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3월, 2015

2015 서울국제마라톤 풀코스 (42.195km) 완주

2월 15일 마라톤 32km 완주 이후, 3월 15일 생애 첫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게 되었다. 내가 참가한 경기는 3월 15일에 열린 서울국제마라톤(동아 마라톤)으로, 국내 대표적인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이다.

32km를 완주하는 것도 굉장히 힘들었지만 다음날 신기할정도로 아무런 후유증이 없었기때문에, '내가 32km 에 최선을 다하지는 않았구나 + 거기서 10km만 더 뛰면 되겠지' 라는 자신감을 조금 얻을 수 있었다. 실제로 훈련 때는 나보다 좋은 퍼포먼스를 보였고 32km 기록도 나보다 좋으셨지만, 32km대회 이후 다리의 통증이 몇 주 간 가시지 않아 힘들어한 분들이 계셨다. 

다만 가지고 있는 운동화가 장거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 가장 큰 걱정이었다. 32km 완주 이후 회사에서 운동화를 지원 해 주었는데, 내 발 모양과 맞지 않아 1시간 정도만 조깅하면 슬며시 발이 아파왔다. 새 운동화를 사기에는 적응 기간이 모자라 그냥 32km 때 신었던 운동화를 신고 뛰게 되었다. 러너들이 많이 사용하는 전용 깔창 같은 것도 없는 채로. 뉴비인만큼 템빨도 중요한데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셈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장 아쉬운 포인트. 

경기 전에 코스를 확인했다. 적당히 광화문-동대문-잠실대교-석촌호수-잠실운동장 정도로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광화문에서 출발하여 을지로와 청계천을 한 바퀴씩 훑고 종로를 지나 군자역까지 갔다가, 어린이대공원과 서울숲을 지나 잠실대교를 향하는, 생각보다 훨씬 끔찍한 코스였다. 어쨌거나 틈틈히 코스를 보며 마인드컨트롤을 했다. (도망칠 수는 없으니) 가까운 지인들은 아무리 생각해도 말도 안 되는 도전이라고 얘기했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가 입을 모아. 설마 진짜 하는거냐고. 그게 가능은 한 거냐고. (...) 


그 외엔 나름 2주 정도 금주를 지켰고, 경기 전 3-4일은 다이어트는 잠시 잊고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을 먹었다. 경기 전날은 미치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새벽 6시 30분까지 광화문에 집합하기로 했는데 잠을 설치다 5시 반에 겨우 일어났다. 냉장고에 있던 쉬폰 케익 한 조각을 먹고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새벽부터 광화문은 왜 가냐고 물어서, 마라톤 때문이라고 대답했더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젋은 아가씨가 풀코스가 왠말이냐며 (...) 그러면서 한참동안 자신의 운동 경력에 대해 얘기했다. 그다지 듣기 힘든 얘긴 아니었지만 잠을 거의 못자 피곤한 상태에 긴장감이 겹쳐 성의있는 리액션을 해드리기가 너무 힘들었다. 어쨌거나 택시기사 아저씨의 화이팅을 받고 광화문 광장에 내렸다. 새벽이라 아직은 추운 날씨였는데, 광화문 광장은 짧은 러닝쇼츠를 입은 마라토너들로 북적였다. 




아직은 휴일 꿀잠을 자고 있을 친구들의 단톡 창에 실시간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URL을 남기며, 완주하고 미래에서 만나자는 인사를 남겼다. 

1-10km : 01:03:49
초반에 길이 좁고 사람이 많아 뛰던 페이스대로 뛸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약속한 페이스보다 느린 페이스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10km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페이스를 맞추던 동료들과도 10km는 딱 상쾌하게 뛰기 좋겠다는 농담까지 하면서 뛰었다. 4시간 30분 페이스메이커가 내내 근처에 계셨다. 

