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12월, 2015

게임에 대한 리트머스 종이

페이스북에 썼다가 지우고 블로그로 옮긴 글.

현 정권을 지지하지 않고, 정치적으로 공정하고, 젠더 이슈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며, 그 밖의 최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상식적으로 말이 통하는 사람은 굉장히 소수이다. 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게임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부정적인 사람을 솎아내면 더 줄어든다. 아주 미묘하게 성희롱인듯 아닌듯한 말이 슥 지나가는 위화감처럼,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게임에 대한 혐오가 지나가는 순간이 있다. 그 말들이 분명히 바늘처럼 스치지만 대부분의 순간 나는 입을 다무는 쪽을 택한다. 뿌리부터 다른 사람들이고, 난 그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다.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해왔을텐데, 내가 몇 마디 보탠다고 뭐 달라질까. 극단적인 예를 들어 내가 LGBT라면, 호모포비아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어차피 모두에게는 자기 자신이, 자기 생각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뿐일지도 모르겠다. 다행인 건 그렇게 솎아내고 솎아내도 말과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나는 가끔 아니 자주 회사때문에 힘들어하고, 우울해하고, 또 이 바닥이 거지같다고 얘기하곤 하지만, 그래도 내가 더 들어맞는 곳을 찾지 못하겠다. 회사는 야비하게도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로망의 실현' 을 대가로 나의 값을 제대로 쳐주지 않는 것 같지만, 가끔은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 이번에도, 많이 좋아하는 쪽이 지는 거겠지.

최근에 약간 알게모르게 작은 상처들이 쌓였고, 나름 진지한 마음으로 쓴 글인데 쓰고 보니 중2스럽긴 하네. 참고로 술 마시고 쓰는 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