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12월, 2013

역삼동 사무실 안녕

집을 이사한지 꼭 석 달이 되었다. 이 위치에 익숙해질만 하니까 사무실 이전. 애초에 집을 이사한 것도 이 것 때문이고, 오래 전 부터 마음으로 준비한 일이긴 한데도 짐을 싸면서 괜히 기분이 이상했다. 이직은 아니지만 마치 이직같은 기분이 든다. 사무실 이전 외에 회사 내의 다른 일들과 맞물려서 더 복잡한 기분이다.

난 제대로 생각하고 있는걸까.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 할... 수 있을까. 작년, 지금의 회사에 합격이 결정되었을 때 진심으로 기뻤다. 그리고 지금도 회사생활은 대체로 즐겁다. 스스로 판단했을 때 운이 꽤 좋은편이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분명히 '한계효용은 체감한다'. 한숨을 쉬다가도, 누구나 마음이 복잡할 연말이겠지, 생각한다.

사진은 대부분 몇 개월 지난, 이사 하기 전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들. 이 정도는 넷에 올려도 되겠지- 싶은 것들을 필터링했다. (인스타그램엔 막 올리면서 괜히 소심한 척) 그러고보니 최근 사진은 없네. 지금은 모니터 두 개 쓰는데! 프흣.




















11 11월, 2013

삼릉공원, 삼성동

점심을 좀 멀리 먹으러 나왔던 어느 날 삼릉공원 근처. 
9월 어느 날, 진짜 딱 소풍가고 싶은 날씨였었다. 삼릉공원 한 번도 안가봤는데. 
내년에 한 번 가볼까? 생각하다가도 그 때엔 회사 근처 동네도 아닌 거다.

이젠 너무 추워서 저런 따뜻한 때깔의 사진이 안 나온다.
어쩐지 이국적으로 찍혀서 맘에 드는 사진.



무역센터에 근무하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1주일에 1번은 삼성동에 간다.
테헤란로, 차갑고 인간미없고 그냥 회사건물들만 잔뜩인 재미없는 동네라고 생각했었는데
한 달 쯤 뒤에 떠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박한 판단을 내려온 걸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것들이 적시적소에 있고, 백화점도 있고, 뭐 나쁘지 않았었잖아.




선릉으로의 출퇴근도 딱 4주밖에 안 남았다.
이제 곧 판교로 출퇴근을 하게 된다. 
이직하지 않고도 이직의 기분을 내는 게 신선하긴 한데,
판교괴담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
판교이전 이후 출근시각이 8시로 조정된다는 점이 날 불안하게 만들기도.

뭐 잘 되겠지, 2013년 12월에 어울리는 이벤트인 듯. 


10 11월, 2013

합정동 무대륙

예전엔 그냥 '우리 동네' 였던 곳이 이제는 일부러 시간을 내고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지난 10월 26-27일 Unlimited Edition 이라는 도서와 문구를 파는 마켓이 합정동 무대륙에서 열린다고 해서, 일부러 약속을 점심 이태원, 저녁 합정동 동선으로 잡았다. 친구와 Unlimited Edition 얘기를 하면서 "돈 완전 많이 쓰는 거 아냐?" 라는 대화도 했다. 하지만 무대륙에 도착해보니 이거 뭔가 마켓의 분위기가 아닌 거. 이상해서 머뭇거리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물어봤더니 Unlimited Edition 은 그 다음 주라는 거다. 그러니까 그 날은 10월 19일이었는데 약속을 잡은 친구도 나도 둘다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는 게 함정. 날짜감각 어쩔 거. 그리고 정작 26일은 다른 일로 바빠서 합정동 인근은 얼씬도 못했다.





그래도 골목 깊숙한 무대륙까지 왔으니까 그 김에 무대륙에서 저녁을 먹었다. 한 동안 먹고싶었던 피쉬앤칩스도 먹고 맥주도 마셨다. 테이블 간격도 넓고 전체적으로 여유있는 공간. 흘러나오는 음악도 맘에 들고, 금연인 것도 좋았다. 상수동에 살 때 자주 못 간 게 뒤늦게 아쉬웠다. 동네에 이런 곳이 있으면 동네친구와 들러서 음악듣고 맥주마시고 수다떨기에 딱 좋을텐데. 앞으로도 무대륙의 행사, 공연일정은 체크.







무대륙 http://mudaeruk.com 
서울 마포구 합정동 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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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11월, 2013

미투데이 폐지



2014년 6월 미투데이 폐지가 공지되었다.

- 2013/11/05 미투데이 서비스 종료 공지 [공식
- 2013/11/05 굿바이 미투데이 [블로터닷넷]
- 2013/11/05 미투데이, 내년 6월 문 닫는다 [머니투데이
- 2013/11/05 문을 닫을 미투데이에 대한 생각 [현실창조공간
- 2013/11/10 응답하라 미투데이 by 앤디신 [블로터닷넷

미투데이를 떠올릴 때의 내 마음은 페이스북, 트위터와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어서, 폐지가 공지된 이후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짠한 기분이 계속 있었다. 그래서인지 계속해서 손이 근질거렸다. 이 글은 오랫동안 미투데이를 사용했던 사용자로서 미투데이 폐지에 대한 주관적인 소회일 뿐 각잡고 쓰는 분석글이 아니라는 걸 미리 밝힌다.

나는 2007년 베타서비스 때 부터 작년 말까지 미투데이를 꾸준히 사용했었다. 미투데이의 특징 중 하나였던 '낙장불입' (한 번 올린 글은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 기능때문에 불가피하게 계정을 삭제했다가 새로 만든 적은 있다. 지금 찾아보니 1년에 300개 정도의 미투를 올렸다. 리플은 카운트되지 않는다. 나중에 트위터와 비슷하게 내가 쓴 리플이 내 미투에도 등록되는 기능이 생기긴 했지만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미투데이는 기본적으로 전체공개 글로 이루어져있지만, 트위터만큼 완전히 오픈된, 어쩐지 오피니언 리더에게 어울리는 SNS 의 느낌도 아니고, 카카오스토리나 싸이월드처럼 이미 아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공간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글자수를 제한한 페이스북 같은 UI를 가지고 있다고 보이지만, 페이스북의 폐쇄성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글은 오픈되어있고, 관심태그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미투' 를 클릭해도, 리플을 달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암묵적으로 사용자간의 매너가 잘 지켜지고 있어서 어쩐지 그 옛날 PC통신과 비슷한 느낌도 있었다. 앞서서 언급했지만 한 번 올린 글은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글을 올려야 한다는 점도 미투데이의 큰 특징이었다. (추후 이 부분이 서비스 대중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지만)

그 때는 아이폰3gs도 나오기 전이고, 미투데이가 네이버에 인수되기도 전이었다. 피처폰 쓰면서 문자메시지로 사진을 첨부해서 MMS를 보내는 식으로 미투를 올릴 수 있었던 걸 생각해 보면 아주 옛날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네이버에 인수가 결정되었을 때, 빅뱅과 2NE1이 미투데이에 계정을 만들고 홍보하면서 갑자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 미투를 '삭제' 할 수 있는 기능이 '드디어' 생겼을 때 오가던. 우려와 걱정과 논란들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 '낙장불입' 이긴 한데, 다른 의사결정을 했다고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네이버에 인수된 이후 트위터 대항마가 되어야만 하는 압박감을 짊어진 느낌이 약간은 안쓰럽고 버거워보였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언급된 '아이돌 키우는 기획사(NHN)에 들어간 인디뮤지션(미투데이)' 라는 표현에 조금은 공감하는 입장이다.




우리끼리만 아는 어떤 분위기있는 골목 안쪽에 커피와 케이크가 맛있는 작은 카페가 있다면, 그 가게에 손님이 늘 많아보여도 수익은 한정적이다. 오히려 실제로는 적자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 카페의 가치에는 자주 드나들던 매너있는 단골 손님들과 느긋하고 편안한 분위기, 대체로 높은 손님들의 만족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정량화 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당장 사장의 손에 수익으로 쥐어지지도 않는다.

