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1월, 2014

여행의 기록에 앞서, 취미로서의 여행.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프라모델, 게임' 에 앞서 '여행' 이라고 먼저 말해야 할 정도로, 언젠가부터 1년에 최소 3번의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있다. 한 번에 대단하게 다녀오는 것 보단 소소하게 자주 다녀오는 쪽이 좋아서. 저렴한 항공권과 숙소를 구하는 노하우도 늘었다. 다른 취미생활이나 지출을 줄이는 건 당연하다. 새해에 달력을 확인하며 이 연휴에 여기쯤 다녀오는 게 좋을까 - 라는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일도 일상이다. 마음이 맞는 친구와의 여행도 좋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도 아무렇지도 않다. 몇년 전 잠깐 일본어를 공부했던 것도 여행가서 편하기 위해서였다. 계속 여행할 수 있도록, 계속 건강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남들보다 강한 체력을 가진 스스로에게 감사하기도.

여행지는 일본의 어딘가가 될 때가 많은데, 그건 내가 일본여행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시차도 없고 가까워서 짧은 휴가에도 훌쩍 떠나오기에 가성비가 좋은 여행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솔직히 방사능에 대한 우려는 별로 하지 않는 편이고) 그렇다고 해서 해외여행지로 일본만 고집하는 건 아니다. 길게 휴가를 내는 게 쉽지 않고, 그러다보니 아시아를 벗어나는 여행을 결심하기 어렵다. 일본 항공권이 특별히 저렴한 경우가 많아 유혹적이기도 하고. (나도 다른 가고싶은 여행지가 많다! 정말로!)

나에게 여행은 언제나 좋다. 언제나 옳다. 우선은 익숙한 이 곳이 아닌 새로운 장소와 공간이 좋고, 여기와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게 좋다. 그 곳에 대단히 특별한 무언가가 있지 않아도 나와는 다른 일상이 존재하는 공간으로서. 크고 작은 공원과 시가지, 기차역과 지하철역, 편의점의 간식들, 소박한 식사들, 작은 풀과 나무까지도 의미있게 다가온다. 그들의 일상 속 나의 비일상. 여기에선 할 수 없었던 생각들을 하게 되고, 가지지 못했던 감정들을 가지게 되는 게 좋다. 조금 좋은 것도 더 크게 감동하게 된다. 곧 떠날 곳이니까 더 애틋하게 느껴진다. 매일 뜨고 지는 해를 어디서 보는 게 예쁠지에 대해 생각하는 건 여행지에서나 가질 수 있는 설렘이다.

지금 이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 그 곳이 질릴 때 까지 생활하고, 다시 그 곳이 지루해지면 또 다른 곳으로 떠나 사는 삶을 살아보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한다. 어디까지나 판타지로서. 여행을 다니게 되면서 생긴 판타지인지, 그런 판타지때문에 여행을 다니게 된 건지, 어느 쪽이 먼저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매일 같은 곳에 출근해야하는 특별한 재주 없는 회사원으로서는 가끔 떠나는 그런 여행이 그런 판타지를 조금이나마 충족시켜주고 안정적이지만 지루한 현재를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가고싶은 곳은 참 많다. 유럽도, 미국도, 동남아도. 달력을 들추며 일주일 쯤의 연휴가 보이면 괜히 유럽 왕복 항공권을 조회해 보기도 하지만, '이런 나라고 해도' 마음먹기가 쉽지 않다. 마일리지가 7만점 모이면 가자고 스스로를 다독이지만 그 때가 오면 정말 휴가를 내고 떠날 수 있으려나. (지금까지 54000점 정도 모았다!) 큰 돈이 드는 것 보다 긴 휴가를 내는 게 더 두렵다. 어쩐지 슬픈 기분이다.

그리하여 다년간 여행의 기록도 많이 쌓였는데, 블로그에 정리해볼까 생각하다가 이런 글을 쓰고 있다. 블로그에 무언가를 정리해 올려놓는 것도,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하는 것도, 모두 '타인으로부터 관심받기 위한 무언가' 라는 얘기를 어디에선가 봤는데. 그보다는 개인적인 정리벽이 조금 더 우선할 수도 있다고 본다. 사진과 글로 어딘가에 정리해 두기에 블로그 웹페이지가 적당한 공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게 공유되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건 그것대로 부가적으로 좋은 효과일 듯 하고. 과거에도 여행을 정리하려는 시도를 여러 번 했는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최근에 다녀온 여행부터 역순으로 정리해 봐야겠다. 다음 여행을 기다리는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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