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6월, 2013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
스푸트니크라는 말이 러시아어로 무슨 뜻인지 알아요? 그건 영어로 traveling companion 이라는 뜻이에요. ‘여행의 동반자’. 나는 얼마 전에 사전을 찾아보고 그 뜻을 알게 되었어요. 생각해 보면 묘한 부합이죠. 하지만 어째서 러시아인은 인공위성에 그런 기묘한 이름을 붙였을까요. 외톨이로 빙글빙글 지구 주위를 돌고 있는 불쌍한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데.


##
나는 그 때 이해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멋진 여행의 동반자이지만 결국 각자의 궤도를 그리는 고독한 금속 덩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것은 멀리서 보면 유성처럼 아름답지만 실제로는 각자 그 틀안에 갇힌 채 그 어디로도 갈 수 없는 죄인같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거에요. 두 개의 위성이 그려 내는 궤도가 우연히 겹쳐질 때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볼 수 있죠. 또는 마음을 합칠 수도 있을거에요. 하지만 그건 잠깐, 다음 순간에는 다시 절대적인 고독의 틀 안에 갇히게 되는 거에요. 언젠간 완전히 연소되어 제로가 될 때까지 말이에요.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