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5월, 2015

선택이 필요한 순간

일주일 사이에 꽤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처음 만나는 사람도 있었고, 아주 오랜만에 만난 사람도 있었다. 맛있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고,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해 뜨기 직전까지 놀이터에서 수다도 떨었다. 요샌 잘 없는 일이었는데, 별 것도 아닌 걸 가지고 엄청나게 많이 웃기도 했다. 그 와중에 날 좋게 봐주신, 어쨌거나 좋은 소식이 있어서 감사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덕통사고를 당해서 갑작스레 새벽까지 애니를 보기도 하고. 대체로 즐거웠다. 중간중간에 놀다가 PC방에 들러서 혹은 새벽 2시에 PC앞에 대기해서 일처리를 해야 하긴 했지만.

그렇게 연휴 5일을 놀다가 회사로 돌아왔다. 연휴 뒤라 챙길 것도 많은 와중에 전화도 너무 많이 오고 부르는 사람도 많고. 정신이 없었다. 그래도 잠깐 카페테리아에서 요즘의 라노벨이나 꽂혀있는 애니메이션 얘기를 하는데 자꾸 일이랑 연결이 되는거임. 내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언급하시며 진심으로 제휴를 해보라고 한다거나.

그러다 문득. 그래 여기가 원래 내 자리였지, 내 일상이었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역시 난 회사가 편하고 좋아!] 라는 의미가 아니라 지난 5일의 연휴가 일종의 판타지같은 느낌이 들어서. 그 땐 분명히 잠깐이지만 마음을 열고 사람들과 솔직한 얘기를 할 수 있었고, 일이랑 상관 없이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뭐 그런, 다른 곳에서는 쉽게 할 수 없을 것 같은 일종의 덕업일치 비슷한 걸 시도할 수 있는 게 확실히 마약같은 측면이 있는 것 같긴 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자꾸 좋지 않은 환경을 눈감아주고, 자꾸만 중독되고 마는 건 아닌지.

그러다가 예정되었던 몇 가지 이슈가 가시화됐고 그 과정에서 또 질린 기분이 되고 말았다. 웃으면서 살갑게 굴지만 사실 모두가 서로를 경계하는. 다들 쉴 새 없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던 거, 나도 마찬가지지만. 새삼스럽지만 역시 아무도 믿을 수가 없다. 하지만 분명히 달콤한 부분들이 있어서 박차고 나갈 수가 없다. 잠깐이지만 매맞는 아내가 이혼하지 못하는 거랑 뭐가 달라? 라는 생각을 했다. 판단이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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