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4월, 2015

별로 좋지 않은 이야기

# 과거에는 분명히 쉬웠던 것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어려워진다.

# 뇌를 통과하지 않은 듯한 말이 입 밖을 나가는 빈도가 약간 늘었다. 분명히 내가 의도하지 않은 말인데 하게 되거나, 비 정제된 말을 하게 되어 스스로 약간 놀라는 것. 내가 말한 게 분명한데 방금 이건 누가 말한거지? 싶은 것. 이건 좀 아닌데, 싶은 단계를 넘어 이제 좀 조심해야 하나, 싶은 단계에 들어왔다. 정확한 원인과 치료방법 같은 건 잘 모른다. 치료? '병' 이라는 딱지를 붙일 만큼 심각한 상태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신경이 쓰인다, 많이. 말을 줄이고, 생각을 늘리고, 귀를 기울일 것. 외로움과 허전함을 쓸데없는 것으로 채우지 말 것. 알면서도 잘 되지 않는 일들. 답답해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난 왜 이렇게 나약한 건가. 

# 날 아는 사람들은 날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난 사실 잘 울고, 어떤 부분에 있어선 그다지 계획적이지도 않고, 고집도 세다. 싫증도 잘 내고, 혼자있으면 쓸쓸하다는 감정도 느끼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해줄 수 있는 건 다 한다. 굳이 이런 글을 써 보는 건 보통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내가 위에 언급한 그 어떤 것도 내 특성이라고 잘 생각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 나는 그냥 이 정도의 선에서 만족하고, 안심하고 있었다. 그 이상을 원한 적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나가서 모든 걸 망치고 싶진 않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정쩡한 상태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건 내 자존감이 낮다는 증거였다. 다른 사람이 같은 태도로 있었다면 난 분명히 단호한 목소리로 충고했겠지. 그리고 그걸 따르지 않으면 바보취급했겠지. 어쨌든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런 나에게는 자격이 없다. 깨끗하게 인정했다. 

# 조용히 내 발 끝을 바라보고 당분간은 어디에도 고개돌리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9월 바르셀로나 여행을 갈 때 까진 그저 조용히 숨 죽이고 가만히 있도록. 감정을 아끼고 마음을 쓰지 말 것.


14 4월, 2015

2015년 2/4 분기의 시작, 일상 잡담 : Dark Side

# 이사 D-4

3월 어느 날 연봉계약을 했고, 다음 날 약속이나 한 것처럼 집이 나갔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고 그 다음 날 판교 어느 부동산에 가서 새로 이사 갈 집을 계약했다. 진도가 안나가 답답하던 일들이 미리 정해놓은 순서가 있었던 것 처럼 물 흐르듯 하나씩 진행되었다. 

부산을 떠나 살게 되는 (C대앞-S대앞-H대앞1-H대앞2-양재) 여섯 번 째 집. 이사 갈 집을 얘기하면 거기 월세 너무 높지 않냐는 얘길 많이 하는데, 사실 낮진 않지. 하지만 솔직히 지금 사는 집과 유지비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나는 발생하는 유동자산을 가치가 불확실한 미래의 자산에 투자하는 것 보단 현재의 확실한 가치 투자/비용처리하는 쪽으로 비중을 두고 있어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마음이 쓰리긴 하지만 - 견딜만 하다. 모든 건 기회비용이다. 10-20만원 차이 정도, 다른 쪽에서 줄이면 그만이다. 우선은 교통비가 가장 많이 줄어들거고.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과 싸우며 (저축을 하고 대출을 갚고) 일반적이라면 일반적인 노선 위를 걷고 있는데. 나는 또 나 하고싶은대로, 내 좋을 대로 생각하고 자기합리화하며 탈선하고 있는 걸지도. 20대 중반의 그 때처럼. 나이를 한 살 먹고 나니까 작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에서 이래라 저래라 말들이 많아지고 있다. 탈선하는 내가 안되어보이는지. 어차피 내 인생은 내껀데. 남에게 피해 안 끼치고, 큰 사고 치지 않고, 윤리적으로도 큰 문제 없이 살고 있으니까. 내가 원한다고 내 맘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있으니까. 그냥 좀 내버려 둬 줬으면 좋겠는데.

