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2월, 2012

최근의 일상

쓰고싶은 글이 많았다.

생각을 글로 써서 정리하는 게 나에게는 어느정도 치유의 효과가 있었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글로 옮기는 일은 나름 꾸준히 해 왔다. 게다가 요즘 내 머리 속은 글이 되어 나가고 싶어하는 생각들로 가득해 복잡해 죽을 지경이었다. 글쓰기 창을 열고 몇 번이고 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다. 하지만 결국 바로 휘발되어도 상관없을 시덥잖은 글만 140자 단위로 써댔다. 급류에 띄운 종이배처럼 내 글은 순식간에 아래로 떠내려갔다. SNS는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되어주고 그 안에서 위안을 얻을 수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그 안에서 깊이있는 대화는 힘들었다. 복잡하던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았다. 한계가 있었다.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던 건. 어떤 글을 쓰더라도 [나를 좀 보아달라고] 감정에 호소하는 글이 될 것 같은 느낌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혼자 조용한 일상을 보내던 사람에게 갑자기 무척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생긴다면 어떨까.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어떤 말을 했는지, 어제 어떤 데이트를 했는지, 어떤 선물을 받았는지, 내 심장이 얼마나 두근두근거리고, 난 또 그 사랑으로 얼마나 행복했는지에 대해 괜히 아무나 붙잡고 얘기하고 싶어진다. 참고 참고 참다가도 결국 꺼내는 얘기는 결국 그 연애에 대한 얘기가 될 거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분위기는 숨기려고 애써도 묻어날 수 밖에 없다. 다른 얘기를 하다가도 '그 사람은 이런 걸 좋아한대' 라면서 화제가 바뀌기도 한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면 조금은 민망한 기분이 들 수 있다. 내가 너무 시시콜콜한 얘기를 했나 하고.

바꿔 말해도 크게 다르지 않더라는거다. 어느 날 대체로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사람에게 갑자기 사사건건 부딪치는 사람이 생긴다면 어떨까. 그런 상황에서 쓰는 글이란 결국 그 방향으로 향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쓰다가 지우기를 반복하다가 그냥 급류에 종이배나 띄우고 한숨이나 쉬는 게 전부였다. 하고싶은 말은 머리 속에 넘쳐난다. 밤 새도록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어떤상황이고 어떤 기분인지. 내가 어떤 얘길 들었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대체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린지. 하지만 그런 얘기를 글로 써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결국 내 일이고 내 몫이다. 너무 시시콜콜한 얘기를 했나 하고 민망한 기분이 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이런 글도 쓰지 말았어야 했는지 모른다. 이런 감정은 어쨌든 숨길수록 좋은거라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하지만 이제 잘 모르겠다. 조금은 될대로 되라는 심정이다. 누군가는 좀 알아야 하지 않나, 라는 생각도 했다. 숨겨질 수 있는, 숨길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섰다. 나도 이렇게 빨리 그 수위를 넘게 될 줄은 몰랐다. 최근 몇 년 사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괴로웠던 1주일이었다. 어찌보면 내가 그동안 참 평화로운 시간들을 보냈구나, 라고 새삼 실감하고 감사했을 정도. 앞으로는 또 어떤 날들이 펼쳐질지 예상조차 되지 않는다.

다음엔 부디 다른 주제로 글을 쓸 수 있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