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1월, 2009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무라카미 하루키 - Pretended, Star-crossed lovers





“<스타크로스트 러버즈>, 듀크 엘링턴과 빌리 스테레혼이 오래전에 만든 곡이지. 1957년이었든가.”
“스타크로스트 러버즈” 하고 시마모토는 말했다. “그건 어떤 의미인가요?”
“운명을 잘못 타고 태어난 연인들. 불행한 연인들. 영어에는 그런 말이 있소. 우리는 흔히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유하지. 엘링턴과 스트레이혼은 온타리오의 셰익스피어 페스티벌에서 연주하기 위해 이 곡을 포함한 조곡(組曲)을 작곡했던 거요. 오리지널 연주에서는, 조지 헛지스의 앨토 색소폰이 줄리엣 역을 연주하고, 폴 곤잘베스의 테너 섹소폰이 로미오 역을 연주했었소.”
“운명을 잘못 타고 태어난 연인들” 하고 시마모토는 말했다. “어쩐지 꼭 우리를 위해서 만들어진 곡 같네요.”
“우리가 연인인가?”
“당신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나요?”
나는 시마모토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이미 미소는 가시고 없었다. 그 눈동자 속으로 어렴풋한 광휘 같은 것이 보일 뿐이었다.

- 무라카미 하루키,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 中


<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은 내가 비교적 초반에 읽은 하루키의 책이고, 사실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너무너무 좋아서 다른 책을 읽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정말 10번도 넘게 반복해 읽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 후 <양을 쫓는 모험>과 <댄스댄스댄스>에 깊이 빠지게 되면서 잠시 잊고 있었던 소설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다시 잡은 이 소설은 다른 하루키의 소설과는 또 다른 형태의 흡인력을 느끼게 했다. <노르웨이의 숲>의 그것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주인공의 감정이 농도 짙게 와 닿아서 첫장을 읽기 시작할 때 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 까지 책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 

샅샅이 내용을 기억할 만큼 자주 읽은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처음으로 이 소설에 나왔던 음악들 중 인상적이었던 것을 다시 하나하나 찾아보기도 했다. 위에 올려 둔 ‘스타크로스트 러버즈’와 냇 킹 콜의 ‘프리텐드’가 그 음악들 중 하나. 눈을 감고 들으면 잠시나마, 어린 하지메와 시마모토가 소파위에 앉아 이 음악을 듣고있는 모습이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