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 8월, 2013

아프지 말자는 생각. 디데이 세기.

몸이 좀 아팠고 하루 휴가를 냈다. 좀 많이 아팠다. 세상에 이렇게 아플 수가 있나? 싶게 아팠다. 휴가를 내야겠다는 메시지를 휴대폰으로 어떻게 보내고 그 뒤에 어떻게 정신을 잃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최근 계속해서 한계선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고있다는 느낌은 있었다. 여러모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근데 잠깐 한 눈을 파는 사이 몸 안에 어떤 퓨즈가 딱 끊어지고 나는 고스란히 완충장치가 없는 바닥으로 추락한 듯한 느낌. 갑자기 아프다고 휴가를 내는 행위부터 해서, 여러가지가 스스로 부끄럽고 견딜 수가 없었다. 그냥 자괴감 그 자체.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그러질 못해서. 겨우 출근해서 휴가를 처리하고 보니, 2013년 연말까지 남은 휴가가 4일뿐이었다. 최소한 아프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체중계에 올라서니 작년 한창 다이어트 할 때의 그 숫자가 눈에 들어와서 깜짝 놀랐다. 역시 체중은 숫자에 불과하군. 같은 숫자라고 같은 몸인 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

그걸 떠나서도 몸 상태는 전체적으로 썩 좋지 않은데. "전체적으로 몸의 기능이 다 떨어져있다" 는 얘길 들었다. 과연 맞는 말인 듯. 별로 많이 먹지도 못하고, 먹고싶은 것도 별로 없고, 가끔 맛있어보이는 음식을 만나서 먹어도 소화를 잘 못 시켜 툭 하면 체한다. 비위약한 타입 아닌데 요즘은 기름냄새 맡으면 토할 거 같은 느낌이 든다. (특히 버터냄새랑 프렌치프라이 냄새가 싫다). 술은 더더욱 조심해야겠고. 왕십리역을 환승할 때 2호선에서 분당선을 가려면 반드시 계단을 오르게 되는데 그 게단을 다 오르는 게 좀 힘들다. 음악을 너무 큰 소리로 듣는 것도 힘들다. 밤 12시 이후에 깨어 있는 것도 힘들다. 쓰고보니 믿을 수가 없을 정도네. 나도 이런 적이 별로 없어서 몸 아픈거 관련해서 트위터에 자꾸 한마디씩 쓰게 된다. 그것도 전체적으로 보니깐 굉장히 별로라서 자제해야겠다고 생각 중. 어쨌든 언제까지나 이런 상태로 방치되어 있으면 안되겠지.

... 라고 말은 하지만 이 기회에 좀 더 다이어트를 하는게 어떠냐!! 하는 악마의 목소리가 적지 않게 들려온달까. 내 마음 속에서 들려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주변에서도 ㅠㅠ 여자의 인생이란 이런 것인가 -_- 건강보다 다이어트가 더 중요한 뭐 그런 (...) 아니면 이것은 언제 다시올지 모르는 기회! 뭐 그런 건가 (...) 사실 나도 모르겠습니다. 적절한 밸런스를 찾는 게 힘들군요.

이사가 9일 남았다. 사람들은 무심하게 "잘 준비하고 있어?" 라고 묻는다. 그러면 나도 무심하게 "글쎄, 뭘 준비해야 하는데?" 라고 되묻는다. 집을 구했고 이삿짐 센터를 계약했다. 그거말고 뭐가 더 있을 리 없잖아. 간혹 "음 버릴 물건을 정리한다거나 하는 일" 따위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난 말한다. "그건 평소에도 늘 하는 건데"

도쿄여행이 21일 남았다. 딱히 여행 일정같은걸 아직 정하진 않았지만, 이번 주말에 면세점에 가서 바우처와, 기프트카드들을 다 써버릴 생각. 여행 전까진 무슨 일이 있어도 식욕을 회복시키고 싶다. 지금 이 상태로는 돈카츠 한 접시도 제대로 못 먹을 위장이라. 맥주는 커녕. 안될 일이다.

베르세르크를 21권까지 읽었다. 아직 16권이나 남았다. 세상에.

26 8월, 2013

여름 끝자락의 주말

그간 별로 없었던 술약속도 있고 회식도 있고 야근도 있던 평일을 보내서인지. 금요일 밤 TV를 보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새벽에 잠깐 깨서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다시 잠들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중천에 뜬 낮 12시였다. 토요일 점심 저녁으로 과식을 해서인지 위는 내내 불편한데도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은 느낌이 난감했다.

