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11월, 2012

생일주간

# 만 29세가 되었다. 사실 아직은 나이먹는 게 별로 싫진 않은데. 40대쯤 되면 생각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뻔한 얘긴데 나이를 먹을수록 정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나이를 먹어가기 때문에 하게 되는 자기위안이 아니라 진심인데(라고말해봐야 설득력이 없나). 나이에 반비례한다는 여자의 '외모' 에 대한 부분도 사실은 결국. 나이보다는 노력(이나 경제력)에 달린 문제같다. 얼마나 행복하게 사느냐도 중요한거고. 그 사람이 지내온 시간들은 고스란히 얼굴에 남는다.

# 명시적으로 드러난 언어를 믿고 행동했고. 상대방이 함정에 빠지거나 혹여나 오해를 하지 않도록 나름 애썼다. 나는 마음에 없는 말 한 적도 없고. 애매하게 행동한 적도 없는데. "넌 A 라고 분명히 말했었잖아? 나는 분명히 B라고 말했었고! 설마 이런일이 생길거라고는 상상도 못한거야? 그건 아니잖아?" 라고 말했지만. 허공에 외치는 꼴이다. 상처받은 모습을 굳이 보여주는 것도. 내가 듣기 싫어할 말을 굳이 하는 것도. 잘 이해가 안된다. 나더러 죄책감을 느끼라는걸까. 내가 왜? 내가 뭘 잘못했는데. 그게 아니면 대체 뭘 원하는건지. 난 솔직히 어이도 없고 이해가 안된다. 다른 사람들은 머리와 마음이 그렇게까지 따로 움직이는건가. 예외라는 건 없다고 하더라. 드러난 말 그대로를 믿은 게 내 이기심이라며- 조금 억울해져서 하소연하면 "네가 잘못한거네, 넌 그 말을 믿었냐" 라는 말을 여러 번 반복해서 듣게된다. 썩 기분이 좋지 않다. 뭐 사실 그렇게까지 신경쓸 일도 아니지. 지금 나에겐 다른 중요한 이슈가 너무 많은데.

#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있다. 밤 12시가 되기 전에 잠들고 새벽 6시가 되기 전에 눈을 뜬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짐작가는 원인은 있지만 정말 그게 이유라면 굉장한 일인데. 경과를 좀 지켜봐야겠음.

# 회사 체육대회에서 5km마라톤을 뛰었다. 마라톤 '대회'는 아니었으므로 걷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내 경우는 초반에 살짝 뛰기 시작했더니 어느새 선두그룹이 되어 그냥 끝까지 뛰었다. 1500여명중에 10여등 정도 한 거 같은데, 그 사실로 다시 '넌 대체 뭐야!!!' 라는 말을 듣고 있다. 음. 뭐긴요. 그냥 승부욕의 화신이 운동을 좀 좋아하고 다행히 체력이 따라준 종합적인 결과일 뿐이지요. 이렇게 된 이상 다른 서프라이징 포인트를 찾아서 어필하고 싶은 생각도 좀 든다.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_-;;

# 요즘 갑자기 꽂힌 밴드는 [뜨거운 감자] 지금까지 별 관심 없었는데, 지난 달 GMF에서 라이브를 듣고 사운드에 반했던 적이 있다. 생각나서 '팔베개'가 실린 이번 음반과, '고백' 이 실렸던 지난 음반을 찾아 듣고있다. 정말 좋다. '고백' 은 원래도 좋은 노래라고 생각했지만 새삼 너무 좋아서 1000번쯤 들은 듯. 들어도 질리지 않아, 굉장하다. 이번 음반 가운데엔 1번트랙 '알람' 이 맘에 들어서 또 계속 듣고 있음.

