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1월, 2013

2013.31

2013년의 31살이라 나쁘지 않네, 라고 생각했다. 대단하게 이룬 것도 없고, 회사를 다닌지는 채 3년이 안된데다가, 재무상태도 그냥 그렇지만(아니 어쩌면 평균 이하일지도). 그래도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이 있고, 매일 출근할 일터가 있으며, 매달 월급도 받는다.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도 있고, 이건 확실히 남들보다 잘 한다고(잘 안다고) 말할 수 있는 분야도 있고, 대체로 건강하다. 마치 스스로에게 주문을 외우듯 줄줄이 떠올리는 생각들. 하지만 자조섞인 어조는 아니다. 솔직히 (앞에서도 말했듯) 나쁘지 않지, 라고 생각한다. 맘에 안드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다. 가끔(혹은 자주)은 자책하기도, 자학하기도, 우울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앞으로 나빠지기보다는 좋아질 자신은 분명 있으니까.

여행과 술을 줄이고, 운동과 영어공부를 시작하고, 이사를 생각해야 하는 2013년 상반기. 생각이 많아져서 오랫동안 멍하니 구글캘린더와 구글드라이브의 스프레드시트를 바라보며 잠을 못 자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다. 채워나갈 게 많은 흰 도화지를 보는 기분으로 설렌다. 죽을힘을 다해 노력한 순간은 많지 않지만, 올해도 여전히. 그저 꾸준히 걷겠다는 다짐. 넘어지더라도 24시간 안에는 꼭 일어나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