침대에 누워서 타블렛으로 <베르세르크>를 보다가, <HAY DAY>를 하다가, 졸음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면 그대로 눈을 감고 졸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시계는 오후 네시를 가리켰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일어나서 샤워를 했다. 그래도 정신이 차려지질 않아 큰일이다 싶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 좋았겠지만 냉장고에 얼음이 없었다. 겨우 나갈 채비를 하고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샀다. 지하철에 실려 <베르세르크>를 보면서도 멍한 기분은 계속되었다. 만화가 판타지 세계관이라서 더 그랬나. 거의 기적적으로 제대로 된 환승역과 목적지에 내렸다.

오랜만에 온 대학로는 마치 홍대입구 역 같은 느낌이라 깜짝 놀랐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동네였나. 이런걸 보는 사람이 있나 싶었던 시시해 보이는 공연에도 사람들은 표를 사겠다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를 만나 간단히 끼니를 떼울만한 곳을 찾았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적당히 길에서 파는 분식을 먹고 레모네이드를 하나씩 사 마셨다. 소극장에서 하는 창작뮤지컬을 봤는데 별 기대는 안했지만 기획자의 의도가 의심되는 탈 장르적인 공연이었다. 네임드 배우들도 출연하던데,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 건지 조금 궁금했다.

택시를 타고 복잡한 대학로를 떠나 맥주 한 잔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워서 다시 <베르세르크>를 보다가, <HAY DAY>를 하다가, 졸다가를 반복했다. 새벽이 되었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계속 위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도 <베르세르크>를 보다가, <HAY DAY>를 하다가를 반복하고 있으려니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켜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했다. 오후엔 이삿짐 센터에서 방문 견적을 보러 오기로 되어 있어서 어쨌든 정리정돈을 조금은 해야 했다. 그러다 밖으로 나가 스탠딩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그 옆의 벨라또띠아에서 또띠아를 하나 샀다. 날씨가 무척 맑았고 더웠다. 사진을 몇 장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하늘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사온 음식들을 먹으며 음악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삿짐 센터 직원의 연락이 왔다. 3명의 인부와 1명의 도우미 아주머니와 청소가 포함된 가격이지만 흠칫 놀랄만한 가격을 견적이랍시고 불렀다. 그래도 회사에서 주는 지원금 안쪽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계약금을 입금했다.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고 옥수수를 찌고 쓰레기를 버렸다. 다시 침대에 늘어져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길지 않은 소설이라 금세 다 읽었다. 약간 혼란스러운 결말이었다. 다시 읽을까 어쩔까 생각하다가 컴퓨터를 켰다. 예전 블로그에서 가져오지 못한 글들을 몇 개 가져와서 정리했고, 아이클라우드 포토스트림을 정리했고, 글을 한 개 썼다. 그러고는 이사 이후에 대해서 잠깐 생각했다. 그렇게 PC와 MAC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동안 시간은 금세 12시를 넘겼다.

<베르세르크> 는 아직 17권까지밖에 읽지 못했다.


19 8월, 2013

요즘 읽는 만화책들

# 최근 읽은 만화책들

사채꾼 우시지마 (마나베 쇼헤이)
라이어 게임 (카이타니 시노부)
도박묵시록 카이지 (후쿠모토 노부유키)
20세기 소년 + 21세기 소년 (우라사와 나오키)
원아웃 (카이타니 시노부)
두더지 (후루야 미노루) (읽는 중)

7월부터 현재까지 위의 만화책들을 차례로 읽었다. <두더지>, <20세기 소년>을 제외하면 적당히 내 취향이 겹쳐지는 만화들. 돈이 왔다갔다하고 도박과 게임을 하고 머리를 쥐어짜야 하는 내용들. 이렇게까지 몰아서 많은 만화책들을 읽은 건 처음인 것도 같다.

그 중에서도 뭔가 가장 잘 만들어진 (그려진? 적혀진?) 만화라는 생각이 드는 건 <도박묵시록 카이지>. 작화도 완전 소년만화풍에 사실 별로 기대도 안했는데 정말 감탄하면서 봤다. 카이지는 그냥 찌질하고 바보같은 남자인데 생사를 넘나드는 코너에 내몰리면서 굉장한 잠재력을 발휘해 내기도 하고 금세 그 한계에 부딪치기도 한다. 위기를 넘기고서 꽤 괜찮은 사람으로 성장할 듯 하면서도 또 그렇게 되지도 않고. 다시 밑바닥으로 돌아가 게을러지고 찌질해지고. 하지만 그래도 배신을 모르는 의리있는 쾌남!? 뭐 그렇게 설명이 되나. 내가 가장 재밌게 본 챕터는 '친치로+빠찡코' 편. '마작' 편은 내가 마작 룰을 잘 몰라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아직 연재중인데 한국에 정발되지 않는다는 점도 아쉽고.

