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11월, 2017

2017 손기정 하프마라톤 (21.0975km) 완주

2015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 풀코스 참여 이후 마라톤 후기는 처음 쓴다. 그간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기준에서 기록할만한 or 딱히 맘에드는 기록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음. 최근 이직 이후에 여유가 생기면서 운동도 시작하고, 피지컬도 약간 괜찮아지고 있는 추세라, 별로 열심히 트레이닝 한 것도 아닌데 5km 정도는 루틴한 조깅으로 뛸 수 있는 컨디션이 되었다. 기록은 6분 초중반대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뛴 하프마라톤이 꽤 가뿐한 느낌이라 기록해 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강동대교를 찍고 오는 심플한 코스
다만 반환점 인근의 오르막길이 어마어마하다.



출발할 때의 기온이 약 영하 6도. 
내가 달린 날씨 중 가장 추운 날이 아니었을까.



저 비닐이 방한에 꽤 도움이 되었다. 
중간에 더워지면 찢어 버리면 됨 (...)



하프코스가 가장 마지막 출발 (08:50) 



아 끝나간다, 할만하네- 정도의 기분이었던 20km 구간.
하프를 달리기 적당한 구간으로 인식하게 되다니, 성장했다;;



종료 후 메달. 공식 기록은 02:29:00.76


중간에 나이키+앱이 꺼져서 좀 짜증났었는데,
이번이 달리기하다가 강제종료 된 게 두 번째라 대체 왜 이러는지 알아보는 중. 
그래서 나이키+에는 하프마라톤이 기록되지 못했고, 기록도 두 개로 나눠서 올라갔다

게다가 이어폰이 말썽을 부려서, 오디오가이드도 음악도 듣지 못했는데,
이어폰 케이블을 케어할 정신도 없어서 처음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애타게 찾게 되었다.
12월 말에 에어팟을 받기로 했으니 다음 대회 때는 좀 더 쾌적하게 달릴 수 있겠지.




[구간 별 기록은 공식 기록사이트에 올라오면 추가 예정] 

1-2km : 초반이라 사람들이 많이 뭉쳐있었고, 워밍업을 따로 못해서, 워밍업 느낌으로 7분 페이스 정도를 지키는 느낌으로 천천히 달렸다. 이 정도로 끝까지만 가도 괜찮지 뭐, 정도의 느낌.

3-9km : 6:30 정도의 페이스를 지키고자 했고, 평균속력 6:45 정도로 오디오가이드를 체크하며 달렸다. 중간중간 오르막길이 나타나면 조금씩 늦춰졌던 것 같다. 

10-11km (10km - 1:07:37 / 반환점 - 01:11:21.26) : 업힐+반환점 구간. 3단 언덕이 있어서 아이유고개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 마지막 오르막이 진짜 죽음이었고 거의 뛸 수가 없었다. 9km정도까지 거의 안 쉬고 뛰었는데 업힐이 나를 막았고, 아무리 가도 반환점이 보이지 않아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음. 제일 힘들었던 구간. 

12-18km : 고개도 넘고 반환점도 돌았는데, 나이키 앱은 오류로 종료되고, 이어폰도 고장난 것 같고. 어쩐지 외로운 기분으로 무념무상+팔다리 자동모드가 되어 달렸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잠실운동장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이 증폭. 그것만 보고 달렸지만 아무리 달려도 다가오지 않는 잠실운동장. 나중에 페이스를 확인해보니 7분 초반중반대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데, 오디오가이드가 살아있었으면 좀 덜 들쭉날쭉이 아니었을까. 괜히 기계를 탓해본다. 

19-21.0975km (+01:17:39:50 / 종료 - 02:29:00.76) : 사실 그렇게 죽도록 힘들지 않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다 왔다는 느낌에 게으름을 부렸던 구간. 그래도 대놓고 걷지는 말자, 라고 생각은 했다. 다음엔 좀 더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함. 어쨌거나 결승점 들어올 때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을 보니 확실히 성장했다.  