그만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지키면서 큰 길로 나와 가게를 확장하는 건 모험이 필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사장으로서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예전과는 달라지는 모습에 기존에 '보이지 않는 가치' 가 되어 주던 단골 손님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게 예상되는 수 안에 있어도 다른 손님들이 들어올테니까, 라는 마음으로 어느 정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작은 가게' 아이덴티티를 고집한다 해도 다른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확장된 가게가 여전히 좋은 분위기로 성황일 수도 있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이기도 하고! 하지만 뭐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너무 많은 변수들이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산재해 있다. (어디에도 인수되지 않은 트위터는 누구나 성공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직도 제무재표 상엔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IPO이후가 주목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렇게 먹고사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저 골목 안쪽에 있었던 작은 가게를 기억하는 단골손님으로서 아쉬움이 크다는 얘길 하고싶었다. 그 곳의 커피는 충분히 맛있었고 따뜻했으며 적어도 내가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더 비유하자면 테이블의 배치나 인테리어도 무척 맘에 들었고, 이상적이었다. 나중에 어디에서든 다른 모습으로 다시 그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다. 가능하려나. 문을 닫기 전까지는 아직 200여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


06 11월, 2013

iTunes Radio + 듣는 일상



어릴 때 라디오를 정말 좋아했었다. 최소한 오후 8시부터 새벽2시까지는 라디오를 끼고 살았고 몇 시에 어떤 방송국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아무렇지 않게 외워서 말할 수 있었다. 내가 라디오에 써 보낸 편지는 최소한 1000통은 넘었을 것이다. 내 글이 채택되어 방송이 된 적도, DJ 와의 전화 연결을 해 본 경험도 당연히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어릴 때' 라 함은, 손 편지로 사연을 써 보내고 '보이는 라디오' 따위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약 20년 전부터 10년 전까지 쯤을 의미한다.

나는 음악을 정말 좋아했지만 용돈이 넉넉하지 못해 다양한 음반을 사서 들을 수 없었다. 대신에 라디오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큰 채널이 되어주었다. 잠시나마 "나도 음악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고 꿈꾸었던 일도, 나와 비슷한 취향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PC통신을 시작하게 된 일도, 어쩌면 음악 그리고 라디오가 최초의 시드 역할을 했다. 많은 편지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글 쓰기를 좋아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아이돌 가수들이 라디오 DJ 데스크를 하나씩 차지하기 시작했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도 모자라 실시간 SMS을 통해 DJ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식으로 그 쪽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나는 20대 초반에서 중반을 지나고 있었다. 심야엔 라디오를 듣기보단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프로야구를 보러 다니고, 열심히 연애도 했다.

자연스럽게 마치 정해진 일 처럼 라디오라는 매체와는 거리가 생겼다. 부산이 아닌 서울의 라디오 주파수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고, 언제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알 수 없어서 포털사이트를 검색해야 했다. 그러다 가끔 라디오를 틀면 너무 시끄럽고 유치하거나, 어색함이 컸다. 도무지 예전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기 힘들어서 오래 듣기가 힘들었다. 겉으로는 라디오가 예전같지 않아,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라디오 안의 무언가가 변한 것 보단 내가 변한 쪽이 좀 더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하면서, 팟캐스트 쪽이 내가 기억하던 라디오와 비슷한 정서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내 취향에 맞는 팟캐스트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들으면 그만이었고, '녹음' 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원한다면 여러번 반복해서 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팟캐스트는 '음악' 보다는 '토크' 위주일 수 밖에 없었다. 저작권 때문이었다.




올해 9월, iOS7에 iTunes Radio라는 기능이 발표되면서, 나는 다시 '라디오'를 듣게 되었다. 주파수를 맞추고 DJ가 음악을 소개하는 그 옛날의 라디오는 아니지만,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카테고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른 방송국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수없이 많은 채널이 준비되어 있다. 내가 접하지 못했던 좋은 음악을 소개받기도 하고,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음악을 듣게 되기도 한다.

사실 난 음악에 있어서는 '보수파'에 가깝다. 좋아하는 뮤지션도 많지 않고, K-Pop 으로 분류되는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고, 모험을 즐기는 편도 아니다. 보통은 늘 듣던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편안해 하는 쪽인데, 그래도 가끔은 '이거 좋은 음악들이야, 네가 좋아할지도' 라고 떠먹여주는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과거에 내가 신뢰하는 라디오 DJ들이 그 역할을 했다면 이젠 아이튠즈 라디오가 꽤 적절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능동적으로 채널을 바꾸고 찾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아직 이거다! 싶은 아이튠즈 라디오를 많이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며칠 전부터 듣고 있는 Retro FM - 70's Rock 는 낮시간에 일하면서 듣기에 딱 적당하게 편안해서 무척 좋다. 잊고 지냈던 귀에 익은 음악들을 계속해서 틀어준다. 아이튠즈 창을 '미니플레이어'로 줄여서 모니터 구석에 두고 예쁜 앨범커버를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 정말 20년 전에 라디오 듣던 그 느낌이 조금은 되살아난 것 같다. 음악을 소개해주는 DJ의 멘트는 없지만. 다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큰 채널' 로서 아이튠즈 라디오가 다가와 준 사실이 무척이나 감사하다.


30 10월, 2013

요즘 운동

헬스클럽에서 트래드밀 위를 '30분 이상' 빨리 걷는 유산소 운동, 칼로리 숫자에 얽매이는 식생활, 1일 1식과 같은 식이조절 트렌드에 매너리즘을 겪으며. 그 와중에도 제대로 실행하는 거 하나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던 중 남세희님의 다이어트진화론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나름 다이어트에 대해서 이론적으로는 빠삭하다고 생각했던 나 조차도 납득되지 않던, 하지만 널리 알려져있는 이론들을 자신감있는 문체로 명쾌하게 해석해 주고 있는 게 마치 사이비종교같기도 해서 (농담), 어딘가 의심스럽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하지만 믿을만한 분들의 추천이 이어지고 있고, 나 스스로도 설득되었으며, 이 정도의 설득력을 가진 텍스트도 없는 것 같아 일단은 이 책을 교본으로 삼기로 했다.

그리고 이 책에 의하면 나의 작년 퍼스널트레이닝+다이어트는 실패작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겠다. 더 큰 요요현상으로 돌아왔거나 몸을 망치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뭐.

운동은 일주일에 세 번, 1시간씩으면 충분하다. 트래드밀위를 '걷느니', 땅을 딛고 조금이라도 '뛰는 게' 낫다. 곡류를 멀리하고 고기와 채소과일을 가까이하는 식생활. 정도를 우선으로 삼고 주식을 고기와 달걀요리, 유제품 정도로 생각하고, 곡류는 최대한 줄이는 걸로. 술은 독약으로 생각해야 되는데 이 부분이 제일 어려운 듯 하다. 요즘 술 약속도 많고, 연말이 가까워오고 있고. 

운동은 케틀벨스윙과 버피, 답답하면 바깥을 뛰거나 걷는 정도면 충분. (당연한 얘기지만 운동방법보다야 그걸 얼마나 꾸준히 하느냐가 중요 -.-) 여성에겐 8kg 정도의 케틀벨이 적당하다고 해서 구입했는데 나한텐 적절한 무게인 것 같다. 다만 웨이트트레이닝과는 담을 쌓은 허약한 여성들에게는 힘든 무게일 듯. 케틀벨 스윙을 50개부터 100개로, 50개 단위로 늘려나갈 생각. 케틀벨은 예쁘게 코딩된 것 보단 쇠를 그대로 뭉쳐놓은 듯한 제품이 추후에도 변형이 없는 좋은 제품이라고 해서, CM크로스핏 사이트에서 구매했는데 괜찮은 것 같다. 가격도 저렴하고. 

