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4월, 2017

이상적인 '계속회사생활'의 어려움

첫 회사로부터 이직을 결심했을 즈음, 회사생활과 연애의 유사성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었는데 사실 지금도 비슷하게 생각한다. 이성에게 두루두루 인기가 많은 사람이 된다면 자존감도 올라가고 당연히 좋기야 하겠지만 결국 선택하는 상대는 보통 하나이므로, 자기에게 잘 맞는 상대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실무진 면접은 약간 소개팅 같다. (소개팅 안해봤지만) 소개팅에선 거의 있을 수 없는 일 같은데 5년 전 당시 이직 준비 중일 땐 모 회사에 딱 하나의 지원서를 썼고, 면접을 봤고, 곧바로 그 회사에 합격했다. 정말. 뛸듯이. 기뻤다. 곧바로 당시 팀장을 회의실로 불러서 '잘 들어, 나 여길 그만둘것임' 이라고 말하던 순간의 희열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그렇게 이직한 회사에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그렇게 기쁘게 들어왔던 곳이란 말이지. 

이런 글도 썼었네. 회계학에서의 '계속기업의 가정'(회사가 망한다는 가정하에 경영을 하진 않는다는 것) 처럼, 회사생활과 연애의 경우에도 (당연히 언젠간 끝이 있겠지만) 그만둘 것을 전제로/헤어질 것을 전제로 하진 않는다고. 인용하자면, '계속회사생활' 과 '계속연애' 는 안정적이고 편안하다는 장점이 있으나, 장점은 그 뿐. 그만큼 내가 도태되고 느슨해지고 긴장감이 없어지고. 결국 나를 잃어버리는 상황까지도 오게될 수도 있고. 이상적인 형태로 '계속회사생활' 과 '계속연애' 를 하려면 굉장한 노력이 수반된다는 거. 그러면 또 결과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이 될 수도 있고. 근데 그거 진짜 쉽지 않다고. (5년 전의 나 글 정말 잘 쓴 듯?) 그러니까 5년 전의 나도 알고 있었던 거네. 그렇게 기쁘게 시작했지만 언젠가는 끝이 있다는 걸. 

돌아보면 나를 굉장히 많이 잃어버렸다. 연극과 뮤지컬과 공연을 좋아하던 나, 게임을 좋아하던 나,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던 나, 원피스만 입고 다녔던 나(!!!), 화장을 하고 다녔던 나 - 모두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몸무게도 늘고, 게다가 나이는 나이대로 먹고 말이지. 완전 손해봤다. 연봉은 조금 올랐지만 그 대가가 너무 크다. 현실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아서, 연휴엔 족족 해외여행을 떠났으므로 딱히 돈을 많이 모으지도 못했다. (물론 여행간 걸 후회하는 것은 아니고) 

정말이지 이상적인 '계속회사생활' 은 나 혼자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 일단은 안정적인 부분은 있지만 '어느 순간' 부터 어딘가 도태되는 기분이 들어 괴로움이 커지고 있다. 더 나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이 느슨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게임쇼같은 큰 행사를 끝내고 난 이후에 찾아왔던 번아웃이랑은 좀 다르다. 뒷걸음질을 하는 듯한 느낌, 갈수록 멍청해지는 듯한 감각이 너무 싫었다. 총기를 잃고 기계처럼 일하는 사람들을 여기 저기에서 보면서 두려웠다. 그러니까 조금 있으면 나도 저렇게 멍청해지는건가. 안돼. 절대로 싫어. 뚱뚱해지고 나이도 먹었는데, 돈 조금 번다고 멍청해지기까지 해야 되다니. 이건 뭔가 많이 잘못되었잖아. 난 아직 젊고 건강하다고! (양심에 가책을 느껴 '너무' 는 뺐다.) 

사는 건 누구나 다 힘들고 어렵지. 게다가 업계가 업계다보니, 고개를 돌려봐도 다 죽는 소리뿐이다. 크런치모드니 뭐니 해서 직원을 죽이려고 드는 데가 있질 않나. 진짜 뛰어내려서 죽는 사람이 있질 않나. 여긴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에 자꾸 스스로 타협을 하게 되고. 앞서 말한 연애로 비유를 들면 그래 뭐 성매매하고 바람피고 여자친구 때리고 하는 놈들도 많은데 얘 정도면. 어디가서 나쁜 짓은 하지 않잖아. 이젠 더 이상 나에게 니가 예쁘다고, 사랑한다고 다정하게 말해주지 않지만 뭐, 주말마다 데이트도 하고, 생일엔 선물도 사주니까. 딱히 날 싫어하는 건 아니겠지... 정도의 기분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말하고 보니 진짜 싫네. 그러다가 갑자기 현타가 와서 '내가 지금 여기서 뭘 하고 있는거야!' 라고 정신이 차려지는 순간이 오는 거지, 정신이 똑바로 박힌 사람이라면. 

그러니까 내가 지금 그렇다고.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나에게 지금 이게 무슨 가치가 있지. 

그래서 헤어짐을 마음먹었다면 빨리 실행에 옮길수록 좋은 거겠지. 내가 쭉 고민해봤는데, 이제 너랑 더 이상은 안 되겠어. 넌 이제 다 잊어버린 것 같지만 사실 난 더 가치있는 사람이거든. 다른 좋은사람이 생겼냐고? 아니 그건 몰라 근데 지금의 너는 이제 나한텐 아닌 듯. 근데 그것도 참 어려운 말이다. 어렵다. 마음이 접혀진 이상 어느 방향으로든 결정이 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