다음 대회는 2018년 1월 28일 월드런 (하프). 그 때까지 또 기록단축을 목표로 연습할 계획이다. 그 땐 그래도 조금 덜 추웠으면 좋겠다. 영하의 날씨는 아니었으면 (...) 


08 11월, 2017

close the world

담당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고, (내가 담당하기 전의 일이지만) 아주 안 좋은 방향으로 역대급 이슈도 됐었고,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유명해져버린 프로젝트를 담당한 일이 있다. 트위터에서의 이슈가 가장 컸고, 그 과정에서 트위터 계정을 차마 버릴 수 없었던 나는 플텍을 걸었다. 종종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프로젝트] 라고 말하곤 했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프로젝트] 라는 표현 만으로도 그게 뭔지 눈치 챈 사람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 프로젝트를 X라고 칭하겠다.

이제서야 겨우 고백하자면, 사실 난 X를 런칭하기 전부터 좋아했다. 한국 온라인게임으로서 설정이나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고, 다른 어떤 게임과 비슷하다고 말하기 힘든 유니크함이 있어서. (캐릭터 디자인은 비교당하는 게임이 있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스토리라서. 혹은 담당하던 시기에 애니메이션 혹은 애니메이션과 가까운 영상 작업을 주로 많이 진행했어서, 캐릭터들과 정이 들어버려서인지도 모르겠다. 요즘도 때때로 게임 속 그들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름 플레이를 재미있게 즐기기도 했다. X는 대단하거나 완벽한 게임이라고 하기엔 어렵다. 화제가 되었을지언정, 게임으로서 아주 큰 사랑을 받아본 일도 없다. 누군가에겐 오히려 질색하게 되는 카테고리에 속한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나쁜 쪽으로 아주 유명해졌던 일 때문에, 이제 난 '이 사실 X를 좋아했었어' 라는 말도 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의 좋아한다는 감정은 그런 것 같다. 어쨌든 뭐, 너를 둘러싼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난 너를 좋아해. 좋아했었어. 떠나온 지금도 가끔 보고싶고 그래. 

어제는 나의 새 프로젝트가 미디어에 처음 공개되었다. 트레일러 영상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얼떨떨했다. 회식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잠들었는데, 새벽에 깨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아이러니하게도 그 프로젝트와 모든 면에서 정 반대편에 있는 것 같은 X와, X를 담당하던 시기에 작업했던 영상들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아래의 영상은 좋지 않은 여건속에서 개발 쪽 A님과 최선을 다해 만들던 시리즈 프로젝트였다. 그럭저럭 오프닝을 공개할 수 있는 퀄리티가 되었을 때 많이 기뻤다. 그 이후의 상황은 말할 수 없다. 이제 내 손을 떠난 일이기도 하고. (개발 쪽 담당자분도 내가 퇴사한지 얼마 안 되어 개발사를 퇴사하셨다. (...))


막 그렇게 뛰어나게 잘 만든 것도 아니고 사실 아직도 어설픈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나도 모르겠다. 어제도 잠깐 그리워져서 몇 번 돌려봤었다. 확실히 감성의 영역이다. 누군가에게는 팬심의 영역일 것과 비슷한. 



26 10월, 2017

치유의 과정

이 글의 말미에 적힌 [깊은 한숨]과 관련된 사건은 이후 며칠 혹은 몇 주간 나를 괴롭혔지만 결과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정리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새 회사에서의 생활도 익숙해지고, 그 사이에 연애도 시작하고! 놀랍게도 안정된 일상을 느끼며, 꽤 행복한 기분이네- 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다만 이 [작용]에 대한 [반작용]을 극복하는 것이 현재의 과제가 되었다. 