케틀벨스윙은 요즘 엄청 유행인 것도 같고. (...) 구글에 검색하면 굉장히 많은 자료를 만날 수 있다. 동영상 자료도 많고. 제대로 된 자세의 중요성을 지적하는 글이 매우 많은데. (특이 강민경 사진은 절대로 따라하면 안되는 대표적 사례라고) 허벅지 뒤쪽 햄스트링, 엉덩이에 자극이 오면 맞게 한 거고, 팔이나 무릎, 허리가 아프면 잘못된 자세. 첫 날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서 나 뭐 제대로 안한건가 싶었는데. 어제부터 오늘까지 허벅지 뒤쪽 근육통때문에 의자에 앉으려는 자세를 취할 때 마다 괴로운 느낌 =_= 제대로 한 거 맞는 듯. 

버피는 하루에 100개를 하라고 해서 할 수 있겠지! 했는데 집에서 운동화를 안 신고 하니 은근 불편한데다, 한 번에 50개를 연속으로 하고 넉다운. 근데 50개도 못하는 사람이 많으며 보통 15개씩 끊어서 한다는데 난 뭐한거지. =_= 일단은 15개씩 7세트 정도를 목표로 해 봐야겠다. (푸쉬업, 점프까지 포함) 도톰한 운동용 매트가 있으면 좋겠는데 자꾸 뭘 사고 있는 거 같아서 좀 참고 있다.  

술은 독약으로 생각하고. 하루에 술과 운동을 동시에 하면 안된다는데 (...) 거참 이게 가장 힘든 일이지 뭔가. 당장 냉장고에 맥주가 잔뜩 있고, 와인도 세 병이나 있는데. 근데 생각해보면 판교로 회사가 옮겨가고 나면 주중 술 약속 같은 건 상상속의 일이 되는 거 아니려나. 싫다고 생각하면서도 은근히 그 때가 기다려지기도 한다. 12월 초에 종합건강검진 예약해 뒀는데 그 때 체성분검사도 추가했다. 좀 두렵긴 하지만 그 때까지만이라도 열심히 한 번 해 보자. 


21 10월, 2013

가을, 남산, 케이블 카

월초에 부모님이 오랜만에 서울에 오셨다. 나들이삼아 춘천쯤에 가려고 했는데 가족 중에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이 동생뿐이고 오후에 부산까지의 장거리 운전이 예정되어 있어서 가까운데로 가자는 얘기가 나왔다. 가족 중에 서울사람은 나뿐이어서 혼자 머리를 굴려 겨우 남산을 생각해 냈다. 날씨도 좋고. 을지로든 종로든 이태원이든 어디로든 통할 수 있으니 적당히 식사하기도 괜찮을 거 같았다. 

엄마가 살짝 들뜬 분위기로 케이블카! 를 말씀하셨다. 한 번도 타본 적 없어. 남산도 제대로 가본 적 없어, 라고 말씀하시며. 속으로 으아 뭐야 케이블카라니! 하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타는 사람 많을 걸- 이라고 예상. 그리고 적중. 나쁘지 않았다. 공원에 맑은 날씨에 사람이 많긴 했지만 못견딜 정도는 아니었고. 

남산타워에 콜드스콘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어서 부모님은 이런 아이스크림 안 드셔 보셨겠지, 동생도 남자 놈이라 이런거 잘 알지도 챙기지도 못할거고, 싶어 사드렸는데 아니나다를까 무척 좋아하셨다. 뭐 이런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다 있냐고 말씀하셔서 어쩐지 죄송해졌다. 사실 더 맛있는 거 많아요, 엄마. 그러고보면 난 참 좋은 것만 맛있는 것만 고르고 골라 먹고 다니고 있는데. 

그리고 foursquare 가 친절하게 2010년 6월 이후 처음이라는 메시지를 보내주어 내가 남산 케이블카를 타는 게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줬다. 나도 알거든! 하지만 그게 언제였는지 이렇게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진 않았는데. 어쨌든 이런식으로 각성되는 과거 연애의 기록. 그러고보니 그 땐 밤이었는데. 좀 웃겼다. 










이사 + 6주

정신차리고 보니 이사한지 6주가 지났다. 

새로 이사 온 곳은 내가 이전에 살았던 곳과 아주 다른 곳. 사람이 많이 지나다니지 않고 물과 숲이 아주 가까이에 있고 공기가 좋다. 바로 근처에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할 수 있는 장소들도 많다. 마트가 걸어서 5분 정도 거리에 있다. 거리는 대체로 깨끗하고 조용하다. 쓰레기가 굴러다니지도 않고 시끄러운 사람들도 없다. 주말에 TV를 끄고 누워서 가만히 있으면 아주 간혹 지나다니는 자동차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트렌디한 맥주집도 카페도 아이스크림가게도 없고. "시간 돼? 만날까?" 하고 즉흥적으로 바로 불러낼 수 있는 친구도 없다. 지하철 역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간단한 군것질거리를 사갈 만한 가게도 없다. 밥을 해먹기 귀찮을 때 혼자 적당히 처리할만한 가게도 마땅치 않다. 산책하듯 나가서 로드샵에서 구두나 티셔츠를 살 수도 없다. 클럽의 공연 시간표를 검색해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훌쩍 공연을 보는 것도 힘들다. 

하지만 그 모든 건 사실 꼭 필요한, 없어서는 안 되는, 그런 건 아니었으니까. 이사오고 나서 적지않은 것들을 집에서, 혼자서 해결하고 있지만 싫지는 않다. 요리하는 것도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도 별로 힘들어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자취 1-2년차에 이런 곳에 살았더라면 좀 외로움을 탔으려나. 지금은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건 너무 많으니까. 

나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누구나 그런 면들이 있겠지만. 친구들이 말하길 나는 에너지가 넘치고 강한 사람이라는데. 실제로 좋아하는 친구들과 어울려 수다떨고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새벽까지 술을 마시는 것도 좋아하는 나지만. 분명히 혼자 내 공간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아무도 침범하지 않고 있는 내 영역을 영위하는 것도 나에겐 무척 중요한 일이니까. 어쨌든 그 밸런스는 분명히 유지되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후자 쪽의 비율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했다면 이런 곳으로 이사 온 지금은 너무 외톨이가 되지 않도록 조금은 애써야 할 듯. 







29 8월, 2013

아프지 말자는 생각. 디데이 세기.

몸이 좀 아팠고 하루 휴가를 냈다. 좀 많이 아팠다. 세상에 이렇게 아플 수가 있나? 싶게 아팠다. 휴가를 내야겠다는 메시지를 휴대폰으로 어떻게 보내고 그 뒤에 어떻게 정신을 잃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최근 계속해서 한계선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있다는 느낌은 있었다. 여러모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근데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몸 안에 어떤 퓨즈가 딱 끊어지고 나는 고스란히 완충장치가 없는 바닥으로 추락한 듯한 느낌. 갑자기 아프다고 휴가를 내는 행위부터 해서, 여러가지가 스스로 부끄럽고 견딜 수가 없었다. 그냥 자괴감 그 자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러질 못해서. 겨우 출근해서 휴가를 처리하고 보니, 2013년 연말까지 남은 휴가가 4일뿐이었다. 최소한 아프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체중계에 올라서니 작년 한창 다이어트 할 때의 그 숫자가 눈에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역시 체중은 숫자에 불과하군. 같은 숫자라고 같은 몸인 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

그걸 떠나서도 몸 상태는 전체적으로 썩 좋지 않은데. "전체적으로 몸의 기능이 다 떨어져있다" 는 얘길 들었다. 과연 맞는 말인 듯. 별로 많이 먹지도 못하고, 먹고싶은 것도 별로 없고, 가끔 맛있어보이는 음식을 만나서 먹어도 소화를 잘 못 시켜 툭 하면 체한다. 비위약한 타입 아닌데 요즘은 기름냄새 맡으면 토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버터냄새랑 프렌치프라이 냄새가 싫다). 술은 더더욱 조심해야겠고. 왕십리역을 환승할 때 2호선에서 분당선을 가려면 반드시 계단을 오르게 되는데 그 게단을 다 오르는 게 좀 힘들다. 음악을 너무 큰 소리로 듣는 것도 힘들다. 밤 12시 이후에 깨어 있는 것도 힘들다. 쓰고보니 믿을 수가 없을 정도네. 나도 이런 적이 별로 없어서 몸 아픈거 관련해서 트위터에 자꾸 한마디씩 쓰게 된다. 그것도 전체적으로 보니깐 굉장히 별로라서 자제해야겠다고 생각 중. 어쨌든 언제까지나 이런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면 안되겠지.

