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7월, 2016

34살의 여름

# 누구에게 어떻든 나에게는 마음의 고향으로 삼았던 홍대상수지구에서 멀어지고. 또 멀어져서. 40km 이상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왔다. 그래도 가끔 주말에 한 번씩은 지하철 한시간 반을 타고 홍대에 가고, 친구들을 만나고 한시간 반 지하철을 타고 돌아온다. 짧은 시간은 아니다. 멀다. 멀긴 진짜 멀다고 백 번쯤 생각한다. 난 왜 평생 인연없다 생각했던 이 곳에 살게 되었을까. 그래도 여기가 회사 출퇴근 시간 대비 내가 지불할 수 있는 비용으로 보았을 때 효율적이 높다고 판단했으니까. 그러면 회사 외에 좋은 점은 뭘까. 회사는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가.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회사를 바꿀 수는 없을까. 어느 쪽이 덜 불안하고, 더 행복할 수 있을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머리 속이 가득 찰 쯤 집에 도착한다. 그래도 주어진 상황 안에서 최선을 다했어. 뛰어넘지 못할 장애물에 대해서는 그만 생각하고, 지금 내가 채워 넣을 수 있는 부분을 채워나가야 할 텐데.

# '오랫동안 참아온 것' 은 일종의 습관, 이미 익숙해 진 무언가, 끊어내는 에너지가 오히려 아까운 것. 그렇게만 생각했는데. 밑빠진 독도 상황이 맞아 떨어지니 쉽게 가득 채워졌고 넘쳐났다. 젖어든 자리가, 잘려나간 자국이 처음엔 신경 쓰였지만, 지금도 이렇게 시간은 흐르고 그에 비례하여 잊혀지고 희미해진다. 그리고 더 이상 '참을' 필요도 없다는 해방감. 시간과 에너지는 늘 아까운 것. 그 때도 지금도 당신도 나도 마찬가지.

# 8월 말 홋카이도, 12월 말 칭다오, 1월 말 하노이.

# 푹 빠져있는 무언가가 있는가? 라고 묻는다면 지금은 딱히 없다. 아니 있었는데 지금은 하나 둘 소거되고 그냥 회사 일만 하고 월급을 받는 열정도, 재미도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 같다. 내가 선택한대로의 하루하루를 살았으므로 누군가를 탓할 수는 없지만, 겨우 남아있는 불씨들을 다시 살릴 수 있었으면. 생각보다 너무나도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