그간 당연하고 익숙하게 여겨왔던 부분들이 사실은 크게 잘못된 일이 맞고 - 나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야 있었지만, 스스로를 부정해서는 버티기 어려워서 참아왔던 시간들이 길었음 - 그러면서 그 동안 누적된 마음의 병을 마주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수면장애로 약을 먹기 시작했고, 가끔은 감정조절이 안 되어 당혹스럽고, - 습관적으로 억누르고 참았던 환경에서 그러지 않아도 되는 환경으로 옮겨졌기 때문이 아닐까 -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일들이 낯설고 어려울 때가 있어서 조금 힘들다. 그럴 때 마다 최대한 자기객관화를 해보면서, 마인드컨트롤을 하려고 노력중. 아직은 극복의 단계이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 당연하게 여겼지만 참아왔던 잘못된 사례의 예시 - A타입
    • 칼퇴근을 하고, 휴가를 이어서 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판단을 하게 만든 '가스라이팅' 
    • 이유가 어디있어? 시키면 그냥 하는거고 너는 머리를 쓰지 마, 라는 직간접적 메시지 
      • 당연히, 너무나 당연하게도 직접적으로 그 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음 
    • 그 밖에 직간접적으로 내가 목격한 크게 잘못된 일들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인 일이 포함되어 있음
    • 그리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 어쨌거나 위의 그들이 나보다 훨씬 인정받고 잘 산다는 사실 

  • 당연하게 여겼지만 참아왔던 잘못된 사례의 예시 - B타입
    • 나에게서 회사를 빼면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어버림 
    • 내가 회사를 들여다 보았을 때에도 빈 껍데기만 보임 
    • 즐겼던 취미생활 대부분이 멀어졌고, 내 쪽에서도 귀찮아짐  
    • 스스로를 꾸미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의욕도 없음
    • 새로운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이제 불가능한 일이야, 라는 생각 
    • 새로운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지, 라는 생각 

정말로 분명하게 기억하는데 최소한 회사생활을 하기 전의 나는 욕을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왜냐면 처음으로 입 밖으로 '존나 or 씨발' 이라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었던 이유, 사건, 장소는 회사였고 그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일은 그 말을 뱉기 전과 후의 나로 갈라놓았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비슷한 일을 겪고, 참고, 감정을 숨기고, 그러다보니 회의실 문을 닫고 나오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 때는 연애형인간 아니야? 라는 말을 들을정도로 늘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연애도 하지 않게 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일상, 30대 중반에 가까워지는 나이도 이유에 포함되겠지만, 일단 내가 사랑받을만한 사람의 모델에서 멀어지고 있었고, 나도 다시 돌아갈 의지가 별로 없었다. 

나의 변화에 대해 누군가, 무언가를 탓하고 싶진 않았다. 그저 내가 그 정도의 사람이었겠지. 회사생활은 모두 다 힘들대.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많잖아. 뉴스에서 말하는 근로자 평균 소득보다는 높은 내 연봉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일단 돈을 벌어야 해. 월세를 내야 하고. 지금의 삶을 버티기 위해서는 연휴 때 여행도 가야 하고. 최신형 스마트폰도 사야 해. 

하지만 지금에 와서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믿을 수 없게도, 위의 부조리한 사례들은 일단 대체로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도 약간은 더 많이 벌게 되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 그 동안의 나는 뭐였지. 왜 참았지. 스톡홀름 신드롬 비슷한 거였나. 어쨌든 그 사실 때문에 다시 화가 났던 것 같다. 내가 겪은 일보다 별일 아닌 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볼 때도 가끔은 나도 모르게 삐딱해졌다. 특히 이 부분은 지금도 굉장히 위험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초에 올해는 꼭 배워야지, 마음을 먹다가 도무지 주 2회 주기적으로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늘 포기했던 수영 강습과, 그 사실을 얘기했을 때 '당연히 그런걸 배우는 걸 일과 병행하는 건 힘들지'라는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 - 을 떠나, 스포츠센터에 회원가입을 하고 나오는 길에도. 아 이거, 이렇게 쉬운거였는데. 그 동안의 나는 뭐였지, 하고 조금 다시 화가 났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문제가 되던 부분이 지금은 대부분 픽스되었다.] 그건 아주 좋은 일이고. 잘못된 것들을 정상적인 것에 갖다대어서 비교하고 화를 내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감정을 달래고. 사과한다. 이것은 현재, 치유의 과정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어제보다 오늘 조금 나아진 것 처럼, 부정적인 것들이 조금씩 희석되어가겠지. 언젠가는 좀 더 맑은 마음으로 약 없이도 잠에 잘 들 수 있겠지, 라고 믿는다. 나도 '일상'을 누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어색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서. 