... 라고 말은 하지만 이 기회에 좀 더 다이어트를 하는게 어떠냐!! 하는 악마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려온달까. 내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주변에서도 ㅠㅠ 여자의 인생이란 이런 것인가 -_- 건강보다 다이어트가 더 중요한 뭐 그런 (...) 아니면 이것은 언제 다시올지 모르는 기회! 뭐 그런 건가 (...) 사실 나도 모르겠습니다.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게 힘들군요.

이사가 9일 남았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잘 준비하고 있어?" 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도 무심하게 "글쎄, 뭘 준비해야 하는데?" 라고 되묻는다. 집을 구했고 이삿짐 센터를 계약했다. 그거말고 뭐가 더 있을 리 없잖아. 간혹 "음 버릴 물건을 정리한다거나 하는 일" 따위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난 말한다. "그건 평소에도 늘 하는 건데"

도쿄여행이 21일 남았다. 딱히 여행 일정같은걸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이번 주말에 면세점에 가서 바우처와, 기프트카드들을 다 써버릴 생각. 여행 전까진 무슨 일이 있어도 식욕을 회복시키고 싶다. 지금 이 상태로는 돈카츠 한 접시도 제대로 못 먹을 위장이라. 맥주는 커녕. 안될 일이다.

베르세르크를 21권까지 읽었다. 아직 16권이나 남았다. 세상에.

26 8월, 2013

여름 끝자락의 주말

그간 별로 없었던 술약속도 있고 회식도 있고 야근도 있던 평일을 보내서인지. 금요일 밤 TV를 보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새벽에 잠깐 깨서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다시 잠들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중천에 뜬 낮 12시였다. 토요일 점심 저녁으로 과식을 해서인지 위는 내내 불편한데도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은 느낌이 난감했다.

침대에 누워서 타블렛으로 <베르세르크>를 보다가, <HAY DAY>를 하다가, 졸음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면 그대로 눈을 감고 졸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시계는 오후 네시를 가리켰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일어나서 샤워를 했다. 그래도 정신이 차려지질 않아 큰일이다 싶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 좋았겠지만 냉장고에 얼음이 없었다. 겨우 나갈 채비를 하고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샀다. 지하철에 실려 <베르세르크>를 보면서도 멍한 기분은 계속되었다. 만화가 판타지 세계관이라서 더 그랬나. 거의 기적적으로 제대로 된 환승역과 목적지에 내렸다.

오랜만에 온 대학로는 마치 홍대입구 역 같은 느낌이라 깜짝 놀랐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동네였나. 이런걸 보는 사람이 있나 싶었던 시시해 보이는 공연에도 사람들은 표를 사겠다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를 만나 간단히 끼니를 떼울만한 곳을 찾았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적당히 길에서 파는 분식을 먹고 레모네이드를 하나씩 사 마셨다. 소극장에서 하는 창작뮤지컬을 봤는데 별 기대는 안했지만 기획자의 의도가 의심되는 탈 장르적인 공연이었다. 네임드 배우들도 출연하던데,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 건지 조금 궁금했다.

택시를 타고 복잡한 대학로를 떠나 맥주 한 잔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워서 다시 <베르세르크>를 보다가, <HAY DAY>를 하다가, 졸다가를 반복했다. 새벽이 되었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계속 위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도 <베르세르크>를 보다가, <HAY DAY>를 하다가를 반복하고 있으려니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켜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했다. 오후엔 이삿짐 센터에서 방문 견적을 보러 오기로 되어 있어서 어쨌든 정리정돈을 조금은 해야 했다. 그러다 밖으로 나가 스탠딩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그 옆의 벨라또띠아에서 또띠아를 하나 샀다. 날씨가 무척 맑았고 더웠다. 사진을 몇 장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하늘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사온 음식들을 먹으며 음악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삿짐 센터 직원의 연락이 왔다. 3명의 인부와 1명의 도우미 아주머니와 청소가 포함된 가격이지만 흠칫 놀랄만한 가격을 견적이랍시고 불렀다. 그래도 회사에서 주는 지원금 안쪽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계약금을 입금했다.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고 옥수수를 찌고 쓰레기를 버렸다. 다시 침대에 늘어져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길지 않은 소설이라 금세 다 읽었다. 약간 혼란스러운 결말이었다. 다시 읽을까 어쩔까 생각하다가 컴퓨터를 켰다. 예전 블로그에서 가져오지 못한 글들을 몇 개 가져와서 정리했고, 아이클라우드 포토스트림을 정리했고, 글을 한 개 썼다. 그러고는 이사 이후에 대해서 잠깐 생각했다. 그렇게 PC와 MAC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동안 시간은 금세 12시를 넘겼다.

<베르세르크> 는 아직 17권까지밖에 읽지 못했다.


19 8월, 2013

요즘 읽는 만화책들

# 최근 읽은 만화책들

사채꾼 우시지마 (마나베 쇼헤이)
라이어 게임 (카이타니 시노부)
도박묵시록 카이지 (후쿠모토 노부유키)
20세기 소년 + 21세기 소년 (우라사와 나오키)
원아웃 (카이타니 시노부)
두더지 (후루야 미노루) (읽는 중)

7월부터 현재까지 위의 만화책들을 차례로 읽었다. <두더지>, <20세기 소년>을 제외하면 적당히 내 취향이 겹쳐지는 만화들. 돈이 왔다갔다하고 도박과 게임을 하고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내용들. 이렇게까지 몰아서 많은 만화책들을 읽은 건 처음인 것도 같다.

그 중에서도 뭔가 가장 잘 만들어진 (그려진? 적혀진?) 만화라는 생각이 드는 건 <도박묵시록 카이지>. 작화도 완전 소년만화풍에 사실 별로 기대도 안했는데 정말 감탄하면서 봤다. 카이지는 그냥 찌질하고 바보같은 남자인데 생사를 넘나드는 코너에 내몰리면서 굉장한 잠재력을 발휘해 내기도 하고 금세 그 한계에 부딪치기도 한다. 위기를 넘기고서 꽤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할 듯 하면서도 또 그렇게 되지도 않고. 다시 밑바닥으로 돌아가 게을러지고 찌질해지고. 하지만 그래도 배신을 모르는 의리있는 쾌남!? 뭐 그렇게 설명이 되나. 내가 가장 재밌게 본 챕터는 '친치로+빠찡코' 편. '마작' 편은 내가 마작 룰을 잘 몰라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아직 연재중인데 한국에 정발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고.

가장 강렬한 건 역시 <사채꾼 우시지마> 인데, 최악의 최악을 리얼하게 그려낸 것 같다는 점에서 읽기가 굉장히 거북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그려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뒹굴거리며 만화를 읽다가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작가의 <라이어 게임> 과 <원아웃>은 굉장히 내 취향의 만화지만 <원아웃>이 조금 더 재밌었다. 야구를 소재로 해서일까. <라이어 게임>은 아무래도 조금 가볍고, 트릭을 모두 알게 된 후에 두 번 읽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주인공 남자 캐릭터가 비슷한데 그래도 <원아웃>의 투수 토아가 조금 더 매력적. 투수라서인지? (...) 말도안되는 강속구를 날리는 투수보다는 느린 직구로만 승부한다는 점도 굉장히 맘에 들고.

