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10월, 2017

치유의 과정

이 글의 말미에 적힌 [깊은 한숨]과 관련된 사건은 이후 며칠 혹은 몇 주간 나를 괴롭혔지만 결과적으로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방향으로 정리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은 새 회사에서의 생활도 익숙해지고, 그 사이에 연애도 시작하고! 놀랍게도 안정된 일상을 느끼며, 꽤 행복한 기분이네- 라는 생각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다만 이 [작용]에 대한 [반작용]을 극복하는 것이 현재의 과제가 되었다. 

그간 당연하고 익숙하게 여겨왔던 부분들이 사실은 크게 잘못된 일이 맞고 - 나도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야 있었지만, 스스로를 부정해서는 버티기 어려워서 참아왔던 시간들이 길었음 - 그러면서 그 동안 누적된 마음의 병을 마주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수면장애로 약을 먹기 시작했고, 가끔은 감정조절이 안 되어 당혹스럽고, - 습관적으로 억누르고 참았던 환경에서 그러지 않아도 되는 환경으로 옮겨졌기 때문이 아닐까 - 모두에게 일반적으로 여겨지는 일들이 낯설고 어려울 때가 있어서 조금 힘들다. 그럴 때 마다 최대한 자기객관화를 해보면서, 마인드컨트롤을 하려고 노력중. 아직은 극복의 단계이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 당연하게 여겼지만 참아왔던 잘못된 사례의 예시 - A타입
    • 칼퇴근을 하고, 휴가를 이어서 쓰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는 판단을 하게 만든 '가스라이팅' 
    • 이유가 어디있어? 시키면 그냥 하는거고 너는 머리를 쓰지 마, 라는 직간접적 메시지 
      • 당연히, 너무나 당연하게도 직접적으로 그 메시지를 받은 적도 있음 
    • 그 밖에 직간접적으로 내가 목격한 크게 잘못된 일들 
      •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 인 일이 포함되어 있음
    • 그리고 그게 잘못되었다는 걸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 어쨌거나 위의 그들이 나보다 훨씬 인정받고 잘 산다는 사실 

  • 당연하게 여겼지만 참아왔던 잘못된 사례의 예시 - B타입
    • 나에게서 회사를 빼면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어버림 
    • 내가 회사를 들여다 보았을 때에도 빈 껍데기만 보임 
    • 즐겼던 취미생활 대부분이 멀어졌고, 내 쪽에서도 귀찮아짐  
    • 스스로를 꾸미는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의욕도 없음
    • 새로운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이제 불가능한 일이야, 라는 생각 
    • 새로운 누군가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지, 라는 생각 

정말로 분명하게 기억하는데 최소한 회사생활을 하기 전의 나는 욕을 입밖으로 내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왜냐면 처음으로 입 밖으로 '존나 or 씨발' 이라는 말을 육성으로 내뱉었던 이유, 사건, 장소는 회사였고 그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일은 그 말을 뱉기 전과 후의 나로 갈라놓았다. 이후에도 계속해서 비슷한 일을 겪고, 참고, 감정을 숨기고, 그러다보니 회의실 문을 닫고 나오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욕을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한 때는 연애형인간 아니야? 라는 말을 들을정도로 늘 남자친구가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연애도 하지 않게 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는 일상, 30대 중반에 가까워지는 나이도 이유에 포함되겠지만, 일단 내가 사랑받을만한 사람의 모델에서 멀어지고 있었고, 나도 다시 돌아갈 의지가 별로 없었다. 

나의 변화에 대해 누군가, 무언가를 탓하고 싶진 않았다. 그저 내가 그 정도의 사람이었겠지. 회사생활은 모두 다 힘들대.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많잖아. 뉴스에서 말하는 근로자 평균 소득보다는 높은 내 연봉을 보면서 생각했던 것 같다. 일단 돈을 벌어야 해. 월세를 내야 하고. 지금의 삶을 버티기 위해서는 연휴 때 여행도 가야 하고. 최신형 스마트폰도 사야 해. 

하지만 지금에 와서 갑자기 상황이 바뀌었다. 믿을 수 없게도, 위의 부조리한 사례들은 일단 대체로 개선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도 약간은 더 많이 벌게 되었다.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럼 그 동안의 나는 뭐였지. 왜 참았지. 스톡홀름 신드롬 비슷한 거였나. 어쨌든 그 사실 때문에 다시 화가 났던 것 같다. 내가 겪은 일보다 별일 아닌 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볼 때도 가끔은 나도 모르게 삐딱해졌다. 특히 이 부분은 지금도 굉장히 위험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초에 올해는 꼭 배워야지, 마음을 먹다가 도무지 주 2회 주기적으로 시간을 낼 수 없어서 늘 포기했던 수영 강습과, 그 사실을 얘기했을 때 '당연히 그런걸 배우는 걸 일과 병행하는 건 힘들지'라는 시선을 보내던 사람들 - 을 떠나, 스포츠센터에 회원가입을 하고 나오는 길에도. 아 이거, 이렇게 쉬운거였는데. 그 동안의 나는 뭐였지, 하고 조금 다시 화가 났다. 

[과거는 돌이킬 수 없고, 문제가 되던 부분이 지금은 대부분 픽스되었다.] 그건 아주 좋은 일이고. 잘못된 것들을 정상적인 것에 갖다대어서 비교하고 화를 내선 안된다고 생각하고.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감정을 달래고. 사과한다. 이것은 현재, 치유의 과정에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생각.

어제보다 오늘 조금 나아진 것 처럼, 부정적인 것들이 조금씩 희석되어가겠지. 언젠가는 좀 더 맑은 마음으로 약 없이도 잠에 잘 들 수 있겠지, 라고 믿는다. 나도 '일상'을 누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임을 어색해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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