28 8월, 2017

새로운 시작으로 향하는 과정

이상적인 계속 회사생활의 어려움 - 이라는 글을 쓰고 얼마 되지 않아 새 회사와 면접을 보고 이직을 했다. 이것은 짧게 요약한 결론에 불과하다.

선택의 과정에서 우선은 분명한 [장애물]이 있었다. 처음 마음을 먹기 전, 난 우선 그것을 먼저 넘어야 했다. 전체 맥락에서 가장 시시한 부분일 수 있으나, 솔직히 말하자면 이 지점부터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응.

이후엔 서로 간에 확실한 결정이 떨어지기까지 물리적인 시간이 불가피하게 필요했다. 불안이 높았던 나는 그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마음을 먹은 건 그저 시작일 뿐이었다. 처음엔 상대(새 회사)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장애물]과도 어쩔 수 없이 연관이 있었다. 이 곳과 그 곳, 객관적인 팩트를 떠올리며 마인드컨트롤했다. 딱 한 단계만 좋아지면 돼. 정말이지 많은 것을 원하는 건 아니잖아. 심지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것도 아니잖아. 그리고 나는, 나를 믿어주는 너를 믿어야겠지. 

그 다음엔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괴로웠다. 입장을 바꾸어 보면, 상대(새 회사)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을 해 준 것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그렇게 자신있게, 내가 필요하다고 넌 말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과연 검증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난 분명 최선을 다 하고, 열심히 하겠지. 그치만 그것으로 충분할까.

그런 연유로 약 3개월을 통째로 괴로워했다. 잠도 잘 자지 못했다. 때때로 입맛도 없었고, 겨우 휴가를 확보하고서도 맘 편히 쉬지 못했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각자가 한 마디씩 말을 보탰다. 붙잡는 말, 부럽다는 말, 그리고 그 뒤에 숨은 진심들이 얼핏 보였다. 여기도 충분히 좋은 곳이야. 과연 네가 새로운 곳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다만 그런 시선은 오히려 힘이 되었다. 선의에서 우러난 직접적인 응원보다도 때로는 더. 발화자들의 어리석음을 내 쪽에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난 야망이 없는 사람이지만, 너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꼭 행복하고 말게. 너의 같잖은 프로젝트보다 내 프로젝트가 100배는 성공할거야. 소년만화 주인공이라도 된 것 처럼 이런 대사들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고. 중2병은 과연 언제 낫는걸까 생각하고.

좀 허탈하고 우스운 건, 상기에 서술한 이 밀도 높은 불안과 괴로움이 입사 후 2주도 되지 않아서 씻겨 나가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할 정도로. 그렇게 메데타시, 메데타시... 

... 면 좋을텐데. 삶이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네, 라고 생각하게 된 지금은 입사 6주차. 뭐 어떻게든 또 극복할 수 있겠지, 라고 일단 생각해본다. 지금은 정말 잘 모르겠고, 해결된 시점에 다시 글을 쓸 수 있으려나. (깊은 한숨)


28 4월, 2017

이상적인 '계속회사생활'의 어려움

첫 회사로부터 이직을 결심했을 즈음, 회사생활과 연애의 유사성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사실 지금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이성에게 두루두루 인기가 많은 사람이 된다면 자존감도 올라가고 당연히 좋기야 하겠지만 결국 선택하는 상대는 보통 하나이므로, 자기에게 잘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실무진 면접은 약간 소개팅 같다. (소개팅 안해봤지만) 소개팅에선 거의 있을 수 없는 일 같은데 5년 전 당시 이직 준비 중일 땐 모 회사에 딱 하나의 지원서를 썼고, 면접을 봤고, 곧바로 그 회사에 합격했다. 정말. 뛸듯이. 기뻤다. 곧바로 당시 팀장을 회의실로 불러서 '잘 들어, 나 여길 그만둘것임' 이라고 말하던 순간의 희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이직한 회사에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그렇게 기쁘게 들어왔던 곳이란 말이지. 

