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 6월, 2013

깨진 유리컵














입구에 약간 금이 갔지만 사용하는데에 별 무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얇은 유리컵을 씻다가 금 간 부분에 손이 쓸려 피가 났다. 아프네, 라고 생각하며 반창고를 붙였다. 그래도 쓰는 데엔 무리가 없다는 생각은 그대로여서, 다음 날 건조된 그 유리컵 컵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담아 마셨다. 그리고는 실수로 그 컵을 깨뜨렸고 얇디 얇은 그 유리컵은 산산조각이 났다. 깨진 유리컵을 멍하게 바라보다가 한참을 울었다. 유리컵이 깨졌어, 슬퍼. 라고 말하고 싶었고. 어디 다친데는 없어? 괜찮아? 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

그 전날은 의외로 눈물이 안 났었다. 하지만 왠지 깨져버린 유리컵에 눈물이 났다. 슬퍼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은 유리조각이 떨어지지 않게 잘 담아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것. 똑같은 새 유리컵을 사서 유리컵이 깨졌다는 사실과 손을 베었다는 사실을 없었던 일로 하면 안될까.

지나간 일은 후회해봐야 소용없다고 생각한다. 미치도록 후회되서 죽고싶은 지경이지만 사실이 그렇다. 현재와 앞으로의 일이 훨씬 중요하다. 하지만 앞으로 다시 잘 한다고 해도 잘 된다는 확신도 없고. 나에게 기회가 남아있는지도 불확실하다. 비겁하지만 매뉴얼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대로만 하면 됩니다, 문제 없어요. 라는 캡션이 달린 걸로. 하지만 그런 건 없다. 레퍼런스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건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아니니까.

지키고 싶은 것을. 꼭 지키고 싶다는 마음때문에. 놓칠 것 같다는 불안함때문에. 지키지 못했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너무 멀리 떠나와서 원래 내 자리가 어디였는지 보이지 않는다. 난 다시 돌아갈 수도 있을거라는 건 솔직히 조금도 상상하고 있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 경로만 수정한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건 문제가 없을거라고 믿었다. 내 큰 착각이었고 자만이었다.

우선은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중이다. 용기를 내서 그리고 마음을 다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면서. 그 다음은 잘 모르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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