11-15km : 01:37:14 (+00:33:25)
이게 하프마라톤이면 진짜 좋을텐데, 라고 생각했다. 2시간 정도 뛰고 끝내는 거면 뭔가 많이 뛴 느낌도 나면서, 크게 힘들지도 않고, 시간상의 부담도 없으며, 불가능에 대한 두려움, 후유증에 대한 두려움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풀 코스는 다르다. 최소한 4시간 이상은 달려야 한다. 해 본적이 없으니 가능할지 없을지도 알 수가 없다. 그래도 32km때는 12km에서 처음 뛰기를 멈추었는데 이번엔 15km까지도 멈추지 않고 뛰었다. 속도가 늦춰질지언정. 같이 뛰던 일행들과 멀어져 혼자가 됐다. 4시간 40분 페이스메이커를 보면서 뛸 수 있는 데까지 따라가보기로 했다.  

16-20km : 02:12:42 (+00:35:28)
18km에서 처음, 뛰기를 멈추고 말았다.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미리 준비했던 iPod Shuffle을 꺼냈다. 혼자 운동할 때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면 갑자기 힘이 솟는 기적을, 마라톤 풀 코스 주로에서도 기대하고 싶었다. 템포가 빠르고 좋아하는 음악들로 만들어 둔 리스트가 부스터의 역할을 해 주길. 최소한 혼자 달리는 지루함과의 싸움에서는 큰 도움이 되었다. 하프에 도달했을 때, 32km 때의 하프와 분명히 느낌이 다른 걸 느꼈다. 딱 절반까지 왔다. 온 만큼만 가면 된다. 막막함보다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는 느낌이 좀 더 컸다. 

21-25km : 02:52:22 (+00:39:40)
힘들다, 힘들다, 힘들다. 다리가 아프다. 하지만 최소한 이 구간이 1달 전 32km때 보단 쉽게 느껴지고 있잖아? 그 땐 죽을 것 같았잖아. 제대로 뛰지도 못하고 거의 걷기만 했잖아. 근데 나 지금은 뛰고있네. 최소한 쌍욕이 나오는 컨디션은 아니네. 조금만 더 견디자. 라고 생각했다. 군자역에서 방향을 바꿔 남쪽으로 달릴 때 살짝 기분이 좋았다. 빨리 한강을 보고 싶었다. 

26-30km : 03:33:39 (+00:41:16)
21-25km 보다 26-30km이 차라리 나았다. 중반이 아니라 진짜 종반에 가까워지는 느낌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30km만 지나가면 앞으로 10km다! 라는 생각을 할 수 있잖아? 그러니까 빨리 가자. 빨리 가서 30km를 밟자. 라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설득하며 뛰었다. 하지만 사실 다리가 미친듯이 무거웠다. 중간중간 스트레칭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실제로 힘들다고 멈추어 봤자 별 소용이 없는 게 맞다. 멈춘다고 안 아픈 것도 아니고. 뛸 때가 오히려 덜 아프다. 

31-35km : 04:15:34 (+00:41:54)
위의 기록으로 나는 아무리 힘들어도 5km를 40분대에 뛴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구간은 정말 죽도록 힘들었고 몇 백 미터 씩 걷기도 했다. 한 달 전 나의 32km 기록은 4시간 4분이었는데, 이번 32km 기록은 대략 3시간 49분 정도였다. 1달 사이에 무려 15분이나 단축했다! 이만큼이나 성장했다! 대단한 나! 뭐 이런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견딘 것 같다. 35km 지점에 다 와서 터덜터덜 걷고 있었는데 갑자기 코치님이 멀리서 뛰어오고 계셨다. (35km 지점에 계셨던 것 같다) 하필 걷고 있을 때라 엄청 부끄러웠다. 코치님이 그래도 완주는 했네? 라며 시간 여유 있다고 응원해주셨다. 