이런 글도 썼었네. 회계학에서의 '계속기업의 가정'(회사가 망한다는 가정하에 경영을 하진 않는다는 것) 처럼, 회사생활과 연애의 경우에도 (당연히 언젠간 끝이 있겠지만) 그만둘 것을 전제로/헤어질 것을 전제로 하진 않는다고. 인용하자면, '계속회사생활' 과 '계속연애' 는 안정적이고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장점은 그 뿐. 그만큼 내가 도태되고 느슨해지고 긴장감이 없어지고. 결국 나를 잃어버리는 상황까지도 오게될 수도 있고. 이상적인 형태로 '계속회사생활' 과 '계속연애' 를 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수반된다는 거. 그러면 또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도 있고. 근데 그거 진짜 쉽지 않다고. (5년 전의 나 글 정말 잘 쓴 듯?) 그러니까 5년 전의 나도 알고 있었던 거네. 그렇게 기쁘게 시작했지만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걸. 

돌아보면 나를 굉장히 많이 잃어버렸다. 연극과 뮤지컬과 공연을 좋아하던 나, 게임을 좋아하던 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던 나, 원피스만 입고 다녔던 나(!!!), 화장을 하고 다녔던 나 - 모두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몸무게도 늘고, 게다가 나이는 나이대로 먹고 말이지. 완전 손해봤다. 연봉은 조금 올랐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다. 현실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연휴엔 족족 해외여행을 떠났으므로 딱히 돈을 많이 모으지도 못했다. (물론 여행간 걸 후회하는 것은 아니고) 

정말이지 이상적인 '계속회사생활' 은 나 혼자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 일단은 안정적인 부분은 있지만 '어느 순간' 부터 어딘가 도태되는 기분이 들어 괴로움이 커지고 있다. 더 나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느슨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게임쇼같은 큰 행사를 끝내고 난 이후에 찾아왔던 번아웃이랑은 좀 다르다. 뒷걸음질을 하는 듯한 느낌, 갈수록 멍청해지는 듯한 감각이 너무 싫었다. 총기를 잃고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들을 여기 저기에서 보면서 두려웠다. 그러니까 조금 있으면 나도 저렇게 멍청해지는건가. 안돼. 절대로 싫어. 뚱뚱해지고 나이도 먹었는데, 돈 조금 번다고 멍청해지기까지 해야 되다니. 이건 뭔가 많이 잘못되었잖아. 난 아직 젊고 건강하다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너무' 는 뺐다.) 

사는 건 누구나 다 힘들고 어렵지. 게다가 업계가 업계다보니, 고개를 돌려봐도 다 죽는 소리뿐이다. 크런치모드니 뭐니 해서 직원을 죽이려고 드는 데가 있질 않나. 진짜 뛰어내려서 죽는 사람이 있질 않나. 여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자꾸 스스로 타협을 하게 되고. 앞서 말한 연애로 비유를 들면 그래 뭐 성매매하고 바람피고 여자친구 때리고 하는 놈들도 많은데 얘 정도면. 어디가서 나쁜 짓은 하지 않잖아. 이젠 더 이상 나에게 니가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다정하게 말해주지 않지만 뭐, 주말마다 데이트도 하고, 생일엔 선물도 사주니까. 딱히 날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 정도의 기분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말하고 보니 진짜 싫네. 그러다가 갑자기 현타가 와서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야!' 라고 정신이 차려지는 순간이 오는 거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내가 지금 그렇다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에게 지금 이게 무슨 가치가 있지. 

