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10월, 2008

온, 유시진

내가 본 당신은 섬세하게 세공된 수정 조각 같았습니다.
사물을 그대로 반사하지도 그대로 흡수하지도 않고
자신만의 세계와 법칙 안에 있는, 순수하고 고귀한 수정.
모든 빛이 그 곳에서 머물렀지요.
혹해서 바라보고 있으면 부서지고 일그러진 내 모습이 비쳐 보였어요.



- 용서한다 나단. 나도 용서해주겠니?
- 무엇에 대해 용서해 달라는 거지요? 안 보았으면 좋았을 빛을 보게 한 것?
아니면 그것이 차가운 빛이었다는 것?
- 내 무지와 무관심으로 너를 괴롭혔어.
- 내가 나를 괴롭혔지요. 당신은 그저 사미르였고.
그리고 사미르의 모든 것이 사실 내겐 완벽하게 아름다웠어요.

- 유시진, <온> 中



이런 이야기가 너무 좋아.
연애감정으로서의 사랑이야기가 아닌 닿을 수 없는 사람에 대한 미칠 듯한 동경심
그리고 거기에 맞닿은 증오. 역설적인 그 감정을, 나단의 마음을 너무 잘 이해할 수 있어서
읽는 내내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평온한 결말. 아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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