가장 강렬한 건 역시 <사채꾼 우시지마> 인데, 최악의 최악을 리얼하게 그려낸 것 같다는 점에서 읽기가 굉장히 거북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그려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는 없다. 뒹굴거리며 만화를 읽다가도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작가의 <라이어 게임> 과 <원아웃>은 굉장히 내 취향의 만화지만 <원아웃>이 조금 더 재밌었다. 야구를 소재로 해서일까. <라이어 게임>은 아무래도 조금 가볍고, 트릭을 모두 알게 된 후에 두 번 읽게 되진 않을 것 같다. 주인공 남자 캐릭터가 비슷한데 그래도 <원아웃>의 투수 토아가 조금 더 매력적. 투수라서인지? (...) 말도안되는 강속구를 날리는 투수보다는 느린 직구로만 승부한다는 점도 굉장히 맘에 들고.

<20세기 소년>도 좋긴 했지만 너무 늘어진 감이 없잖아 있어서 상대적으로 아쉬웠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것이지. 8년간의 연재분을 나는 1-2주 사이에 읽어 치운것이니 별로 큰 불만은 없다.

# 앞으로 읽을 만화책들

무한의 주인 (사무라 히로아키)
베르세르크 (미우라 켄타로)
클레이 모어 (노리히로 야기)
갤러리 페이크 (호소노 후지히코)

<무한의 주인> 이나 <베르세르크> 를 읽을 생각이었는데 너무 ... 뭔가 너무 거창한 느낌이라 읽기가 겁난다. 후덜덜. 그래도 완결이 났다는 <무한의 주인>을 먼저 읽는 게 나으려나 고민중. 다 읽고 감상을 올리겠음.

12 8월, 2013

이사

누군가 만나서 얘길 하면 눈물이 뚝뚝 흐를 것 같고. 집에 혼자 있기도 싫고. 술을 마시기도 싫은 기분이라. 퇴근하면 저녁식사도 거르고 곧장 집을 알아보러 다녔다. 모 카페에서 직거래 매물을 하나 본 뒤에 그 근처 부동산을 도는 식이었다.

월요일. 경사가 심한 만큼, 꼭 그만큼 좋은 집과 나쁜 집의 격차가 너무 심했던 한남동은 첫 날로 아웃. 한 번은 꼭 살아보고 싶은 동네였는데 내가 거기서 이상적으로 거주하려면 회사는 신사동 어디쯤, 월세는 한 달에 150쯤 낼 수 있어야 그 이상적인 포인트가 나올 것 같았다.  버스로만 출퇴근해야 한다는 리스크때문에 마음이 더 가질 않았다.

지친 마음으로 친한 사람들에게 연락을 했더니 신사동 어디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고. 택시를 타고 갔더니 4000원이 채 나오지 않는 가까운 거리. 거봐. 회사가 신사동이어야 한다니까. 월요일부터 새벽 3시까지 술을 마셨다. 담배도 피웠다. 머리가 너무 짧지 않냐는 말에 일행은 '전혀 전혀 짧지 않다고 더 짧을 줄 알았다고 잘 어울린다고' 진심으로 말해주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잘 얘기할 수 있었는데 힘든 마음에 결국 조금 울고 말았다. i 오빠를 알고 지낸 건 벌써 4-5년은 된 것 같은데 그 오빠 앞에서 눈물을 보인 건 처음인 것 같아서 조금 창피했다. 

화요일. 하루 종일 겨우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지쳐서 침대 위에 쓰러져 천장을 보고 있으니 갑자기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여기저기 문자를 보내서 힘들어서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태어나서 그런 짓을 한 건 처음이라 친한 사람들이 조금 놀란 눈치였다. 나도 다음 날 창피해서 죽을 뻔 했지만 이내 이 정도는 흑역사도 아니지 뭐. 하고 자기 합리화 했다. 

수요일. '처음에 생각했던 그 동네' 에 가서 몇 군데의 집을 봤는데 깨끗하지만 지금 우리집의 1/2만한 크기로 날 경악케 하거나. 도저히 살만한 집이 아닌 곳을 보여줘서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예산은 지금 살고있는 집 보다 두 배로 늘었는데. 원룸 크기의 방이라니. 이사가는 걸 포기할까 하고 잠깐 생각했다. 역시 저녁을 거른 상태여서 상수역에 와서 간단히 맥주를 한 잔 했다. 