36-40km : 05:02:45 (+00:47:11)
동아마라톤 마의 구간. 잠실대교를 건넜는데 바로 잠실운동장으로 직행하지 않고 석촌동과 삼전동을 한 바퀴 돌고 잠실로 가게 되는 코스여서, 미리 코스를 확인하지 않으면 다들 멘붕을 겪는다고 한다. (덕분에 이번 기수 사람들은 미리 코스를 완벽하게 숙지하여 그 멘붕은 피할 수 있었다) 다 왔는데. 괜찮은데. 마음은 너무너무 달리고 싶은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그래도 다왔다. 여기서부터 걸어만 가도 완주는 할 수 있다. 어차피 목표는 완주였다. 도로도 아직 개방되어 있다. 이 정도면 선방한 거 아닌가. (도로의 차량 통제시간은 보통 완주 5시간대를 기준으로 정해져 있다) 40km 표지판을 봤을 때의 기분은 정말... 

41-42.195km : 05:18:36 (+00:15:51)
그래도 마지막 남은 힘을 쥐어 짜서 뛰었던 구간. 결승점에 걸어서 들어갈 수는 없잖아. 잠실 종합운동장 입구에는 마지막 1km 라는 표지판이 크게 세워져 있었다. 운동장 입구가 가시거리안에 딱 들어온 순간 iPod에서 거짓말처럼 대항해시대2의 ost, Close to home이 흘러나와서 잠깐 눈물이 날 뻔 했다. 아무리 좋아하는 음악이라지만 달리기와 어울리지도 않는 이 음악을 왜 여기에 넣었지. 이 순간을 위해서였나. 아 뭐야. 어쨌든 이제 다왔다. 진짜 끝이다. 근데 의외로 죽을 것 같지는 않잖아. 괜찮네. 그래 뭐, 의외로 할만하네. 뭐 그런 생각들을 했다. 운동장에 들어와 마지막 한 바퀴는 온전히 뛰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뛰었다. 



 


42.195km 완주 메달과 함께 역대급 fitbit 트래킹 기록. 어쨌든 아쉬운 건 역시 5시간 안에 들어왔어야 했다는 생각. 

그래도 32km를 한 달 사이에 15분이나 단축했으니까, 다시 뛰면 5시간 안에 들어올 수 있을지도? 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해 버렸다. 템빨도 더 올리고 체중도 좀 더 줄이고 하면.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아깝잖아. 지금까지 훈련한 게 있는데. 한 번으로 모두 휘발시키기엔. 이제 겨우 시작인데. 

생각해보건대 크로스핏을 통해 나름 꾸준히 해 왔던 코어운동들이 마라톤 훈련에 좋은 기초가 되어주었다고 생각한다. 모든 힘은 코어에서 나오는 게 확실히 맞다. 주로에서 큰 힘이 되어주었던 퍼퓸, 아라시, 라르크엔시엘 여러분들께도 이 영광(ㅎㅎ)을 돌리고 싶고. 마지막으로 농담삼아 무라카미 하루키의 영향으로 마라톤을 시작했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그거 농담 아니고 사실이었음. 하루키 상 존경합니다. 당신 뭐에요, 정말. 글쓰는 사람이면서. 

03 3월, 2015

2015년 1/4 분기의 마지막, 일상 잡담 : Light Side

# 농한기 (비수기)

친구가 지금 시즌을 '농한기' 에 비유를 했는데, 적절하다 싶다. 여름방학 오프라인 행사와 성수기를 해치우고 나면 곧바로 추석, 그 다음은 할로윈, 지나고 나면 겨울 성수기 준비, 크리스마스 연말 시즌을 지나고 나면 연초, 그리고는 설 연휴와 평가시즌이다. 그럭저럭 굵직한 일들을 마무리 짓고 나면 리얼 월드는 새학기, 여기도 슬슬 한가해진다. 5월 어린이날 시즌과 여름방학 시즌을 준비하기 전 까진 여유가 있다. 눈치를 보면서도 긴 티타임을 갖고, 칼퇴근을 한다.

특별한 뭔가가 없다면 - 작년과 같은 무시무시한 조직개편 이슈가 없다면 - 라이브서비스를 하는 우리로선, 그래 뭐, 다들 심심한 시즌이긴 한 거다. 처음으로 사업실에서, 마케터로서 한 쿨을 돌았다. 내년 이맘 땐 조금 긴 여행을 계획해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주로 영화를 보거나, 애니를 보거나, 만화책을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업계, 같은 직군에서 일하는 전 남자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래 너도 심심하구나. 이해는 해.