# '검정치마'(는 사실 좀 세긴 하지) 그리고 '브로콜리너마저' 까지는 수용이 된다. 더 대놓고 센티멘탈하면서 달달하게 부르는 홍대스타일 밴드 음악들은 (대체로 가창력따위 개나 준 음악들) 그냥 통으로 다 싫다. 요즘 그런 음악 너무 많아 (...) 내가 받는 '그냥 느낌' 뿐 아니라 사운드나 음악성에서도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차이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무척이나 팬들이 많은 편인 가을방학, 옥상달빛 같은 음악도 도저히 간지러워서 들어 줄 수가 없다. 10cm는 처음부터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20대 초반에 줄리아하트를 좋아한 바 있으나, 그 땐 또 그런 달달한 음악은 지금처럼 인기가 없었다. (시대를 잘 못 타고 나신듯함여) 장르가 좀 다르긴 한데 GMF 때 보니깐 페퍼톤즈도 여자애들이 좋아 죽더라? 나는 페퍼톤즈가 궁금했고 꼭 한 번 보고싶어서 간 건데 진짜 실망했었다.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노래를 참 못하고 (.....) 사운드와 보컬의 밸런스가 저렇게 안맞는데도 사람들이 좋아해주네? 잘생기지도 않았는데 어째서 왜? 라는 생각을 했었지.(그냥 라디오에 나와서 말 좀 잘하면 되는거냐) 하긴 이건 그냥 내 취향의 문제다. 누군가는 장기하를 보면서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나를 이해못하는 동시에 '여자들은 대체 왜 장기하를 좋아하는거야?' 라고 생각할수도 있는것이고. 뭐 그런 것이지.

12 11월, 2012

[현재와 미래의 인간] 의 과거

난 지극히 오늘과 오늘이후만 생각하면서 사는 사람이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현재를 마주할 때, 드물게 뒤를 돌아보는 일이 있지만 기억나는 게 많지 않다. 좀 더 생각해보면, 나는 정말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산다.  몇 년 전에 죽고 못 살 정도로 사랑했던 사람의 얼굴도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우연히 만나면 못알아 볼 정도.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을 기억하고 알아보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다. 나는 몇 년간 동고동락하며 같이 서클활동을 했던 아이들의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그들 중 만약 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당황스러운 일일 것 같다. 그래서 가끔은 차곡차곡 쌓아놓은 견고한 시간 위에 서 있는 게 아닌 공중에 떠 있는 느낌이다. 그러고서 그냥 하늘만 본다.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냥 나의 특징 중 하나일 뿐.

가끔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느냐는 얘기를 듣는다. 부럽다고도 한다. 나는 별로 어렵지 않다고 얘기한다. 휴대폰번호 바꾸는 거나, SNS 친구끊기, 흔적을 지우고 물건을 버리는 일들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 된다고. 그 과정에서 필터링된 사람들과, 관련된 일들은 자연스럽게 옅어진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쨌든 현재의 사람들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다시 묻는다. 냉정하다는 얘기도 한다. 나는. 넌 사실 잊고 싶다지만 아무것도 잊고 싶지 않은 거 아니냐고 답한다. 단순히 내 생각이지만, 과거를 모두 끌어안고 있으면 현재와 미래를 볼 여유가 줄어들지 않을까. 난 그러고 싶지 않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 앞으로 함께 보내게 될 시간들. 이런 것들이 훨씬 중요하다. 그리고 중요하고 소중한 만큼 항상 '현재'로 지켜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걸 다 잊어버리는 건 아니다. 내가 기억하기로 결정한 것들은 잊지 않고 기억하려 애쓴다. 그 지점에 특정 플래그를 꽂듯. 앞으로의 삶에 기준이 될 수 있는 [어떤 순간]. 하지만 시간이 많이 흐를수록 왜곡될 가능성이 있다. 그 때 써 둔 글을 다시 읽어도, 감정의 무게를 정확하게 다시 재기는 힘들다.

그런 나에게 최근에 만난 사람들이 나의 과거를 상기시켜주는 일들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내 인생에 있어서 꽤 중요한 - 플래그를 꽂을 만한 - 일인데도 난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일들.