<20세기 소년>도 좋긴 했지만 너무 늘어진 감이 없잖아 있어서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8년간의 연재분을 나는 1-2주 사이에 읽어 치운것이니 별로 큰 불만은 없다.

# 앞으로 읽을 만화책들

무한의 주인 (사무라 히로아키)
베르세르크 (미우라 켄타로)
클레이 모어 (노리히로 야기)
갤러리 페이크 (호소노 후지히코)

<무한의 주인> 이나 <베르세르크> 를 읽을 생각이었는데 너무 ... 뭔가 너무 거창한 느낌이라 읽기가 겁난다. 후덜덜. 그래도 완결이 났다는 <무한의 주인>을 먼저 읽는 게 나으려나 고민중. 다 읽고 감상을 올리겠음.

12 8월, 2013

이사

누군가 만나서 얘길 하면 눈물이 뚝뚝 흐를 것 같고. 집에 혼자 있기도 싫고. 술을 마시기도 싫은 기분이라. 퇴근하면 저녁식사도 거르고 곧장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모 카페에서 직거래 매물을 하나 본 뒤에 그 근처 부동산을 도는 식이었다.

월요일. 경사가 심한 만큼, 꼭 그만큼 좋은 집과 나쁜 집의 격차가 너무 심했던 한남동은 첫 날로 아웃. 한 번은 꼭 살아보고 싶은 동네였는데 내가 거기서 이상적으로 거주하려면 회사는 신사동 어디쯤, 월세는 한 달에 150쯤 낼 수 있어야 그 이상적인 포인트가 나올 것 같았다.  버스로만 출퇴근해야 한다는 리스크때문에 마음이 더 가질 않았다.

지친 마음으로 친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신사동 어디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 택시를 타고 갔더니 4000원이 채 나오지 않는 가까운 거리. 거봐. 회사가 신사동이어야 한다니까. 월요일부터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다. 담배도 피웠다. 머리가 너무 짧지 않냐는 말에 일행은 '전혀 전혀 짧지 않다고 더 짧을 줄 알았다고 잘 어울린다고' 진심으로 말해주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잘 얘기할 수 있었는데 힘든 마음에 결국 조금 울고 말았다. i 오빠를 알고 지낸 건 벌써 4-5년은 된 것 같은데 그 오빠 앞에서 눈물을 보인 건 처음인 것 같아서 조금 창피했다. 

화요일. 하루 종일 겨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지쳐서 침대 위에 쓰러져 천장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여기저기 문자를 보내서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그런 짓을 한 건 처음이라 친한 사람들이 조금 놀란 눈치였다. 나도 다음 날 창피해서 죽을 뻔 했지만 이내 이 정도는 흑역사도 아니지 뭐. 하고 자기 합리화 했다. 

수요일. '처음에 생각했던 그 동네' 에 가서 몇 군데의 집을 봤는데 깨끗하지만 지금 우리집의 1/2만한 크기로 날 경악케 하거나. 도저히 살만한 집이 아닌 곳을 보여줘서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예산은 지금 살고있는 집 보다 두 배로 늘었는데. 원룸 크기의 방이라니. 이사가는 걸 포기할까 하고 잠깐 생각했다. 역시 저녁을 거른 상태여서 상수역에 와서 간단히 맥주를 한 잔 했다. 

목요일. 왠지 이 집을 봐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오던 집이 있었는데, 목요일 점심 때 겨우 시간 난다고 하셔서 점심을 거르고 보러 갔다. 내가 본 집 가운데 가장 괜찮았다. 서울살이 11년인데 이 정도 느낌이면 대충 맞다고 봐도 되고. 예산도 딱 맞는 예산. 위치도 딱 원하는 위치. 바로 계약을 할까, 하다가 짧게 여행을 갔다가 금요일 저녁에 오신다기에 일단은 그 때 까지만 생각을 해 보기로 했다.

금요일. 지금 회사에서 걸어 10분거리에 같은 예산의 집이 하나 있어서 보러 갔다. 크기는 목요일의 집보다 조금 작거나 비슷했으나 테헤란로 뒷 길이라 음식점과 술집들이 섞여있는 블럭에 위치해 있었다. 전체적으로 집이 짜임새 없어보인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좀 걸렸고. 도심에 집이 위치한다는 점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어서 망설여졌다. 어쩔까 하다가 조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퇴근 후 계약금을 마련해서 목요일의 그 집에 가서 계약서를 썼다. 

계약서를 쓰고 상수동 집까지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집에오니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사를 가면 당분간 상수동은 못 오지 않을까. 이렇게 먼데. 

지금 살고있는 집을 부동산과 인터넷에 내 놓았더니 금세 사람들이 연락을 해 왔다. 괜찮은 조건의 집이니까 금방 나갈 거라는 걸 안다. 느낌에 내일 쯤 누군가가 계약서를 쓸 거 같고. 이사날짜를 확정짓고 이삿짐 센터의 견적을 받아야겠지. 이사갈 집에 새로 살 가구와 가전제품을 생각하고. 이사갈 집의 평면도를 지금 집의 평면도와 비교하며 가구의 배치를 생각하고. 그런 일을 하면서 일요일 저녁을 보냈다. 

이사를 준비하고 바쁘게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몸을 혹사시키며 주초보다 나은 멘탈의 주말을 보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다가도 아무렇지 않은 순간에 눈물이 날 때가 지금도 있다. 앞으로도 가끔은 있겠지.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다가올 시간이 겹치고 겹쳐져 결국은 희미해질 뿐이다. 지금까지 내게 있었던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러했듯. 




05 8월, 2013

변화

마음으로 생각만 하면서 불안에 떨던 일이 결국 현실화되었다. 많이 울었다. 밖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깔깔 웃다가도 집에 오는 길엔 어김없이 눈물이 나서 입술을 깨물며 길을 걸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뤄도 좋으니 모두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공존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소용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회고하게 되어서 무척이나 괴롭다.

억울한 기분도 든다. 결국 나에겐 아무런 기회도 없었던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난 그냥 나였기때문에 문제였던건지. 내가 뭘 어떻게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건지. 아니 난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바램이나 기대를 받고 있긴 했던 건지. 그렇게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슬퍼지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할수있는 선에서, 내 머리로 생각한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모든 건 그냥 내 짐작일 뿐이다. 그럴 땐 확실한 부분만 생각하자고 스스로 다스린다. 팩트. 물론 이 쪽으로 생각해도 슬픈건 매한가지지만.

머리를 짧게 잘랐고. 며칠 째 식욕이 없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다시 자랄거고. 머지않아 다시 제대로 식사를 하게 되겠지. 시간이 더 흐르면 또 없었던 일 처럼. 내 지난 시간들을 오히려 의심하면서. 내가 이랬단말이야? 하면서. 뻔뻔해지겠지. 난 항상 그랬으니까.

근데 솔직히 지금은 자신이 없다. 정말로 자신이 없다.
나의 이번 연애는 항상 그래왔던대로, 와 굉장히 달랐어서.
지금 이 마지막도 굉장히 다를까봐 너무 겁이 난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생각을 멈추고 싶다.


31 7월, 2013

마인드컨트롤

거창하게 좌우명같은건 아니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우울함이나. 스스로의 역량에 대한 우울함이나. 어쨌건 종합적으로 자괴감에 빠져있을 땐 아래의 생각을 반복한다. 몇 개 더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아래와 같다. 

  1. 갖고싶은 것이 노력해서 가질 수 있는 거라면. 우울해하지말고 불평하지 말고 노력해서 가지면 된다.
    세상엔 노력해도 가질 수 없는 게 많으니까.
  2.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다. (기대의 크기에 실망은 비례한다) 
  3. 상대적 박탈감은 상대적 우월감 만큼이나 얄팍하다. 

