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 6월, 2012

퍼스널 트레이닝, 다이어트

# 제목을 영어로 썼다가 왠지 부끄러워서 한글로 고쳐 씀. 내 개인적으로 2012년 상반기를 관통한 키워드 중 하나가 다이어트이고 그 중에서 2012년 5월은 내 생애 가장 혹독하다면 혹독한 다이어트의 한 달이었다.

# 100명을 무작위로 뽑아 제일 이상적으로 날씬한 사람부터 뚱뚱한 사람까지 줄을 세운다면, 난 언제나 대충 60-70등 언저리가 아닐까 싶은 느낌. 딱히 50등 안으로 들어간 적도 없고, 90등 밖으로 밀려난 적도 없을 듯. 난 야식을 먹는 습관도 없고, 탄수화물 중독증도 없다. 운동은 오히려 좋아한다. 지키든 안 지키든 평소에 다이어트에 대한 개념은 늘 머리속에 박혀 있는 편이다. 하지만 50등 안에 들어가지 못했던 이유는, 어쨌든 미취학일 때 부터 꾸준히 살이 쪄 있는 상태였다는 거. 그리고 나에겐 음식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 같은 게 있었다. 요리하는 걸 좋아하고, 내가 만드는 음식들도 솔직히 맛있고, 한 끼를 먹더라도 맛있는 음식을 파는 가게에 찾아가는 걸 좋아한다. 혼자 밥먹는 걸 어렵거나 두렵게 여기지도 않는다. 입에 들어가고 있는 음식이 맛만 있다면. (소주를 제외한) 술도 대체로 좋아하고 즐긴다.

# 20대 후반을 지나면서 아 진짜 좀 이대로 늙는 건 싫어!! (-_-;;) 라는 생각을 계속 했는데, 반대로 나이 먹을수록 살은 더 쉽게 찌더라. 안되겠다 싶어 용기를 내서 1월말에 복싱체육관에 등록, 3월까지는 복싱을 했다. 2011년 말에 찐 살들은 여기서 대충 해결. 4월은 그냥 유지를 하면서 쉬었다. 식사조절은 딱히 없고 그냥 가끔 저녁을 거르고 술을 줄이는 정도였다. (마침 자주 만나 술 마시던 분이 다른 동네로 이사 ㅎㅎ) 그러다 어찌어찌 해서 퍼스널트레이닝을 등록하게 됐다. 솔직히 좀 충동구매. 사실 별 기대 안했는 게, 난 헬스클럽에 있는 대부분의 기구들의 올바른 자세와 사용 방법에 대해 이미 다 알고 있었고. 덤벨운동들까지도 대부분 요령을 알고 있어서. 더 배울 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것도 다 과거 다이어트 히스토리의 유산이지만.

# 하지만 역시 포인트는 얼마나 개인에게 맞는 운동을 하느냐 였던 것 같다. 이렇게 하면 되겠지- 하고 내 나름대로 계획을 세우고 운동하던 것과, 누군가(전문가)가 확신을 가지고 나를 이끌고, 그걸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도 굉장히 다르다. 일단 돈을 많이 쓰기도 했고 (-_-) 매일 옆에서 내 상태를 체크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긴장감을 더하기도. 나같은 경우는 이상한 자존심이 있어서 힘들어도 견딜만 하면 내색도 거의 안했다. 뭔가 낙오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다. 처음 트레이너와 만나서 했던 얘기처럼 1달간 변함없이 열심히 했고 왠만하면 감정 표현을 잘 안했더니 트레이너는 이렇게 진지하게 열심히 하는 분 처음. 지금 나오시는 분들 중에 젤 열심히 하시는 듯 라고 말 하면서 굉장히 나를 추켜세워줬다 (...) 그렇겠지. 하지만 난 원래 힘든 걸 잘 버틴단다. 게다가 내가 너에게 쓴 돈이 얼만지 아니. 3박4일 일본여행을 두 번은 갈 수 있는 돈이거든 ㅠㅠ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순 없고. 트레이너는 내가 올 가을에 결혼식 날짜라도 잡아놓은 사람이라고 생각할지도. -_-

# 그래서 1달이 지난 지금은 50등 안에는 들지 않나 싶은 정도. kg  수로 따지면 50% 정도를 달성. 하지만 내 목표는 최소한 20등 안에는 드는 거니까 앞으로도 2달은 계속될 예정. 돈도 이미 다 냈다(-_-). 오랜만에 보는 사람마다 살이 빠졌다는 걸 알아봐주는 건 좋기도 부끄럽기도 한 기분. 너무 딱 맞아서 못 입는 옷이 잘 맞는 건 재밌고 즐거운 기분. 자주 입던 옷들이 커서 못 입게 되는 건 묘한 기분. 사람들과 맛있는 거 먹으면서 수다떠는 친교활동을 못하는 건 좀 답답한 기분. 요리할 일이 없다는 것도 답답한 기분. 뭔가 만들고 싶은데 정말. ㅜㅜ 여행 갔을 때랑, 지난 일요일 약속때는 이것저것 식단과 상관없는 음식들을 좀 먹긴 해서 약간 해소된 부분들은 있지만 그래도 답답하다. 지금 제일 먹고싶은 건 연남동 툭툭 누들타이에 파는 푸팟퐁카리와 팟시유, 팟타이. 압구정 현대 동경 하야시클럽의 하야시라이스, 집에서 만든 마카로니 크림 그라탕과, 집에서 키운 바질잎을 넣은 모시조개 봉골레 파스타. 아 이토록 구체적인 욕망이라니.

# 과거에 분명히, 지금 내 몸무게를 언급하며  '그 정도만 되어도 괜찮을 거 같애' 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정작 되어 보니까 말이지, 물론 과거 보다야 낫지만, 이거 전혀 '괜찮아' 정도는 아닌걸?!; 아직도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살이 이렇게나 많은데. 역시 다이어트는 끝이 없는 게 맞고. 내가 보기엔 날씬늘씬한 사람들도 다이어트 고민을 하고 있던 것도 매우매우 이해가 된다. 70등에서 50등 됐다고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왕 시작한 거 1등을 목표로 평생 달리는 사람도 있는 법이니. 나도 우선은 그 대열에 합류중. 힘내야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