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7월, 2013

판도라의 상자

모르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모르는 척 하고 있었다. 
그저 좋은 모습으로. 덮어두고 싶었다. 

누구보다도 내가 그걸 원했어. 지키고 싶었으니까. 
진심으로.

앞이 또렷하진 않다는 걸 조금씩 느끼면서도 애써 앞을 향해 걸었다. 
잘 되겠지. 어쨌든 지금 나쁘지 않고. 나쁘지 않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그렇게 나쁘지 않은 미래가 꾸준히 현재가 되고 있잖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난 멘탈이 강한 사람이니까. 될수있는대로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그렇게 스스로 위안해 왔는데. 

사실 나는 있잖아. 애매한 걸 무지 싫어하는 사람이거든.
뭐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난 항상 먼저 용기를 내서 사실을 확인하는 쪽의 사람이거든. 
명료한게 좋고. 오해하게 되는 게 싫어서. 
스스로를 아끼는 만큼 스스로에겐 솔직하고 싶고.
내가 아끼는 다른 사람들을 오해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고.  

모르는 척. 괜찮은거겠지. 잘 되겠지. 
이런 거 사실 딱 질색인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나는 
한동안 혹시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무서운 결과를 마주치게 될까봐.
그게 정말 두려워서 계속해서 괜찮겠지, 괜찮을꺼야, 의 상태를 유지했다.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만나는 것 보다 
그 상태가 오히려 견디기 쉬웠으니까. 

근데 꿈속에서 내가 그런 나를 바보취급하고 있더라고. 
너 바보냐? 진짜 몰라? 모르는 척 한다고 그게 모르는 게 되니? 라고. 

지금까지 내가 나 답지 않음을 유지하면서까지
지키기위해 노력한 게 그게 진짜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 버렸어. 

그래서 용기를 내서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렸고.
그 안에 들어있던 사실을 확인시킨 동시에
나도 확실하지 않았던 것들을 확인할 수 있었어. 전부는 아니지만. 어쨌든. 

사실 나도 내가 잘 한건지 모르겠다. 솔직히 당장 지금 힘든 기분이어서. 
근데 다른 선택이 있었을까. 
모르는 척 가만히 있었다고 무조건 잘 되진 않았을거라고 생각해. 

어쨌든 명료하게 사실을 확인하는 게 
좋은 결과든. 나쁜 결과든. 어느쪽으로든 더 나은 '과정' 이 되었을거라고 믿어.
그건 분명한 것 같다. 그게 내 방식이 맞고. 

웃기지. 그래, 나는 계속 나였고.
오히려 표면적으로 그 때보다 지금의 내가 안정되고 괜찮은 사람이 된 거 같은데. 
근데 상황은 오히려 달라졌다는 게.

이래서 논리적으로 이성적으로 
인과관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인가봐. 

사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렇게 어려웠던적이 있나 싶어.
지금 어려워. 너무. 

내가 마음을 준 만큼. 마음을 쓴 만큼. 너무 어렵다. 

근데 이제 더 어려워지진 않겠지. 
그것만큼은 다행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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