셋다 당연해 보이지만 쉽지 않다. 꾸준한 노력이라는 것 부터가 어렵고. 기대하고(혹은 기대고) 싶은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방어적이 되는 것도 어렵다. 상대적 박탈감과 우월감 사이에서 일희일비 하는 건 (겉으로 내색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오히려 인간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상대적인 박탈감으로 우울함이 커진다면 그건 정말 (이 단어 쓰기 싫지만) 찌질한 일이다. 난 내가 그런 사람이고 싶지 않다는 게 좀 더 크다. 언제나 항상 그렇다. 절대적으로 그렇다. 

가장 많이 생각하는 건 1번이다. 내가 원하는 것들을 갖기 위해 노력하면서 내 삶은 진행된다. 그 흐름에 스스로 만족스럽다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나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실망할정도의 기대를 하지도 않고, 상대적인 잣대로 일희일비 하지도 않게 된다. 그렇게 생각한다. 

지금 나에겐 시야를 흐리고.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일이 있는데. 일단 최대한 심플하게 난 내가 원하는 것들과 그 우선순위만 생각하면서 살기로 했다. 그 가운데 내 노력으로 목적달성이 어려운 일이 있다면 매몰비용따위 생각하지 않을거다. 쉽지 않겠지. 

나를 차갑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오히려 반대다. 난 감정적으로 항상 뜨거운 사람이고 그런 나를 희석시키고 싶지 않다. 난 솔직히 지금의 미지근한 내가 싫다. 다시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는 뜨거운 사람이고 싶다. 지금은 그게 제일 중요하고 나머지는 모두 그 다음이다. 지금은 그렇다. 지금은. 


21 7월, 2013

판도라의 상자

모르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그저 좋은 모습으로. 덮어두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내가 그걸 원했어. 지키고 싶었으니까. 
진심으로.

앞이 또렷하진 않다는 걸 조금씩 느끼면서도 애써 앞을 향해 걸었다. 
잘 되겠지. 어쨌든 지금 나쁘지 않고.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그렇게 나쁘지 않은 미래가 꾸준히 현재가 되고 있잖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난 멘탈이 강한 사람이니까. 될수있는대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그렇게 스스로 위안해 왔는데. 

사실 나는 있잖아. 애매한 걸 무지 싫어하는 사람이거든.
뭐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난 항상 먼저 용기를 내서 사실을 확인하는 쪽의 사람이거든. 
명료한게 좋고. 오해하게 되는 게 싫어서. 
스스로를 아끼는 만큼 스스로에겐 솔직하고 싶고.
내가 아끼는 다른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고.  

모르는 척. 괜찮은거겠지. 잘 되겠지. 
이런 거 사실 딱 질색인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나는 
한동안 혹시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무서운 결과를 마주치게 될까봐.
그게 정말 두려워서 계속해서 괜찮겠지, 괜찮을꺼야, 의 상태를 유지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만나는 것 보다 
그 상태가 오히려 견디기 쉬웠으니까. 

근데 꿈속에서 내가 그런 나를 바보취급하고 있더라고. 
너 바보냐? 진짜 몰라? 모르는 척 한다고 그게 모르는 게 되니? 라고. 

지금까지 내가 나 답지 않음을 유지하면서까지
지키기위해 노력한 게 그게 진짜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 버렸어. 

그래서 용기를 내서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고.
그 안에 들어있던 사실을 확인시킨 동시에
나도 확실하지 않았던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어. 전부는 아니지만. 어쨌든. 

사실 나도 내가 잘 한건지 모르겠다. 솔직히 당장 지금 힘든 기분이어서. 
근데 다른 선택이 있었을까. 
모르는 척 가만히 있었다고 무조건 잘 되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해. 

어쨌든 명료하게 사실을 확인하는 게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어느쪽으로든 더 나은 '과정' 이 되었을거라고 믿어.
그건 분명한 것 같다. 그게 내 방식이 맞고. 

웃기지. 그래, 나는 계속 나였고.
오히려 표면적으로 그 때보다 지금의 내가 안정되고 괜찮은 사람이 된 거 같은데. 
근데 상황은 오히려 달라졌다는 게.

이래서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인과관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인가봐.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어려웠던적이 있나 싶어.
지금 어려워. 너무. 

내가 마음을 준 만큼. 마음을 쓴 만큼. 너무 어렵다. 

근데 이제 더 어려워지진 않겠지. 
그것만큼은 다행인 일. 


27 6월, 2013

위대한 개츠비, 스콧 피츠제럴드 - 그의 미소


그가 사려깊은 미소를 지었다. 아니 사려깊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미소였다. 그것은 변치 않을 확신이 담긴, 일생에 네다섯 번쯤밖에 마주치지 못할 특별한 성질의 것이었다. 잠깐 전 우주를 직면 - 혹은 직면한 듯 - 한 뒤, 이제는 불가항력적으로 편애하지 않을 수 없는 당신에게 집중하고 있노라는, 그런 미소였다. 당신이 이해받고 싶은 바로 그만큼을 이해하고 있고, 당신이 스스로에 대해 갖고 있는 믿음만큼 당신을 믿고 있으며, 당신이 전달하고 싶어하는 호의적 인상의 최대치를 분명히 전달받았노라 확신시켜주는 미소였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그 미소는 홀연 사라져버렸다.

- 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中



<위대한 개츠비>? 재미 없어요. 이 책을 세 번 읽으면 무라카미 하루키와 친구가 될 수 있다죠? 저는 아무래도 하루키와 친구가 될 수 없을 것 같네요. 라는 글을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보게 된다. 이 말을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1) 위대한 개츠비 재미없어 2) 무라카미 하루키도 별로 라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대부분일 듯. 억측을 더하자면 아마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중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정도만 읽으려고 시도했을 거라는 데에 천원 쯤 건다.

물론 사람의 취향은 다양하며 존중받아 마땅하므로 둘 다 재미없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선 내가 잘 이해가 안되는 지점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직접 그의 언어로 저 말을 한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는 사람에 대한 얘기는 그의 소설 <노르웨이의 숲>에 등장하고, 그 말을 한 사람은 주인공 와타나베도 아닌 그의 기숙사 선배 나가사와이다. 들어나 봤나 나가사와? (어쨌건 그 둘은 <위대한 개츠비> 때문에 친구가 되고 밤에 기숙사를 빠져나가 이런저런 일들을...)

무라카미 하루키와 <위대한 개츠비> 에 대해 얘기하자면, <위대한 개츠비>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번역한 바 있고, 그의 역자후기에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소설과 작가' 라고 언급했었다. 하지만 그거랑 <위대한 개츠비>를 세 번 읽고 하루키와 친구하는 거랑은 전혀 다른 얘기라고.

그리고 여기에 +1. 최근 김영하 작가의 번역으로 <위대한 개츠비> 가 새로 나오면서 그냥 '그 소설 재미없어' 를 넘어선 또 다른. 김영하 작가의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안티글을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었다. 이번엔 '그 소설 재미있어'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까지 합세했는지, 번역이 아니라 거의 새로 쓴 거나 마찬가지라느니 하는 비난까지 끼얹어졌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일단은 김영하 또한 하루키 만큼, 호불호가 크게 나뉘는 작가니까.

하지만 공교롭게도(!!) 내가 한국 작가들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바로 김영하. 나는 아주 기쁜 마음으로 새 '개츠비' 를 구입해서 아껴가며 읽었다. 김영하의 문장으로 개츠비를 읽을 수 있다니! 나는 축복받은 독자!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모두 개츠비를 번역하고 개츠비를 좋아하는구나! 그리고 나도 좋아해 개츠비! 그리고 피츠제럴드도! 그러는 가운데 적지않은 사람들은 팔짱을 끼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개츠비, 하루키, 김영하, 그리고 나를 둘러 싼 채 '흠, 글쎄 난 별로' 라는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이다. 솔직히 그럴수록 조금 더 즐거운 기분으로 <위대한 개츠비>를 읽을 수 있어서 좋았지만.