이를 테면 20대 중반에 받았던 몇 달간의 우울증 치료 같은 것. 몇 가지 테스트. 꽤 높은 수준의 강박증과 우울증, 불면증 진단을 받았었고. 약물과 상담치료를 병행했던 일. 그 때 내가 보였던 증상들. 약을 먹고 서서히 잠들던 느낌. 편두통. 우울증이 완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던 내 목소리. 상담실의 의자.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 [조금... 심각한 것 같네요. 당분간 계속 병원에 오셔야겠어요.] 갑자기 그 모든 일들이 생생하게 기억났다. 당황스러웠다. 그 때의 나와 지금의 나를 동일 선상에 놓고 생각하기가 힘들어서. 20대 중반의 나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살고싶지 않았었데. 난 그걸 완전히 잊어버리고 이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이 거짓말 같았다. 진지하게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지옥에 끌려가는 기분으로 절반정도의 학점을 억지로 채웠다. 학교는 그냥 [힘들었고], 그 감정을 제외하면 크게 남는 게 없었다. 분명하게 상처를 받았던 이야기들은 기억에 남는다. 공부만 잘하지 특별한 관심사나 특기도 없는 애들이 오는 경영학과. 행정고시 커트라인에 못 미치는 토익성적. 그냥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해. 넌 나이가 많아서 공채 쓰기 힘들겠다. 너 아직도 학교다녀? 좀 심한거 아니야? 

난 그냥 단순히 2008년 어딘가에 플래그를 꽂고. 회사에서든 어디서든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땐, 2008년 그 때 보단 덜 힘들잖아, 라고 위로의 도구로 생각해왔다. 그리고 어렵게. 다시 학교를 다니기로 결정하고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던 27살(2009년)을 기억(기념)하기 위해 아이디 뒤에 27을 붙였다. 정확한 과정들은 생각나지 않지만, 그 때 부터 조금씩 나아졌던 것 같다. 아니, 나아지기로 마음먹은걸까. 천천히, 시간을 두고.

어쨌든 그렇게 루저였던 내가. 지금은 회사도 다니고, 잘 살고 있어요. 그런 간증 같은 걸 하고싶은 건 아니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의 내가 되었는지, 난 정말 아무 생각없이 공중에 떠 있었는데. 내 주변 사람들은 나의 잃어버렸던 퍼즐조각을 가지고 있었던 게 신기했고, 조금은 고마웠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한 기억에 얽매일 필요도 없지만 아예 없었던 일로 하는 건 그 때 힘들었던 나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아 퍼즐조각을 모아 그림을 만들고 플래그를 꽂았다. 기억할게. 그렇게 죽고싶을 정도로 힘들었던 시간들. 그리고 몇년 채 지나지 않아 지금처럼 건강하고 대체로 즐겁게 지내는 현재의 내 모습까지. 다시 힘들어지는 시간이 오더라도 다시 나아질 수 있는 희망으로 삼을 수 있도록.

01 11월, 2012

조금은 구체적인 이야기들

나를 둘러싼 몇 가지 일들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로 돌아왔을 즈음,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일들이 다시금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면서 튀어올랐다. 다행히 좋지 않은 일 보다는 좋은 일들이 많아서, 내 감정은 약간 하이퍼 상태. 혼자 들뜬 기분에 상대방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고 말실수를 하는 일이 생길까봐 조심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모르는 새에 몇 마디쯤은 실수했을지도. 혹자는 "그게 조심한거니?" 라고 되물을지도. 하지만 정말 나름대로는 노력했다. 혹시라도 내 실수에 기분이 상한 사람이 있었다면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다.

우선 업무에 있어서. (공식적으로도, 비공식적으로도) 내내 좋은 피드백만 받고 있다. 최근 일상에서는 이 부분이 가장 즐겁다. 나는 적어도 [어떤 지점]에 대해서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있었고 (솔직히 이거 나 만큼 하는 사람은 드물다, 라는 확신) 충분히 좋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그동안은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도 없었고, 내가 동기부여 할 수 있을 정도로 자극이 되는 피드백도 없었던 게 사실. 어쨌든 내가 무척이나 목말라했던 부분이고. 갈증으로 메말랐던 뇌에 드디어 윤활유가 더해진 느낌이라 경쾌하다. 최소한 나아가야 할 방향성(미션)도 명확해졌다.

