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11월, 2013

삼릉공원, 삼성동

점심을 좀 멀리 먹으러 나왔던 어느 날 삼릉공원 근처. 
9월 어느 날, 진짜 딱 소풍가고 싶은 날씨였었다. 삼릉공원 한 번도 안가봤는데. 
내년에 한 번 가볼까? 생각하다가도 그 때엔 회사 근처 동네도 아닌 거다.

이젠 너무 추워서 저런 따뜻한 때깔의 사진이 안 나온다.
어쩐지 이국적으로 찍혀서 맘에 드는 사진.



무역센터에 근무하는 친구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1주일에 1번은 삼성동에 간다.
테헤란로, 차갑고 인간미없고 그냥 회사건물들만 잔뜩인 재미없는 동네라고 생각했었는데
한 달 쯤 뒤에 떠난다고 생각하니 너무 박한 판단을 내려온 걸지도 모르겠다. 
필요한 것들이 적시적소에 있고, 백화점도 있고, 뭐 나쁘지 않았었잖아.




선릉으로의 출퇴근도 딱 4주밖에 안 남았다.
이제 곧 판교로 출퇴근을 하게 된다. 
이직하지 않고도 이직의 기분을 내는 게 신선하긴 한데,
판교괴담이 난무하고 있다는 점,
판교이전 이후 출근시각이 8시로 조정된다는 점이 날 불안하게 만들기도.

뭐 잘 되겠지, 2013년 12월에 어울리는 이벤트인 듯. 


10 11월, 2013

합정동 무대륙

예전엔 그냥 '우리 동네' 였던 곳이 이제는 일부러 시간을 내고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지난 10월 26-27일 Unlimited Edition 이라는 도서와 문구를 파는 마켓이 합정동 무대륙에서 열린다고 해서, 일부러 약속을 점심 이태원, 저녁 합정동 동선으로 잡았다. 친구와 Unlimited Edition 얘기를 하면서 "돈 완전 많이 쓰는 거 아냐?" 라는 대화도 했다. 하지만 무대륙에 도착해보니 이거 뭔가 마켓의 분위기가 아닌 거. 이상해서 머뭇거리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서 물어봤더니 Unlimited Edition 은 그 다음 주라는 거다. 그러니까 그 날은 10월 19일이었는데 약속을 잡은 친구도 나도 둘다 아무런 의심이 없었다는 게 함정. 날짜감각 어쩔 거. 그리고 정작 26일은 다른 일로 바빠서 합정동 인근은 얼씬도 못했다.





그래도 골목 깊숙한 무대륙까지 왔으니까 그 김에 무대륙에서 저녁을 먹었다. 한 동안 먹고싶었던 피쉬앤칩스도 먹고 맥주도 마셨다. 테이블 간격도 넓고 전체적으로 여유있는 공간. 흘러나오는 음악도 맘에 들고, 금연인 것도 좋았다. 상수동에 살 때 자주 못 간 게 뒤늦게 아쉬웠다. 동네에 이런 곳이 있으면 동네친구와 들러서 음악듣고 맥주마시고 수다떨기에 딱 좋을텐데. 앞으로도 무대륙의 행사, 공연일정은 체크.







무대륙 http://mudaeruk.com 
서울 마포구 합정동 3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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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11월, 2013

미투데이 폐지



2014년 6월 미투데이 폐지가 공지되었다.

- 2013/11/05 미투데이 서비스 종료 공지 [공식
- 2013/11/05 굿바이 미투데이 [블로터닷넷]
- 2013/11/05 미투데이, 내년 6월 문 닫는다 [머니투데이
- 2013/11/05 문을 닫을 미투데이에 대한 생각 [현실창조공간
- 2013/11/10 응답하라 미투데이 by 앤디신 [블로터닷넷

미투데이를 떠올릴 때의 내 마음은 페이스북, 트위터와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어서, 폐지가 공지된 이후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짠한 기분이 계속 있었다. 그래서인지 계속해서 손이 근질거렸다. 이 글은 오랫동안 미투데이를 사용했던 사용자로서 미투데이 폐지에 대한 주관적인 소회일 뿐 각잡고 쓰는 분석글이 아니라는 걸 미리 밝힌다.