그래서 헤어짐을 마음먹었다면 빨리 실행에 옮길수록 좋은 거겠지. 내가 쭉 고민해봤는데, 이제 너랑 더 이상은 안 되겠어. 넌 이제 다 잊어버린 것 같지만 사실 난 더 가치있는 사람이거든. 다른 좋은사람이 생겼냐고? 아니 그건 몰라 근데 지금의 너는 이제 나한텐 아닌 듯. 근데 그것도 참 어려운 말이다. 어렵다. 마음이 접혀진 이상 어느 방향으로든 결정이 나겠지만. 


02 2월, 2017

여행의 기록 (updated)

2010
  • 2월 28일 : 전라북도 군산
  • 6월 19일 - 20일 (2일) : 전라북도 군산, 전주 
  • 10월 2일 - 3일 (2일) : 부산 (사직야구장) 
  • 10월 13일 - 14일 (2일) : 일본 도쿄 

2011
  • 2월 2일 - 6일 (5일) : 일본 도쿄 
  • 7월 23일 - 24일 (2일) : 전라북도 군산, 전주 
  • 9월 8일 - 13일 (6일) : 일본 간사이 (오사카, 고베, 나라, 교토)
  • 10월 28일 - 30일 (3일) : 일본 후쿠오카, 모지코 
  • 12월 15일 - 18일 (4일) : 일본 오사카, 고베 

2012
  • 3월 8일 - 11일 (4일) : 홍콩, 마카오 
  • 5월 25일 - 28일 (4일) : 일본 츄부 (나고야, 구조하치만, 다카야마, 시라가와코) 
  • 6월 21일 - 24일 (4일) : 제주도
  • 8월 4일 - 5일 (2일) : 부산 (사직야구장) 
  • 9월 30일 - 10월 3일 (4일) : 일본 간사이 (오사카, 고베) 

2013
  • 5월 1일 - 5일 (5일) : 일본 오사카, 고베 
  • 9월 19일 - 23일 (5일)  : 일본, 도쿄 
  • 12월 26일 - 31일 (6일) : 일본, 큐슈 (유후인, 히다, 나가사키, 사세보, 후쿠오카) 

2014 
  • 4월 10일 - 13일 (4일) : 일본, 교토 
  • 5월 4일 - 6일 (3일) : 강원도 강릉, 양양(낙산), 속초
  • 6월 4일 - 7일 (4일) : 제주도
  • 9월 7일 - 12일 (6일) : 방콕 
  • 11월 1일 - 2일 (2일) : 전라도 전주 
  • 11월 30일 - 12월 6일 (7일) : 미얀마, 양곤 (출장) 
  • 12월 26일 - 1월 3일 : 일본, 도쿄

2015 
  • 2월 7일 - 9일 (3일) : 제주도 
  • 9월 25일 - 10월 3일 (9일) : 스페인, 바르셀로나 
  • 12월 27일 - 31일 (5일) : 일본, 간사이 (오사카, 아리마, 고베)

2016
  • 2월 7일 - 11일 (5일) : 일본, 도쿄 
  • 2월 26일 - 3월 2일 (6일) : 태국, 방콕 
  • 4월 2일 - 5일 (4일) : 대만, 타이페이
  • 8월 27일 - 9월 4일 (9일) : 일본, 홋카이도
  • 12월 28일 - 1월 1일 (5일) : 중국, 칭다오

2017
  • 1월 25일 - 1월 31일 (7일) : 베트남, 하노이 
  • 2월 17일 - 2월 21일 (5일) : 태국, 파타야 (워크샵) 
  • 4월 29일 - 5월 7일 (9일) : 영국, 런던
  • 9월 29일 - 10월 7일 (9일) : 도쿄 
  • 10월 28일 - 30일 (3일) : 도쿄 

2018
  • 2월 14일 - 18일 (5일) : 도쿄 
  • 3월 1일 - 4일 (4일) : 오사카 
  • 8월 16일 - 19일 (4일) : 요나고, 돗토리 
  • 9월 16일 - 21일 (6일) : 푸켓 (신혼여행) 
  • 11월 23일 - 11월 26일 (4일) : 일본, 가와구치코 (후지산)  

15 1월, 2017

2017년의 어색함

해가 바뀔수록 삶에 익숙해지기는 커녕 점점 알 수 없는 것 같다. 한 살 먹는것도 어색하고. 달리 디벨롭되는 것도 없이 이렇게 살아도 되나 싶고. 그치만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뭔가 바꾸는 것 보단 지금이 최선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작년은 너무나. 정말 너무나 일만 했지만 새삼스럽게도 스스로에 대해 잘 알 수 있었던 한해가 아니었는가 싶다.