의욕만 있다면 업무 관련해서 강의를 통해 무언가 배울 수 있는 기회도 풍부하게 제공된다는 점도 즐겁다. 어제와 그제는 인포그래픽 강의를 7시간 들었고 2주 후에는 1주일에 한 번씩 있는 통계학 강의를 신청했다. 그 외에도 강의들은 끊임없이 기획되어 공지된다. 미술이나 재테크 관련 강의도 있다. 상위권자 결재만 떨어진다면, 원하는 만큼 자신에게 필요한 강의를 듣는 건 자유. 업무 혹은 내 개인의 관심과 관련 있지만 하나하나 찾아 배우기 힘든 강의들을 회사가 직접 제공해줘서 무척 감사하다.

하지만 동시에 약간은 우울해진다. 내가 처음부터 이런 환경에 놓여있었다면. 혹은. 배우고는 싶은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의 단계에 여전히 정체되어 있다면. 그러니까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하면 되는걸까! 라고 생각하다가도 입맛이 쓰다. 그렇다고 내가 과거에 내가 아주 나쁜 여건에 처해 있었다고 생각하는 건 또 아니다. 그저 모든 건 상대적일 뿐이다. 미래엔 상대적으로 더 나아질 수도 있을까. 그 땐 지금을 떠올리며 우울해하기도 할까. 나 역시도 신이 아닌 사람이기에. 언젠간 이 상황에도 불만이나 매너리즘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고민의 디테일이 과거와는 분명히 다르겠지. 적어도 상황은 나아지고 있으니.

2주 전에는, 생전 처음 [회사 워크샵] 이라는 것에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워크샵이라지만 MT나 다름없는데, 솔직히 나는  대학교 MT도 한 번 가본 경험이 없어서. 지금까지의 간접경험으로는, 회사워크샵이라고 하면 어떤 핑계를 대서든 참석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대세인 듯 했는데, 반대로나는 내내 들뜬 기분이었다. 일정표를 보니 무척 재밌을 거 같았고, [남22:여3] 의 성비도 어떤 분위기일지 궁금했다. 역시 내 예상대로 워크샵은 무척 유쾌했다. 플레이스테이션과 조이스틱 패드를 준비해 가서 철권 태그매치 토너먼트도 했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윷놀이도 했다. 참석한 사람들 중 절반 이상은 나랑 동갑이거나 동생이었던 건, 조금 의외였지만 내 입장에선 편했고. 서울로 돌아와서는 바로 철권 게임을 구입해서 집에서도 플레이하는 중. 집에서 친구들과 같이 게임하는 것도 즐겁고.

그건 그렇고. 나는 일만 가장 중요하고 연애따위 시간낭비라고 생각하는(...) 30대 여자로 나이먹고 싶지는 않다는 게 또 하나의 문제. 나는 똑똑하고 잘났으니까 아무 남자나 만날 수 없다는(-_-) 그런 여자이고 싶지도 않고. 일보다는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런 여자인 건 더더욱 싫고. (물론 내가 이렇게 될 리도 만무하지만) 그 가운데에서 이상적인 밸런스를 맞추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다. 꼭 이성이 아니더라도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갖고있는 감정은 솔직하게 표현하고. 쉽지만 모두가 잘 하지는 못하는 그런 것들. 기타 등등. 역시 사람을 대할 때의 내 태도에 영향을 미치는 건 자존감이라고 생각하는데. 업무에 있어서의 성취가 분명히 그 자존감에 좋은 영향을 준다. 물론 외모에 있어서의 성취도 분명히 자존감에 좋은 영향을 주니까 그 부분도 노력을. =_=;;

이번 주 부터 수영을 시작했는데, 기대보다 재밌고, 예상보다 힘들다. 수영복을 입는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꽤 있었는데 정작 수영장에 가니깐 누구 몸이 어떻게 생겼고 내 몸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별로 아무렇지 않아서 좀 신기했다. 수영하는 방법은 전혀 모르지만, 물에 머리 담그는 거 정도는 별로 겁내지 않는 나를 보며 강사는 처음 배우는 거 맞냐며, 금방 배우겠다는 긍정적인 피드백을 줘서 또 나는 기분이 좋아졌고. 어쨌든 당분간은 꾸준히 열심히 할 마음을 먹었고, 잘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어쨌든 Life goe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