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8월, 2013

여름 끝자락의 주말

그간 별로 없었던 술약속도 있고 회식도 있고 야근도 있던 평일을 보내서인지. 금요일 밤 TV를 보다가 그대로 잠들었다. 새벽에 잠깐 깨서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다시 잠들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해가 중천에 뜬 낮 12시였다. 토요일 점심 저녁으로 과식을 해서인지 위는 내내 불편한데도 자극적인 음식이 먹고 싶은 느낌이 난감했다.

침대에 누워서 타블렛으로 <베르세르크>를 보다가, <HAY DAY>를 하다가, 졸음이 틈을 비집고 들어오면 그대로 눈을 감고 졸다가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시계는 오후 네시를 가리켰다. 도저히 안되겠어서 일어나서 샤워를 했다. 그래도 정신이 차려지질 않아 큰일이다 싶었다. 커피를 한 잔 마시면 좋았겠지만 냉장고에 얼음이 없었다. 겨우 나갈 채비를 하고 아무 카페에나 들어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샀다. 지하철에 실려 <베르세르크>를 보면서도 멍한 기분은 계속되었다. 만화가 판타지 세계관이라서 더 그랬나. 거의 기적적으로 제대로 된 환승역과 목적지에 내렸다.

오랜만에 온 대학로는 마치 홍대입구 역 같은 느낌이라 깜짝 놀랐다. 이렇게 사람이 많은 동네였나. 이런걸 보는 사람이 있나 싶었던 시시해 보이는 공연에도 사람들은 표를 사겠다며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친구를 만나 간단히 끼니를 떼울만한 곳을 찾았지만 마땅치가 않았다. 적당히 길에서 파는 분식을 먹고 레모네이드를 하나씩 사 마셨다. 소극장에서 하는 창작뮤지컬을 봤는데 별 기대는 안했지만 기획자의 의도가 의심되는 탈 장르적인 공연이었다. 네임드 배우들도 출연하던데, 어떤 마음으로 연기를 하는 건지 조금 궁금했다.

택시를 타고 복잡한 대학로를 떠나 맥주 한 잔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누워서 다시 <베르세르크>를 보다가, <HAY DAY>를 하다가, 졸다가를 반복했다. 새벽이 되었고 도저히 안되겠어서 불을 끄고 잠을 청했다. 계속 위가 불편한 느낌이 들었지만 어쨌든 잠이 들었다.

일어나서도 <베르세르크>를 보다가, <HAY DAY>를 하다가를 반복하고 있으려니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을 켜고 빨래를 돌리고 청소를 했다. 오후엔 이삿짐 센터에서 방문 견적을 보러 오기로 되어 있어서 어쨌든 정리정돈을 조금은 해야 했다. 그러다 밖으로 나가 스탠딩커피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그 옆의 벨라또띠아에서 또띠아를 하나 샀다. 날씨가 무척 맑았고 더웠다. 사진을 몇 장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리려고 보니 벌써 많은 사람들이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하늘 사진을 올리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사온 음식들을 먹으며 음악을 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삿짐 센터 직원의 연락이 왔다. 3명의 인부와 1명의 도우미 아주머니와 청소가 포함된 가격이지만 흠칫 놀랄만한 가격을 견적이랍시고 불렀다. 그래도 회사에서 주는 지원금 안쪽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계약서에 싸인을 하고 계약금을 입금했다.





빨래를 널고 설거지를 하고 옥수수를 찌고 쓰레기를 버렸다. 다시 침대에 늘어져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길지 않은 소설이라 금세 다 읽었다. 약간 혼란스러운 결말이었다. 다시 읽을까 어쩔까 생각하다가 컴퓨터를 켰다. 예전 블로그에서 가져오지 못한 글들을 몇 개 가져와서 정리했고, 아이클라우드 포토스트림을 정리했고, 글을 한 개 썼다. 그러고는 이사 이후에 대해서 잠깐 생각했다. 그렇게 PC와 MAC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동안 시간은 금세 12시를 넘겼다.

<베르세르크> 는 아직 17권까지밖에 읽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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