 몸으로 붙어 있게 만들어졌었다는 거지. 그래도 모두 만족하고 아무 말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는 거야. 그런데 하느님이 칼을 써서 그 모든 사람들을 반쪽씩 두 사람으로 갈라놓았어. 모든 사람을 두 조각 내 버렸다는 거지. 그 결과로 오늘날의 사람들은 모두 하느님의 칼에 맞아 생긴 일직선으로 된 흔적이 등짝에 남아 있다는 이야기야. 그래서 요행히 제대로 자기 짝을 찾게 되면 해피엔딩의 사랑이 되지만, 영영 찾지 못하거나 찾았다 싶어 결합했는데 아니다 싶으면 다시 영원한 이별이 된다는 그럴듯한 얘기지. 그 결과 세상에는 남자와 여자만이 있게 되어서, 사람들은 원래 한 몸으로 붙어 있던 반쪽을 찾아 우왕좌왕하면서 인생을 보내게 되었대.”

“왜 하느님은 그런 짓을 한 거죠?”

“인간을 두 쪽으로 쪼개는 것? 글쎄,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몰라. 하느님이 하는 일은 대체로 잘 알 수가 없지. 화를 잘 내고, 뭐랄까, 너무 이상주의적인 경향이 있고 말이지. 짐작으로는 아마 어떤 벌 같은 걸 받은 게 아니었을까? 성서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의 낙원 추방처럼 말이야.”

“원죄” 하고 나는 말한다.

“그렇지, 원죄” 하고 오시마상이 말한다. 그리고 긴 연필을 가운뎃손가락과 집게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균형을 잡으려는 듯이 천천히 흔든다. “어쨌든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인간이 혼자 살아가는 것은 무척 힘들다는 거야.”

-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中



너무 당연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헤드윅>의 넘버 The origin of love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아주 미묘하게 다르긴 하지만. 플라톤의 <향연> 이라는 것을 읽어봐야 할까? 세상엔 내가 모르는 스토리가 정말 많구나.

<해변의 카프카>는 여러가지 책을 언급한다. 15살짜리 카프카에 비해 나의 독서량이 너무나도 얄팍하다. 우선은 카프카의 책을 차근차근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