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7월, 2015

인사이드 아웃 (2015)



인사이드 아웃 (Inside out, 2015) / [네이버영화] [IMDB

오랜만에 흰 화면을 보니까 이것저것 할 말이 많이 생각나서 한참을 망설였는데. 가장 최근에 본 이 영화에 대해 얘기하다보면 현재의 내 상태가 자연스럽게 비춰질 것 같아서 오랜만에 영화감상글을 써 본다.
 
<인사이드 아웃>이 개봉되자마자 타임라인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른 픽사 애니메이션이 공개되었을 때와 비슷한 비율로 폭발적인 찬사를 보냈다. 간혹 실망을 표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들은 어쩐지 원래부터 픽사의 정서를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 처럼 '보였다'. 즉 원래 픽사의 팬과, 팬이 아닌 부류가 있었을 뿐, 픽사의 팬이라면 이번 <인사이드 아웃>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 같았다. 전반적인 분위기에 대한 얘기다. 요는, <인사이드 아웃>이 특별히 퀄리티가 떨어지는 '픽사'는 아니라는 데에 대부분이 동의할 것이라는 전제.

나 역시도 그 전제에 동의한다. 영화는 재치있고, 예뻤고, 반짝반짝 빛났다. 실제로 눈에 보이지 않는 뇌내의 활동들을 소재로 멋진 세계를 창조해냈다. 약간 지루한 구석이 있긴 했지만 좋은 아이디어였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고 눈물흘리고 찬사를 보내는 것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전혀 '그들'의 감정에 공감대를 형성할 수가 없었다. 사람들이 울었다는 데가 여기겠구나, 싶었지 나는 눈물 한 방울 흘려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스크린 속 인물들 + 대부분의 관객들이 형성하고 있는 거대한 공감대에 밀려 소외감이 엄습했다. 어린시절에 사랑받은 기억, 친구들과의 추억, 부모님에 대한 감정, 가족애 - 등등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전형적인 것들이고 영화는 그 전형적인 것들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마음이 움직이고 감동할만한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냈다. 거기에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닐까. 즉 이건 내 문제라는 것. 

영화를 보는 내내 - 내 감정의 구슬들은 파랑/녹색으로 가득하겠군, 저런 코어 기억따위 없는 내가 제대로 된 인간일 리 없지, 등등을 투덜거리게 되는 - 내 개인의 문제를 확인하게 되는 게 유쾌할 리 없다.

굳이 영화를 탓해보기도 했다. 너무 일반적인 백인 가정을 소재로 했다는 점이나, 보아하니 아버지는 IT스타트업 종사자로 투자를 받게 되서 샌프란시스코로 이사하게 된 거 같은데, 그 사실을 (어린이의 시선이긴 하지만) 영화에서 이렇게까지 불행해보이게 포장하다니.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불평은 좀 하고싶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얼마나 좋은 곳인데! 아니 뭐 사람마다 기준은 다르니까. 갑작스러운 이사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매우 불행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하지만 그동안 얼마나 갈등없는 가정이었으면 고작 이 정도로... 그래 뭐 내내 행복하게 산 게 죄는 아니니까. 영화에서 표현하고자 하는 건 라일라의 머리 속 감정의 캐릭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모든 갈등이 해결된 뒤엔 다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을 보여줘야하니까 최소한 '이 정도의 레벨'이 되는 전형적인 가정을 소재로 하는 게 당연하겠지. - 결론 : 내가 너무 삐딱하구나. 진짜 영화 하나 가지고 피해의식 쩌네. -_-;

저런 복잡한 감정 없이 그냥 남들 우는데서 울고, 감동하는데서 감동하면서 이 영화를 보고싶었는데 난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그건 힘들 것 같고. 영화를 보며 이런 종류의 소외감(또는 박탈감)을 느낀 것도 오랜만이라 기록해둔다. 별로 좋은 아웃팅은 아닌 것 같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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