아래는 나름 2017년 재정비를 위해 최근 (생각) 하고있는 것들

12월 건강검진 결과를 얼마 전에 받았는데, 30대 중반에 들어서도 나름 대사증후군 따위 없이 건강과 체력관리가 되고 있는 것에는 감사. 하지만 몇 가지 미루뒀던 점검을 위해 연초맞이 병원투어를 약간 했다.

치과 : 제일 마지막 어금니에 아주 옛날에 떼웠던 레진이 떨어진 지 몇 개월이 지났는데, 잘못하면 충치로 발전할까봐 얼른 재 치료함. 작년 12월에 오랜만에 스케일링을 했는데, 매년 12월 스케일링은 빼먹지 않기로 함.

정형외과 : 작년에 잠깐 삐끗한 발목이 거의 다 나았으나 미묘하게 10% 정도가 다 낫질 않고 여전히 아파서 방문. 정말 미묘한데 걸을 땐 아무렇지 않고 스트레칭으로 발을 밀거나 당기면 아픈 게 너무나 신경쓰였다. (내가 뭐 대단한 뭐라도 되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계속 아프면 달리기는 영영 못하는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다행히 의사선생님이 그 부분을 캣치해주셨고, 문제의 그 부위가 만성이 되기 쉬운 부위라고 하셨다. 2주 쯤 약물+주사치료를 받으면 괜찮아질거라고 하셔서 1월 안엔 완벽하게 나을 수 있도록 관리할 예정.

여행은 내년 후년 달력을 들추며 늘 미리부터 예약하는 편인데,

1월 말 설연휴는 하노이를 가기로 했다. 베트남은 처음인데 궁금하다. (그냥 먹다가만 오는 게 아닐지)
5월 초 연휴엔 런던을 가기로 했다. 80만원 초반에 비행기표를 예약해서 매우 럭키.
9월 초엔 제주도를 가기로. 주말을 낀 4박5일 일정이고, 왕복 8만원에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10월 초 추석을 낀 황금연휴는 친구가 시드니를 가자고 했으나, 연휴가 연휴인 만큼 비행기표가 너무나도 비싸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혹시나 해서 이것저것 알아봤는데, 벌써부터 평수기의 2배 이상 가격이 형성되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 이 시즌엔 아무데도 못 가게 될지도.
12월 말엔 도쿄에 가고싶고, 거기서 새해를 맞을 것. 길-게 쉬고싶은데 내 맘대로 되려나 모르겠다.
그 외에 요즘 가고싶은 곳은 벨기에 브뤼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아일랜드. 포르투갈.

운동은 위에 정형외과 치료가 끝난 뒤에. 일단은 올해도 마라톤 10K, 20K 정도는 한 번씩 완주하고 싶다. 옛날 기록까진 아니어도 기록을 당기고 싶은 마음이 있음. 그외에 미션으로 더 나이먹기전에(!) 복싱과 수영을 배우는 건데, 될지 모르겠네. 회사 근처에 스포츠센터가 있으나, 업무와 병행하기가 꽤 힘들다. 하지만 아직은 비수기니까 2월 안에는 어떻게든 스타트를 할 것.

작년부터 다시 꼼꼼한 가계부를 쓰고 있는데, 덕분에 1년간의 소비/재무상태를 적절히 확인할 수 있었다. 올해 가능하면 돈을 아껴야 할텐데, 회사대출을 받을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하여 약간 꾀를 부리고 있는 중..이지만 그것도 결국 족쇄니까. 언제든 그만둘 수 있도록 돈을 모아놔야 할텐데 맘처럼 쉽지가 않네. 올해도 어쨌든 노예 확정인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