# 사람 

다행인 것 - 만나서 편하게 술 한 잔 마실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냥 취하기 위한 술이 아닌, 진짜 맛있는 술을 마시면서 거기에 대해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 함께 공연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그냥 문화생활이 아닌, 오늘 공연의 사운드가 얼마나 역대급이었는지 시시콜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 같이 만화를 보고, 게임을 하고, 거기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사람, 함께 여행가자고 말할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언젠가 자신의 삶을, 배우자를 찾아 떠날 것이다. 그 후에 나는 외롭게 남겨지지 않을까 라는 불안함이 - 인정하기 싫지만 - 분명히 존재해서 그런 생각을 하는 스스로가 웃프다. 어쨌든 사실이니까 솔직해지기로 했다. 

앞서 말한 불안함때문인지, '지금의 관계'를 지키고 싶은, 혹은 더 가까워지고 싶은 사람과 대화할 때면 나도 모르게 굉장히 서투른 사람이 되고 만다. 쓸데없는 말을 하고,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드는 것 같다. 그러고서 금방 후회한다. 덕분에 요즘 종종 이불 하이킥 중. 

일  

나는 왜 척박하다면 척박한 게임업계에서 일을 하는가. 일반적으로는 하는 일에 비해 연봉이 적다고들 하고 (나 역시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어째서 견디는가 - 라고 묻는다면 역시 바보같은 답변 '게임을 좋아하니까' 에 도달하게 된다. 사실이다. 싫어하는 일을 이렇게 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 좋아하고, 재밌어 하고 있다. 그러니까 견딜 수 있다. 

작년 초 까진 불안정을 동반한 약간의 허세가 분명히 있었다. 해외 컨퍼런스 자료들을 정리하고, 새로운 콘솔게임 뉴스들을 확인하고, 눈에 뜨는 해외 모바일 개발사들의 포트폴리오를 조사하여 보고하고, 국내 양산형 모바일 게임들을 슬쩍 비웃기도 하고. 잉여력이 충만하여 눈에 띄는 게임들은 미리부터 발견해서 플레이할 수 있었다. 회사 PC에서 Steam 계정은 항상 로그인된 채 메신저의 역할을 일부 담당했다. 

하지만 직군을 변경한 후 잉여력은 급속도로 바닥을 쳤다. 부팅만 늦어지는 Steam 메신저를 지웠고 다채로운 뉴스들이 나에게까지 흘러 들어올 여유가 없었다. 별다른 감흥도 없이 시시한 모바일 게임들을 기계적으로 플레이하며 시간을 떼우기도 했다. 그게 뭐 어떻다는 생각조차도 안 했다.

좀 웃긴 일인데, 얼마 전 모뉴먼트 밸리를 플레이하며 눈물이 찡할 정도로 감동. 내가 좋아하는 게임은 이런거라구!!! 하면서 아무렇지 않은 것 같았던 현실이 환기되는 바람에 괜히 슬퍼졌다. 나 지금 뭐 하고 있는거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을 좋아하니까 견딜 수 있어, 라고 말할 수 있는걸까. 스스로에게 물어봤자, 지금은 여기다. 여기가 최선이다. 더 나은 곳이 없다. 지금은. 

# 일2 

농담삼아 인맥과 열정페이로 버티고 있다고 말하곤 하는데, 점점 농담이 아니게 되고 있다. 678월에 이슈가 지나치게 많다. 업무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누구에게도 의지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들임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호시탐탐 틈이 보이기만을 노리고 있다. 그래, 인생은 실전이지, 나도 알아. 틈을 노려 크게 한 방 먹이면, 속 시원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너무 피곤하다. 감정소모가 너무 크다.

# 고민

변함없는 인생의 디폴트 고민. [다이어트] [영어공부] [제 2의 직업] 어느 새 새벽 두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