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6월, 2013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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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을 그리는 일들. 작년 가을 이직 이후 농담으로 시작했는데 어떻게 현실 비슷하게 된 것 같아 미묘하다. 불안할 땐 '혹시?' 하면서 불안요소가 되고, 즐거운 땐 '거봐!' 하면서 농담의 소재가 된다. 지금은? 글쎄.

이직과 새로운 시작, 보이지 않는 트러블, 결국 새로운 팀 발령, 설레임과 확신(!!), 하지만 곧바로 찾아온 소속의 애매함. 뭐랄까, 계속 눈치는 있고, 전체적인 분위기가 나쁘지 않은데, 정확하게 이렇다할 얘기는 없는 상태였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보내고 내 삶의 전반이 의존하고 있는 곳의 일이다보니 솔직히 신경도 많이 쓰였고. '그래서 난 어떻게 되는건가' 하는 생각 들고. 별일 아니면 별일 아닌데 성격이 성격인지라 스트레스를 은근 받았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원래 팀에 잔존하는 것으로 결정(난 거 같다). 당분간 이동은 없을듯 하지만. '널 어쩌면 좋지? 이렇게 하고 싶은데 그러면 니가 힘들거 같고' 라는 뉘앙스의 말을 듣는 건 이걸로 끝이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오늘 내가 살짝 강수를 던지기도 했는데 그건 니가 힘들어서 안된다고 그러네. 내가 괜찮다잖아. 아직도 나를 모르나. 난 결정만 되면 알아서 적응하는데. 안 힘든데. 애매한 상태와 분위기(얘를 어쩌지? 하는)를 잘 못 견디는 거지. 혹시라도 내 역할과 포지션이 바뀔까봐. 어쨌든 확실한 건 이 회사 계속 다닐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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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적당한 거리의 친구들에게 내 얘기를 조금 했었다. 이런 얘기 진짜 어려운데 사실 내가 이랬었고 이런 거 때문에 조금 많이 힘들었었어. 그리고 지금도 이런 얘길 하는 게, 쉽지는 않다. 했더니 의외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너도 그런 고민을 하는구나. 사실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라 이상할 건 없지만. 너까지 그런 고민을 할 줄은 몰랐다는 내용의.

그러게 나도 몰랐다. '그런 고민' 과 거리가 멀어보이는 나 조차도 자유로울 수가 없는 그런 게 '그런 고민' 이었던 거구나. 아예 생각을 안하거나, 아예 포기하거나, 둘 중 어느 쪽을 선택해도 별 상관없었는데. 아니면 '넌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생각하렴, 하지만 나는 내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으니까-' 라는 쪽으로 오만한 태도를 취하거나. 

하지만 뭔가 '진짜가 나타났다!' 의 상황일 땐 역시 어느쪽으로도 피하지도 못하고 피하기도 싫고, 결국 메일 수 밖에 없는거였을까. '모두가 다 그래, 너만 그런 거 아니야' 라는 걸 어느정도 위로로 삼아도 되는지. 이런 쪽으로는 beginner라서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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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다가 어차피 모든 건 그냥 가능성일 뿐이라는 생각에 주섬주섬 정리해서 상자에 넣고 뚜껑을 닫았다. 여기에서도 거기에서도, 가능성은 그 자체로 불가능의 확률을 동반해서 불안함의 씨앗이 된다. 나는 명확한 쪽만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지금의 내 감정에 충실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예컨대 (어디까지나 예시로서) 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회사에서 '이제 네가 필요없어졌어, 넌 다른 자리를 찾아보도록 해' 라고 하면. 난 '그렇군요, 알았어요',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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