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11월, 2013

미투데이 폐지



2014년 6월 미투데이 폐지가 공지되었다.

- 2013/11/05 미투데이 서비스 종료 공지 [공식
- 2013/11/05 굿바이 미투데이 [블로터닷넷]
- 2013/11/05 미투데이, 내년 6월 문 닫는다 [머니투데이
- 2013/11/05 문을 닫을 미투데이에 대한 생각 [현실창조공간
- 2013/11/10 응답하라 미투데이 by 앤디신 [블로터닷넷

미투데이를 떠올릴 때의 내 마음은 페이스북, 트위터와는 분명히 다른 무언가가 있어서, 폐지가 공지된 이후 어딘가 마음 한구석이 짠한 기분이 계속 있었다. 그래서인지 계속해서 손이 근질거렸다. 이 글은 오랫동안 미투데이를 사용했던 사용자로서 미투데이 폐지에 대한 주관적인 소회일 뿐 각잡고 쓰는 분석글이 아니라는 걸 미리 밝힌다.

나는 2007년 베타서비스 때 부터 작년 말까지 미투데이를 꾸준히 사용했었다. 미투데이의 특징 중 하나였던 '낙장불입' (한 번 올린 글은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 기능때문에 불가피하게 계정을 삭제했다가 새로 만든 적은 있다. 지금 찾아보니 1년에 300개 정도의 미투를 올렸다. 리플은 카운트되지 않는다. 나중에 트위터와 비슷하게 내가 쓴 리플이 내 미투에도 등록되는 기능이 생기긴 했지만 사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미투데이는 기본적으로 전체공개 글로 이루어져있지만, 트위터만큼 완전히 오픈된, 어쩐지 오피니언 리더에게 어울리는 SNS 의 느낌도 아니고, 카카오스토리나 싸이월드처럼 이미 아는 친구들을 다시 만나는 공간도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글자수를 제한한 페이스북 같은 UI를 가지고 있다고 보이지만, 페이스북의 폐쇄성은 없었다. 오히려 지금의 인스타그램과 비슷한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모든 글은 오픈되어있고, 관심태그를 통해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었다.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미투' 를 클릭해도, 리플을 달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았다. 암묵적으로 사용자간의 매너가 잘 지켜지고 있어서 어쩐지 그 옛날 PC통신과 비슷한 느낌도 있었다. 앞서서 언급했지만 한 번 올린 글은 수정이나 삭제가 불가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글을 올려야 한다는 점도 미투데이의 큰 특징이었다. (추후 이 부분이 서비스 대중화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 같지만)

그 때는 아이폰3gs도 나오기 전이고, 미투데이가 네이버에 인수되기도 전이었다. 피처폰 쓰면서 문자메시지로 사진을 첨부해서 MMS를 보내는 식으로 미투를 올릴 수 있었던 걸 생각해 보면 아주 옛날인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네이버에 인수가 결정되었을 때, 빅뱅과 2NE1이 미투데이에 계정을 만들고 홍보하면서 갑자기 사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을 때, 미투를 '삭제' 할 수 있는 기능이 '드디어' 생겼을 때 오가던. 우려와 걱정과 논란들이 지금도 기억난다. 이미 일어나버린 일, '낙장불입' 이긴 한데, 다른 의사결정을 했다고 해도 긍정적인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네이버에 인수된 이후 트위터 대항마가 되어야만 하는 압박감을 짊어진 느낌이 약간은 안쓰럽고 버거워보였던 건 사실이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언급된 '아이돌 키우는 기획사(NHN)에 들어간 인디뮤지션(미투데이)' 라는 표현에 조금은 공감하는 입장이다.




우리끼리만 아는 어떤 분위기있는 골목 안쪽에 커피와 케이크가 맛있는 작은 카페가 있다면, 그 가게에 손님이 늘 많아보여도 수익은 한정적이다. 오히려 실제로는 적자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 카페의 가치에는 자주 드나들던 매너있는 단골 손님들과 느긋하고 편안한 분위기, 대체로 높은 손님들의 만족도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정량화 시키기엔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당장 사장의 손에 수익으로 쥐어지지도 않는다.

그만의 아이덴티티를 그대로 지키면서 큰 길로 나와 가게를 확장하는 건 모험이 필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사장으로서 내릴 수 있는 의사결정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예전과는 달라지는 모습에 기존에 '보이지 않는 가치' 가 되어 주던 단골 손님들이 떨어져 나갈 수 있다는 게 예상되는 수 안에 있어도 다른 손님들이 들어올테니까, 라는 마음으로 어느 정도 감수할 수 밖에 없다. 기존의 '작은 가게' 아이덴티티를 고집한다 해도 다른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한다. 물론 확장된 가게가 여전히 좋은 분위기로 성황일 수도 있다. 그게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이기도 하고! 하지만 뭐가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너무 많은 변수들이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산재해 있다. (어디에도 인수되지 않은 트위터는 누구나 성공했다고 생각하겠지만 아직도 제무재표 상엔 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IPO이후가 주목되지만, 어쨌든 지금까지는 그랬다. 이렇게 먹고사는 일이 쉽지가 않다.) 

그저 골목 안쪽에 있었던 작은 가게를 기억하는 단골손님으로서 아쉬움이 크다는 얘길 하고싶었다. 그 곳의 커피는 충분히 맛있었고 따뜻했으며 적어도 내가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친절했다. 더 비유하자면 테이블의 배치나 인테리어도 무척 맘에 들었고, 이상적이었다. 나중에 어디에서든 다른 모습으로 다시 그 정서를 경험할 수 있다면 좋겠다. 가능하려나. 문을 닫기 전까지는 아직 200여일의 시간이 남아 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