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4월, 2014

2014년 대체 왜

솔직히 말해서. 하나부터 열까지 좋은 일이 별로 없다. 하루하루가 고역이다. 3월에도 2월에도 좋지 않았다. 나빴다. 근데 이렇게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할 수가 있는걸까. 의욕이 바닥에 뚝뚝 떨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긴 하는건지. 바닥이라는 게 있긴 있고, 그걸 치고 다시 올라갈 수는 있는건지. 그럴 수 있다고 믿고는 있다. 근데 언제? 그거 내 노력으로 가능하긴 한 거?

회사에서의 포지션은 특성상 약간의 불안함을 계속해서 갖고 있긴 했었다. 그래도 관리자에게 따뜻한 말도 듣고 위안도 받고 나도 맘을 다잡고 일단은 잘 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갑자기, 아무런 예고 없이 일순간에 모든 게 뒤엎어졌다. 설마 있을까 싶은 일이 일어났다. 내 포지션, 역할, 목표 모든 게 직격으로 영향을 받았다. 그 일이 있기 전의 내 불안감과는 비교도 못할 정도의 멘탈붕괴였다. 내가 이 회사를 계속 다닐 수는 있을까- 라는 생각을 진심으로 했다. 그리고 지금도 한다. 다음 주에 면담을 진행하면서, 니 자리가 이제 없네? 어쩔 수 없잖아 나가줘야겠다, 라는 말을 들어도 아주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최악의 상황' 까지도 내 계산 안에 들어와있다는 얘기. 물론 나는 내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거다. 그게 내 노력으로 된다는 전제 하에 상황이 바뀌겠지.

요즘 들어 인식하게 되는 것들은 모두 이런식이다. 내가 노력한다고, 나 혼자 어떻게 잘 해본다고 해서 바꿀 수 있는 건 굉장히 한정적이고 한계가 있으며. 내가 실제로 잘 하고 있다 해서 그게 100% 로 반영되어 좋은 결과로 연결될거란 기대도 굉장히 순진한 생각이라는 것. 지금 내가 회사에서 이런 상황에 처한 게, 내가 일을 잘 못해서와는 크게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그걸 말해준다. 그저 나는 어딘가에 연결되어 있었다. 안전장치가 없다고 느껴져 때때로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지만 달리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그저 믿었다. 별일 있겠어? 라며. 그런데 어느 날 제 3자가 그 끈을 아무런 사전설명 없이, 보란듯이 뚝 잘라버린 것. 안전장치따위 없던 나는 그대로 추락했다. 그 뒤에도 아무런 상황설명이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 그저 지금부터 너는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정도의 조언이 있을 뿐이다. (그렇게 말을 해준 분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난 퍼즐조각이나 소모되는 부품따위도 못 되는 거다. 그저 의미없는 무수한 나노블럭 중 하나일 뿐이고 어쩌다 뚝 떨어져 침대 밑으로 들어가면 그대로 잊혀질 거다. 어차피 남아도는 나노블럭일테니.

이런 상황에서는 술도 마시고 싶지 않고, 누군가 사람을 만나고 싶지도 않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약속을 피하고 오래 알고지낸 편한 사람들만 만났다. 뭔가 부조리하고 억울한데 토로할 데는 없는 꽉 막힌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고 지금도 견디고 있다. 머리속이 이 일로 가득 차 있는데, 누구에게도 털어놓기가 힘들다. 듣는 사람 중 절반은 그게 그렇게 심각한 일인지 이해를 못할 거고, 나머지 절반은 그래도 자기가 더 힘들다며 자기 얘길 들어달라고 할 테니.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근데 지금의 난 그 둘 다 감당하기가 벅차다. 내 생계와 커리어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므로 농담처럼 가볍게 말할 여유도 없거니와, 지금 이 상황에서 다른 누군가를 위로할 여유는 더더욱 없다. 그런데도 너는 늘 당당하고 강해보인다느니, 그래도 나보다 낫다느니, 따위의 말을 지금도 듣는데. 솔직히 진짜 지친다. 미안한데 나 진짜 힘들다.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보이냐?

바빠서 연애할 시간 없어, 라는 말은 진짜 웃긴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연애중이었다면 그가 나에게 위안이 되었을까. 오히려 내가 폐를 끼쳤겠지. 간혹 소개팅을 하라는 얘기, 썸 없냐는 얘기를 듣는데. 그런 껀덕지가 생길만한 근처에도 가지 않고 있어서 없는 게 당연한 상태다. 솔직히 지금 이 상황에서 뭘. 내 몸 하나, 그냥 지금 내 감정 하나 챙기기도 벅찬데. 관심이 가는 사람들이야 있었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더라. 이런 네거티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잘 될 리도 없고, 만에 하나 잘 된다 해도 이런 에너지를 전파하고 싶지도 않고. 지금은 정말 최악이니까.

마음만큼 자주 하고있진 못하지만, 그나마 운동할 때가 제일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미친듯이 힘들기도 하지만, 그나마 그 순간이 즐겁고 성취감을 준다. 크로스핏도 그렇고, 자전거도 그렇고. 하길 잘했다 싶다.

그럼에도 방치한 기간이 있어서, 아직은 쉐이프가 진짜 엉망이라 더 좌절. 그러니깐 더 사람들 만나는 게 싫은 거다. 나도 다 아는 사실, '너 살쪘다!'라는 말 굳이 남의 입으로 듣기 싫거든. 그래서 다이어트랍시고 운동과 함께 약간의 편법을 썼었는데 생각보다 별다른 성과도 없고. gg치고 그냥 back to the basic 하기로 했다. 그래도 이 쪽 파트는 꽤 순진하고 정직한 게 먹히니까. 꾸준히 노력한 만큼 성과가 눈에 보이고, 내 노력으로 뭔가 바꿀 수 있는. 그런 게 남아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지난 주 4일 교토여행을 다녀왔다. 그 시간동안은 그래도 좀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회사를 잊고 지냈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 집으로 돌아오니 진심으로 눈물이 날 것 같더라. 헬게이트 오픈. 나는 다시 시간과 상황을 견디는 생활자가 되어야 했다. 대체 왜, 어째서 이래야하는지 답을 모르는 채로. 솔직히 나는. 정말 열심히 나 자신을 바쳐 일할 자신이 있는 사람이고, 내 스스로의 능력을 회사를 위해 펼쳐나가고 발전시키고 함께 성장하고 싶다. 진심으로. 근데 멀리서 보기엔 수 백 명 사이에 끼어있는 '나' 라는 사람 하나가 그렇게까지 특출나지도 않고, 잘하겠다고 발버둥을 치든, 버려두든 별 차이가 없는 그런 하찮은 존재인거겠지.

교토여행을 하며, 이번엔 진짜 진심으로 - 여기와서 뭔가 다른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꼭 일본이 아니더라도, 다른 어디에라도. 다른 곳에서 다른 형태로 살고 싶다. 뉴스를 읽고 있으면 이 나라에서 살기가 싫어진다. 어이없거나, 경악스러운 일이 매일매일 끊임없이 펼쳐진다. 뭉뚱그려보면, 다들 좀 미친 것 같다. 이건 틀렸다는 생각이 분명하게 든다. 나도 그 사이에서 같이 미쳐가기 싫다. 언젠간 반드시 도망쳐야지. 그리고 그걸 위해 준비가 필요하다면 반드시 해 낼거다.

서글프다. 나라는 사람의 물리적인 테두리, 마음의 테두리, 회사의 테두리, 그리고 로컬까지 확장시켜봤자 잘 되어가고 있는 좋은 일이 단 하나도 없다니. 어째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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