목요일. 왠지 이 집을 봐야할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오던 집이 있었는데, 목요일 점심 때 겨우 시간 난다고 하셔서 점심을 거르고 보러 갔다. 내가 본 집 가운데 가장 괜찮았다. 서울살이 11년인데 이 정도 느낌이면 대충 맞다고 봐도 되고. 예산도 딱 맞는 예산. 위치도 딱 원하는 위치. 바로 계약을 할까, 하다가 짧게 여행을 갔다가 금요일 저녁에 오신다기에 일단은 그 때 까지만 생각을 해 보기로 했다.

금요일. 지금 회사에서 걸어 10분거리에 같은 예산의 집이 하나 있어서 보러 갔다. 크기는 목요일의 집보다 조금 작거나 비슷했으나 테헤란로 뒷 길이라 음식점과 술집들이 섞여있는 블럭에 위치해 있었다. 전체적으로 집이 짜임새 없어보인다는 느낌을 주는 것도 좀 걸렸고. 도심에 집이 위치한다는 점은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갖고 있어서 망설여졌다. 어쩔까 하다가 조금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퇴근 후 계약금을 마련해서 목요일의 그 집에 가서 계약서를 썼다. 

계약서를 쓰고 상수동 집까지 돌아오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집에오니 10시가 다 되어 있었다. 아마도 이사를 가면 당분간 상수동은 못 오지 않을까. 이렇게 먼데. 

지금 살고있는 집을 부동산과 인터넷에 내 놓았더니 금세 사람들이 연락을 해 왔다. 괜찮은 조건의 집이니까 금방 나갈 거라는 걸 안다. 느낌에 내일 쯤 누군가가 계약서를 쓸 거 같고. 이사날짜를 확정짓고 이삿짐 센터의 견적을 받아야겠지. 이사갈 집에 새로 살 가구와 가전제품을 생각하고. 이사갈 집의 평면도를 지금 집의 평면도와 비교하며 가구의 배치를 생각하고. 그런 일을 하면서 일요일 저녁을 보냈다. 

이사를 준비하고 바쁘게 집을 알아보러 다니고 몸을 혹사시키며 주초보다 나은 멘탈의 주말을 보냈지만. 아무렇지 않게 앉아있다가도 아무렇지 않은 순간에 눈물이 날 때가 지금도 있다. 앞으로도 가끔은 있겠지. 있었던 일이 없었던 일이 되지는 않으니까. 하지만 다가올 시간이 겹치고 겹쳐져 결국은 희미해질 뿐이다. 지금까지 내게 있었던 거의 대부분의 일들이 그러했듯. 




05 8월, 2013

변화

마음으로 생각만 하면서 불안에 떨던 일이 결국 현실화되었다. 많이 울었다. 밖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깔깔 웃다가도 집에 오는 길엔 어김없이 눈물이 나서 입술을 깨물며 길을 걸었다. 내가 어떻게 해야 했을까. 할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뤄도 좋으니 모두 원래대로 돌려놓고 싶다는 마음이 조금씩 공존한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소용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꾸만 회고하게 되어서 무척이나 괴롭다.

억울한 기분도 든다. 결국 나에겐 아무런 기회도 없었던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난 그냥 나였기때문에 문제였던건지. 내가 뭘 어떻게 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던건지. 아니 난 내가 어떻게 하면 좋겠다는 바램이나 기대를 받고 있긴 했던 건지. 그렇게 생각하면 참을 수 없이 슬퍼지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할수있는 선에서, 내 머리로 생각한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수밖에 없다.

어차피 모든 건 그냥 내 짐작일 뿐이다. 그럴 땐 확실한 부분만 생각하자고 스스로 다스린다. 팩트. 물론 이 쪽으로 생각해도 슬픈건 매한가지지만.

머리를 짧게 잘랐고. 며칠 째 식욕이 없다.

하지만 머리카락은 다시 자랄거고. 머지않아 다시 제대로 식사를 하게 되겠지. 시간이 더 흐르면 또 없었던 일 처럼. 내 지난 시간들을 오히려 의심하면서. 내가 이랬단말이야? 하면서. 뻔뻔해지겠지. 난 항상 그랬으니까.

근데 솔직히 지금은 자신이 없다. 정말로 자신이 없다.
나의 이번 연애는 항상 그래왔던대로, 와 굉장히 달랐어서.
지금 이 마지막도 굉장히 다를까봐 너무 겁이 난다.

어쩌면 좋을지 모르겠다.
생각을 멈추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