책의 마지막 16페이지에 달하는 그의 역자후기는 '죄 없는 확신범 스콧 피츠제럴드의 변호를 기꺼이 맡아 새로운 번역으로서 변론을 대신할 것을 결심했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당연한 얘기지만 나는 그의 변론이 정말 좋았다. 그의 다음 변호인과, 변론이 기대될 정도로.

피츠제럴드는 행복하지만은 않은 짧은 삶을 살다 갔고 <위대한 개츠비> 역시 바로 빛을 보지 못했으며, 현재까지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위대한 개츠비> 를 재미없어, 라고 평한다. 하지만 지금 정상의 위치에 선 작가들이 그의 변호인을 자처하고 있지 않은가. 책을 읽는 동안, 위대한 개츠비가 아니라 위대한 피츠제럴드, 라는 생각이 내내 머리를 맴돌았다.





23 6월, 2013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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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푸트니크라는 말이 러시아어로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건 영어로 traveling companion 이라는 뜻이에요. ‘여행의 동반자’. 나는 얼마 전에 사전을 찾아보고 그 뜻을 알게 되었어요. 생각해 보면 묘한 부합이죠. 하지만 어째서 러시아인은 인공위성에 그런 기묘한 이름을 붙였을까요. 외톨이로 빙글빙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불쌍한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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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의 동반자이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것은 멀리서 보면 유성처럼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각자 그 틀안에 갇힌 채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인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거에요. 두 개의 위성이 그려 내는 궤도가 우연히 겹쳐질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볼 수 있죠. 또는 마음을 합칠 수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그건 잠깐,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의 틀 안에 갇히게 되는 거에요. 언젠간 완전히 연소되어 제로가 될 때까지 말이에요.



12 6월, 2013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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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을 그리는 일들. 작년 가을 이직 이후 농담으로 시작했는데 어떻게 현실 비슷하게 된 것 같아 미묘하다. 불안할 땐 '혹시?' 하면서 불안요소가 되고, 즐거운 땐 '거봐!' 하면서 농담의 소재가 된다. 지금은? 글쎄.

이직과 새로운 시작, 보이지 않는 트러블, 결국 새로운 팀 발령, 설레임과 확신(!!), 하지만 곧바로 찾아온 소속의 애매함. 뭐랄까, 계속 눈치는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데, 정확하게 이렇다할 얘기는 없는 상태였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보내고 내 삶의 전반이 의존하고 있는 곳의 일이다보니 솔직히 신경도 많이 쓰였고. '그래서 난 어떻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 들고. 별일 아니면 별일 아닌데 성격이 성격인지라 스트레스를 은근 받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원래 팀에 잔존하는 것으로 결정(난 거 같다). 당분간 이동은 없을듯 하지만. '널 어쩌면 좋지? 이렇게 하고 싶은데 그러면 니가 힘들거 같고' 라는 뉘앙스의 말을 듣는 건 이걸로 끝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 내가 살짝 강수를 던지기도 했는데 그건 니가 힘들어서 안된다고 그러네. 내가 괜찮다잖아. 아직도 나를 모르나. 난 결정만 되면 알아서 적응하는데. 안 힘든데. 애매한 상태와 분위기(얘를 어쩌지? 하는)를 잘 못 견디는 거지. 혹시라도 내 역할과 포지션이 바뀔까봐. 어쨌든 확실한 건 이 회사 계속 다닐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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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적당한 거리의 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조금 했었다. 이런 얘기 진짜 어려운데 사실 내가 이랬었고 이런 거 때문에 조금 많이 힘들었었어. 그리고 지금도 이런 얘길 하는 게, 쉽지는 않다. 했더니 의외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너도 그런 고민을 하는구나.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라 이상할 건 없지만. 너까지 그런 고민을 할 줄은 몰랐다는 내용의.

그러게 나도 몰랐다. '그런 고민' 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나 조차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 그런 게 '그런 고민' 이었던 거구나. 아예 생각을 안하거나, 아예 포기하거나,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별 상관없었는데. 아니면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생각하렴, 하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으니까-' 라는 쪽으로 오만한 태도를 취하거나. 

하지만 뭔가 '진짜가 나타났다!' 의 상황일 땐 역시 어느쪽으로도 피하지도 못하고 피하기도 싫고, 결국 메일 수 밖에 없는거였을까. '모두가 다 그래,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라는 걸 어느정도 위로로 삼아도 되는지. 이런 쪽으로는 beginner라서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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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다가 어차피 모든 건 그냥 가능성일 뿐이라는 생각에 주섬주섬 정리해서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여기에서도 거기에서도, 가능성은 그 자체로 불가능의 확률을 동반해서 불안함의 씨앗이 된다. 나는 명확한 쪽만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지금의 내 감정에 충실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어디까지나 예시로서) 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이제 네가 필요없어졌어, 넌 다른 자리를 찾아보도록 해' 라고 하면. 난 '그렇군요, 알았어요',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07 6월, 2013

깨진 유리컵














입구에 약간 금이 갔지만 사용하는데에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얇은 유리컵을 씻다가 금 간 부분에 손이 쓸려 피가 났다. 아프네, 라고 생각하며 반창고를 붙였다. 그래도 쓰는 데엔 무리가 없다는 생각은 그대로여서, 다음 날 건조된 그 유리컵 컵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담아 마셨다. 그리고는 실수로 그 컵을 깨뜨렸고 얇디 얇은 그 유리컵은 산산조각이 났다. 깨진 유리컵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한참을 울었다. 유리컵이 깨졌어, 슬퍼. 라고 말하고 싶었고. 어디 다친데는 없어? 괜찮아? 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 전날은 의외로 눈물이 안 났었다. 하지만 왠지 깨져버린 유리컵에 눈물이 났다. 슬퍼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은 유리조각이 떨어지지 않게 잘 담아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것. 똑같은 새 유리컵을 사서 유리컵이 깨졌다는 사실과 손을 베었다는 사실을 없었던 일로 하면 안될까.

지나간 일은 후회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미치도록 후회되서 죽고싶은 지경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현재와 앞으로의 일이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 잘 한다고 해도 잘 된다는 확신도 없고. 나에게 기회가 남아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비겁하지만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만 하면 됩니다, 문제 없어요. 라는 캡션이 달린 걸로. 하지만 그런 건 없다. 레퍼런스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건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아니니까.

지키고 싶은 것을. 꼭 지키고 싶다는 마음때문에. 놓칠 것 같다는 불안함때문에. 지키지 못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너무 멀리 떠나와서 원래 내 자리가 어디였는지 보이지 않는다. 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을거라는 건 솔직히 조금도 상상하고 있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 경로만 수정한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건 문제가 없을거라고 믿었다. 내 큰 착각이었고 자만이었다.

우선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중이다. 용기를 내서 그리고 마음을 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그 다음은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다.


01 6월, 2013

6월을 앞두고 재정비


요즘 내 상태. 아래는 생각나는 순서대로.

- PC 게임
해야지 마음먹은 것도 많고 사 놓은 것도 많은데 손을 못 대고 있음. <삼품>만 27lv
해야지 마음먹은 것의 예 : 군단의심장, 워페이스, 던스, 크리티카, 마계촌, 마영전, 심시티...

- 모바일 게임
한동안 캔디크러시사가를 비롯해 이것저것 하다가 모두 흥미를 잃음. 아무것도 안함.

- 블로그/글쓰기
쓰고싶은 글은 많고 실제로 쓴 글도 많은데 모두 draft 상태. 이 글도 draft였는데;
Wordpress 툴 자체에 흥미를 느낀 적이 분명히 있었는데 이젠 모르겠다 (...)
쉽고 편리한 구글 블로그로 옮겨갈까봐. ㅋㅍ24에 계정비 내기도 싫고. 근데 그건 언제 하지.

- SNS
instagram 이 유일하게 좋음. 나머지는 다 지루해. 재미없어.