나는 2007년 베타서비스 때 부터 작년 말까지 미투데이를 꾸준히 사용했었다. 미투데이의 특징 중 하나였던 '낙장불입' (한 번 올린 글은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 기능때문에 불가피하게 계정을 삭제했다가 새로 만든 적은 있다. 지금 찾아보니 1년에 300개 정도의 미투를 올렸다. 리플은 카운트되지 않는다. 나중에 트위터와 비슷하게 내가 쓴 리플이 내 미투에도 등록되는 기능이 생기긴 했지만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미투데이는 기본적으로 전체공개 글로 이루어져있지만, 트위터만큼 완전히 오픈된, 어쩐지 오피니언 리더에게 어울리는 SNS 의 느낌도 아니고, 카카오스토리나 싸이월드처럼 이미 아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공간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글자수를 제한한 페이스북 같은 UI를 가지고 있다고 보이지만, 페이스북의 폐쇄성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글은 오픈되어있고, 관심태그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미투' 를 클릭해도, 리플을 달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암묵적으로 사용자간의 매너가 잘 지켜지고 있어서 어쩐지 그 옛날 PC통신과 비슷한 느낌도 있었다. 앞서서 언급했지만 한 번 올린 글은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글을 올려야 한다는 점도 미투데이의 큰 특징이었다. (추후 이 부분이 서비스 대중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지만)

그 때는 아이폰3gs도 나오기 전이고, 미투데이가 네이버에 인수되기도 전이었다. 피처폰 쓰면서 문자메시지로 사진을 첨부해서 MMS를 보내는 식으로 미투를 올릴 수 있었던 걸 생각해 보면 아주 옛날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네이버에 인수가 결정되었을 때, 빅뱅과 2NE1이 미투데이에 계정을 만들고 홍보하면서 갑자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 미투를 '삭제' 할 수 있는 기능이 '드디어' 생겼을 때 오가던. 우려와 걱정과 논란들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 '낙장불입' 이긴 한데, 다른 의사결정을 했다고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네이버에 인수된 이후 트위터 대항마가 되어야만 하는 압박감을 짊어진 느낌이 약간은 안쓰럽고 버거워보였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언급된 '아이돌 키우는 기획사(NHN)에 들어간 인디뮤지션(미투데이)' 라는 표현에 조금은 공감하는 입장이다.




우리끼리만 아는 어떤 분위기있는 골목 안쪽에 커피와 케이크가 맛있는 작은 카페가 있다면, 그 가게에 손님이 늘 많아보여도 수익은 한정적이다. 오히려 실제로는 적자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 카페의 가치에는 자주 드나들던 매너있는 단골 손님들과 느긋하고 편안한 분위기, 대체로 높은 손님들의 만족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정량화 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당장 사장의 손에 수익으로 쥐어지지도 않는다.

그만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지키면서 큰 길로 나와 가게를 확장하는 건 모험이 필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사장으로서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예전과는 달라지는 모습에 기존에 '보이지 않는 가치' 가 되어 주던 단골 손님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게 예상되는 수 안에 있어도 다른 손님들이 들어올테니까, 라는 마음으로 어느 정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작은 가게' 아이덴티티를 고집한다 해도 다른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확장된 가게가 여전히 좋은 분위기로 성황일 수도 있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이기도 하고! 하지만 뭐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너무 많은 변수들이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산재해 있다. (어디에도 인수되지 않은 트위터는 누구나 성공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직도 제무재표 상엔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IPO이후가 주목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렇게 먹고사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저 골목 안쪽에 있었던 작은 가게를 기억하는 단골손님으로서 아쉬움이 크다는 얘길 하고싶었다. 그 곳의 커피는 충분히 맛있었고 따뜻했으며 적어도 내가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더 비유하자면 테이블의 배치나 인테리어도 무척 맘에 들었고, 이상적이었다. 나중에 어디에서든 다른 모습으로 다시 그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다. 가능하려나. 문을 닫기 전까지는 아직 200여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


06 11월, 2013

iTunes Radio + 듣는 일상



어릴 때 라디오를 정말 좋아했었다. 최소한 오후 8시부터 새벽2시까지는 라디오를 끼고 살았고 몇 시에 어떤 방송국에서 어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 아무렇지 않게 외워서 말할 수 있었다. 내가 라디오에 써 보낸 편지는 최소한 1000통은 넘었을 것이다. 내 글이 채택되어 방송이 된 적도, DJ 와의 전화 연결을 해 본 경험도 당연히 있다. 내가 여기서 말하는 '어릴 때' 라 함은, 손 편지로 사연을 써 보내고 '보이는 라디오' 따위는 상상할 수 없었던 약 20년 전부터 10년 전까지 쯤을 의미한다.