# 마라톤

3월 15일 동아마라톤 풀코스 (42.195km) 완주를 준비하고 있다. 2주도 채 남지 않은데다 일이 한가해서 요즘은 일, 게임보다 운동 생각을 더 많이 하는 마라토너 모드. 처음엔 10km를 달리는 것도 분명 부담스러운 일이었는데 신기하게도 32km를 완주하고 나니까 42.195km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겼다. 기록은 5시간 완주가 목표지만 아마 좀 넘기지 않을까 싶다. 일단은 포기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목표.

그리고 요즘 드는 욕심은 공기가 맑고 풍경이 아름다운 다양한 코스를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과, 유명한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 트라이애슬론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 등등. 어쨌거나 여럿이 함께 팀을 이루어 하나의 미션을 준비하는 건 굉장히 좋은 경험이었다. 만약 이런기회가 없었다면 나는 절대로 마라톤 풀코스 완주 따위는 꿈도 꾸지 않았을 것.

# 음식

대회를 앞두고 식사조절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고, 요즘은 조리하지 않는 음식들에 약간 빠져있다. 특히 연어와 아보카도가 너무너무 좋음. 생 연어 100g과 아보카도 1/2개를 비슷한 크기로 착착 썰어 그릇에 담고, 생 김에 싸서 와사비 간장을 살짝 찍어 먹는 게 요즘의 아침식사. 배가 많이 고프면 밥 반 공기 정도를 곁들이는 것도 좋은데, 사실 연어와 아보카도만으로도 완벽한 조합이다. 공동구매를 통해 구입한 연어는 꽤 만족스러워서 앞으로도 꾸준히 구매해서 먹을 생각. 점심은 바나나+사과, 요거트+뮤즐리 등등을 돌려가며 먹는다. 저녁은 약속이 있으면 밖에서, 없으면 집에서 연어+아보카도. 질릴 때 까지는 이 조합을 계속 하고 싶은데.

이러면 무슨 정크푸드는 전혀 좋아하지 않는 식생활 결벽증 환자 같이 느껴지지만 -_- 실상 내게 치킨, 피자, 파스타, 떡볶이, 빵, 케이크, 초콜렛에 대한 애정은 내려놓기 힘든 것이라, 어느 날 갑자기 쿠키 한 봉지를 다 까먹기도 하고. 한 밤 중 배달의 민족 앱을 들여다보며 주문할까 말까 고민하다 몇 번은 유혹에 지기도 하고. 다만 확실히 건강한 식생활을 하다 보면 그 동안 지켜온 게 아까워서라도 생각이 덜 나는 것도 맞다. 습관은 중요하다.

# 오타쿠 

오타쿠란 뭔가 아주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용어기도 하지만, 나같은 늅늅의 입장에선 '현자' 와 같은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어서 조금은 동경의 대상이기도 (...) 하지만 특정 일반에선 힙스터, 트렌드세터의 느낌을 주는 부분도 있는지 (이해 못 한다면 스킵) 내가 보기엔 전혀 오타쿠가 아닌 사람이 '제가 오타쿠라서 하하하' 하는 걸 보고있으면 왠지 좀 웃김. 나도 꼬인거지 뭐.

나는 건담도 극장판만 겨우 본 정도이고, (그것도 Z건담은 보다가 졸아서 다시 봐야 함) 턴에이는 보지도 않았고. 기체들을 조립하면서, 얘가 어디에 나오는 뭐하는 앤지 찾아보는 정도라 건덕후;라는 말은 농담으로라도 못하겠다. 전 그냥 샤아 아즈나블이 좋습니다. (...)

# 이사 

빨리 가고싶은데 우리 집이 안 나가서 홀딩 상태. 아으어어어어... 빨리 좀 나가라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