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9월, 2014

2014년 여름

마지막으로 남긴 글이 5월 28일이라는 게 어째 좀 짠하다.

6월을 기점으로 회사 업무에 있어서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정확히 발하면 올해 상반기의 불명확한 기운이 어느 정도 정리된 거라고 말할 수도. 그리고는 한 달이 하루처럼 정신없이 지나갔다. 678월 석 달간 거의 매일 야근을 했고, 새벽에 출근해 밤 늦게 들어왔다. 종일 사무실에 쳐박혀 있다 보니 올해 여름이 더운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회사 일을 빼고, 잠자는 시간을 빼고 나면 일상 자체가 없어서 남길만한 근황도 없다.

정말 하루 한 시간 운동도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바빴다. 그러다 6월 어느 날 발목을 삐끗하는 바람에 운동을 당분간 아예 못하게 된 건 그냥 확인사살. 식사는 대부분 회사에서 해결했고, 지겨워 죽을 지경이었지만 달리 선택권도 없었다. 주말엔 밀린 잠을 자기 바빴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된다고 참 많이 생각했다. 내 월급은 그대로인데, 나에게 갑자기 왜 이렇게 많은 책임이 지워지는 건지. 이건 정말 부조리하다고.

열정페이라는 게 분명히 있다. 다 알면서도 이미 걸려들어 있다. 아마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걸. 눈물나게 힘들고 지치는데 그래도 난 여기가 좋아, 지금 나에게 여기보다 더 나은 곳이 '현실적으로' 없어. 부끄러운 얘기지만 애증으로 똘똘뭉친 이 프로젝트가 그래도 난 마음에 들어. 뭐 그런 애정어린 마음으로 견디고 있는 거다. 그것 조차 없었다면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을 거다. 물론 그것 조차 없이 일하고 있는 사람도 꽤 있다. 그리고 그런 마음가짐은 프로젝트에 그대로 반영되고. 나나 그 쪽이나 참 딱한 일이다.

그렇게 여름을 보내고. 이제 정말 좀 쉬어도 되겠지? 라는 시점이 겨우 추석연휴였다. 진짜 그럴 것 같아서 일찌감치 휴가를 내 놓고, 방콕 행 비행기 티켓을 사 두었다. 꿈같은 일주일 휴가를 보내고 이제 다시 현실 로그인 한 시점이 겨우 지금. 요즘은 내년 3월 마라톤 완주를 목표로 하는 훈련을 주 2회 (회사에서) 진행하고 있고, 오늘부터 체육관도 다시 나가기 시작했다. 마라톤 훈련과 병행하기 위해 크로스핏보다 유산소 운동에 가까운 (다소 강도가 낮은) 부트캠프로 변경해서 진행하려는 중.

열정페이니 뭐니 얘기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론 화난다. 생각해보면 운동, 다이어트, 연애, 문화생활. 그 무엇 하나도 손댈 엄두도 못 낸 여름을 보낸 것이다. 이런 적이 없었는데. 고개를 들어보니 올해는 4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정말 아까워서 견딜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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