나는 음악을 정말 좋아했지만 용돈이 넉넉하지 못해 다양한 음반을 사서 들을 수 없었다. 대신에 라디오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큰 채널이 되어주었다. 잠시나마 "나도 음악하는 사람이 되고싶다!" 고 꿈꾸었던 일도, 나와 비슷한 취향과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 PC통신을 시작하게 된 일도, 어쩌면 음악 그리고 라디오가 최초의 시드 역할을 했다. 많은 편지글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글 쓰기를 좋아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언제부턴가 아이돌 가수들이 라디오 DJ 데스크를 하나씩 차지하기 시작했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는 것도 모자라 실시간 SMS을 통해 DJ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식으로 그 쪽의 패러다임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시기에 나는 20대 초반에서 중반을 지나고 있었다. 심야엔 라디오를 듣기보단 다른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친구들과 만나 술을 마시고, 프로야구를 보러 다니고, 열심히 연애도 했다.

자연스럽게 마치 정해진 일 처럼 라디오라는 매체와는 거리가 생겼다. 부산이 아닌 서울의 라디오 주파수는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았고, 언제 누가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알 수 없어서 포털사이트를 검색해야 했다. 그러다 가끔 라디오를 틀면 너무 시끄럽고 유치하거나, 어색함이 컸다. 도무지 예전같은 편안한 느낌을 받기 힘들어서 오래 듣기가 힘들었다. 겉으로는 라디오가 예전같지 않아, 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라디오 안의 무언가가 변한 것 보단 내가 변한 쪽이 좀 더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몇 년 전 김영하의 책읽는 시간 팟캐스트를 듣기 시작하면서, 팟캐스트 쪽이 내가 기억하던 라디오와 비슷한 정서가 아닐까 생각하곤 했다. 내 취향에 맞는 팟캐스트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들으면 그만이었고, '녹음' 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원한다면 여러번 반복해서 들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팟캐스트는 '음악' 보다는 '토크' 위주일 수 밖에 없었다. 저작권 때문이었다.




올해 9월, iOS7에 iTunes Radio라는 기능이 발표되면서, 나는 다시 '라디오'를 듣게 되었다. 주파수를 맞추고 DJ가 음악을 소개하는 그 옛날의 라디오는 아니지만, 원하는 시간에 내가 원하는 카테고리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라디오. 필요하다면 언제든 다른 방송국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수없이 많은 채널이 준비되어 있다. 내가 접하지 못했던 좋은 음악을 소개받기도 하고, 오랫동안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음악을 듣게 되기도 한다.

사실 난 음악에 있어서는 '보수파'에 가깝다. 좋아하는 뮤지션도 많지 않고, K-Pop 으로 분류되는 아이돌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고, 모험을 즐기는 편도 아니다. 보통은 늘 듣던 음악을 반복해서 듣고 편안해 하는 쪽인데, 그래도 가끔은 '이거 좋은 음악들이야, 네가 좋아할지도' 라고 떠먹여주는 음악을 듣고 싶을 때가 있다. 과거에 내가 신뢰하는 라디오 DJ들이 그 역할을 했다면 이젠 아이튠즈 라디오가 꽤 적절한 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능동적으로 채널을 바꾸고 찾는 수고가 필요하지만.

아직 이거다! 싶은 아이튠즈 라디오를 많이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며칠 전부터 듣고 있는 Retro FM - 70's Rock 는 낮시간에 일하면서 듣기에 딱 적당하게 편안해서 무척 좋다. 잊고 지냈던 귀에 익은 음악들을 계속해서 틀어준다. 아이튠즈 창을 '미니플레이어'로 줄여서 모니터 구석에 두고 예쁜 앨범커버를 구경하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 정말 20년 전에 라디오 듣던 그 느낌이 조금은 되살아난 것 같다. 음악을 소개해주는 DJ의 멘트는 없지만. 다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큰 채널' 로서 아이튠즈 라디오가 다가와 준 사실이 무척이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