- 운동
마음만 앞서고. 제대로 하는 건 없고.

- 식사조절
그렇게 많이 먹고 있진 않은데. 제대로 먹고 있지도 않고.

- 외국어 공부
영어 : 마지막으로 언제 단어를 외웠더라. 근데 나 영어 잘하는 이미지인듯? 왜?;; 이러지마 부담돼.
일본어 : 가타카나 외운게 가물가물 할 정도. 근데 나 일본어 잘하는 이미지인듯? 왜?;;;; 이러지마 부담돼. ㅜㅜ

- '외국어 공부'를 제외한 공부
응? ㅜㅜ

- 친구 만나기
근처에 사는 친한 친구들은 그래도 자주 커뮤니케이션 하는 편. 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외에는.
미안해. 내가 싫어서 귀찮아서 연락안하는 게 아니야. 그냥 지금은 좀 그래. 에너지가 없어.
내가 챙기는 쪽에 익숙한 사람들아. 지금은 내가 좀 이래. 내가 손 떼면 떨어지는 관계라면 이제 미련 안가질래.

- 위의 '친구'와 '남자친구'를 제외한 인간관계
"내가 맘에 안드는 그녀 자꾸 전화가 오고. 내가 좋아하는 그녀는 나를 피하려 하고~" by 015B

- 미드/일드/한드
열심히 보는 거 아무것도 없음.
하지만 보고싶은 목록은 가득 있다는 게 믿을 수 없는 사실. 왜 나는 손을 뻗지 않는가.

- 영화
볼 수 있는 영화의 풀이 원래도 좁았는데 점점 더 좁아지는 것 같다.
조용하고 지루해도 평화로운 내용의 영화가 좋다. 일본영화들 같은.
아트하우스 모모에 가서 연달아 두 편쯤의 영화를 보고 오면 어떨까.

- 만화책
유일하게 <진격의거인>에 흥분+몰입중. 집요함과 덕심이 간만에 대폭발. (...)

- 애니메이션
유일하게 <진격의거인>에 흥분중이지만 한 편만 더 보면 이것도 끝. 본방사수하는 애니가 생기다니 20년만인가;
<에반게리온 Q> 개봉에 앞서 TV판 복습 등 반짝 열심히 봤는데 지금은 시들. 심지어 Q도 아직 안봄.
뭔가 활동화면 자체를 보는 게 피곤한 상태인가?
하지만 보고싶은 목록은 가득 있다는 게 믿을 수 없는 사실. 왜 나는 손을 뻗지 않는가. 2

- 조립
안하고 있음. 하고싶은데. 해야되는데.

- 야구
류현진이 6승을 했다던데.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관심도 없고 보지도 않음.

- 가사노동
청결도 65% 정도 상태를 겨우 간당간당하게 유지하는 느낌.
시간이 없어. 라기엔 침대에 멍하게 누워서 보내는 시간은 어쩔껀데.

- 독서
연초에 '이제 비문학을 좀 읽읍시다 제발!' 이라고 생각하고 책도 막 샀는데 그냥 거기까지.
송충이는 솔잎을 먹어야 하나봄. 소설/에세이 아니면 여전히 눈에 들어오지 않음.
요즘 읽는 책은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밀레니엄.

- 음악
새로운 음악을 듣는 것 자체가 조금 피곤해서 플레이리스트 안 바꾸고 있... 다지만,
최근 아이튠즈 동기화 기기를 바꾸는 바람에, 새로 아이튠즈를 셋팅해야 하기도. (백업 일부러 안함)
CD가 몇 장 없긴 하지만, 나에게 중요한 CD외에는 리핑한 뒤에 다 정리해서 버리고 싶은 기분도.

-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보고싶다. 근데 돈이 없어. 빈자리도 없대.

- 기억력
기억해둬야 할 걸 상기시키지 않으면 까맣게 잊고 있다가 깜짝 놀라는 경우가 종종 생기고 있어서 긴장 중.
그래서 to-do 리스트를 다시 셋팅했는데 효과가 있을까 모르겠다.
잊어버려도 되는 일은 각인된 것 처럼 잊혀지지 않아서 그게 좀 걱정이고.

- 경제상황
아주 나쁜 건 아닌 것 같은데. 내 맘에 드는 정도의 안정성확보는 안되고 있음. 곧 괜찮아 지겠지.

- 이사
솔직히 내내 멘붕이었지만 하는 거 자체는 이제 받아들일만한 사실이고.이사가고 싶은 동네, 시기도 정했고.
다만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지는 말들에 내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놀라운 건 "(이 참에) 그냥 결혼하면 안돼?"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진짜 많다는 거다.
농담처럼 던지는 말부터 진짜 진지한 질문까지. 결혼은 혼자 합니까...;

- 가족관계
10년전이나. 지금이나. 늘.

- 회사
불안함. 불안해할 일 아닌 거 아는데도 불안함. 아무도 나한테 뭐라 안 그러는데. 그래서 더 불안함.
내가 그냥 여기까지일까봐.

- 마음상태
종합적으로 그리 좋은 상태는 아닌 듯. 일단 사람들을 만나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다.
연락해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연락할 용기? 에너지가 없어서 손을 놓고 있다.
머리 속을 가득채운 생각이 마음대로 입밖으로 안 끄집어내서 안간힘을 써야 할 때가 종종 있다.
1에서 10까지 예상했는데 갑자기 11 이상의 일이 발생하면 머리 속이 하얘지고 불안해진다.
'안도' 하고 마음을 놓으면 나쁜 일이 생겨서 안도하고 있던 나를 망가뜨릴까봐 자꾸 안좋은 수를 미리 계산하게 된다.



6월의 처방

- 뭐든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말 것 (깊이 생각하면 어쩄든 100% 비관적이 된다)
- TV라도 보면서 마음을 가볍게. 가볍게 생각하고 웃는 게 나쁜 거라는 생각을 버릴 것.
- 이사에 대한 생각은 8월까지 머리속에서 지울 것.
- 게임 2 개 정도는 새로 시작해보자. 뭐든- FPS, 액션게임 하나씩.
- 뉴건담을 다 조립할 것 (...)
- 1주일에 3일 이상 운동할 것.
- 조금은 상대방을 믿고 안도하는 태도와 마음가짐;이 지금은 필요할 듯.
- 기차를 타고 어디 먼 곳에, 잠깐이라도 다녀오기.
- 블로그를 새로 정리할 것.



그런 다음 6월 말에 다시 보는걸로 합시다.

괜찮아지겠죠. 사실 지금도 괜찮으니까. 내가 괜히 나쁘게 생각하는거지.

08 1월, 2013

2013.31

2013년의 31살이라 나쁘지 않네, 라고 생각했다. 대단하게 이룬 것도 없고, 회사를 다닌지는 채 3년이 안된데다가, 재무상태도 그냥 그렇지만(아니 어쩌면 평균 이하일지도). 그래도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매일 출근할 일터가 있으며, 매달 월급도 받는다.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도 있고, 이건 확실히 남들보다 잘 한다고(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야도 있고, 대체로 건강하다. 마치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듯 줄줄이 떠올리는 생각들. 하지만 자조섞인 어조는 아니다. 솔직히 (앞에서도 말했듯) 나쁘지 않지, 라고 생각한다. 맘에 안드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가끔(혹은 자주)은 자책하기도, 자학하기도, 우울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나빠지기보다는 좋아질 자신은 분명 있으니까.

여행과 술을 줄이고, 운동과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이사를 생각해야 하는 2013년 상반기. 생각이 많아져서 오랫동안 멍하니 구글캘린더와 구글드라이브의 스프레드시트를 바라보며 잠을 못 자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다. 채워나갈 게 많은 흰 도화지를 보는 기분으로 설렌다. 죽을힘을 다해 노력한 순간은 많지 않지만, 올해도 여전히. 그저 꾸준히 걷겠다는 다짐. 넘어지더라도 24시간 안에는 꼭 일어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