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11월, 2017

2017 손기정 하프마라톤 (21.0975km) 완주

2015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 풀코스 참여 이후 마라톤 후기는 처음 쓴다. 그간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 기준에서 기록할만한 or 딱히 맘에드는 기록이 아니었기 때문인 것 같음. 최근 이직 이후에 여유가 생기면서 운동도 시작하고, 피지컬도 약간 괜찮아지고 있는 추세라, 별로 열심히 트레이닝 한 것도 아닌데 5km 정도는 루틴한 조깅으로 뛸 수 있는 컨디션이 되었다. 기록은 6분 초중반대이긴 했지만. 그래도 오랜만에 뛴 하프마라톤이 꽤 가뿐한 느낌이라 기록해 봄.


잠실종합운동장에서 강동대교를 찍고 오는 심플한 코스
다만 반환점 인근의 오르막길이 어마어마하다.



출발할 때의 기온이 약 영하 6도. 
내가 달린 날씨 중 가장 추운 날이 아니었을까.



저 비닐이 방한에 꽤 도움이 되었다. 
중간에 더워지면 찢어 버리면 됨 (...)



하프코스가 가장 마지막 출발 (08:50) 



아 끝나간다, 할만하네- 정도의 기분이었던 20km 구간.
하프를 달리기 적당한 구간으로 인식하게 되다니, 성장했다;;



종료 후 메달. 공식 기록은 02:29:00.76


중간에 나이키+앱이 꺼져서 좀 짜증났었는데,
이번이 달리기하다가 강제종료 된 게 두 번째라 대체 왜 이러는지 알아보는 중. 
그래서 나이키+에는 하프마라톤이 기록되지 못했고, 기록도 두 개로 나눠서 올라갔다

게다가 이어폰이 말썽을 부려서, 오디오가이드도 음악도 듣지 못했는데,
이어폰 케이블을 케어할 정신도 없어서 처음으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애타게 찾게 되었다.
12월 말에 에어팟을 받기로 했으니 다음 대회 때는 좀 더 쾌적하게 달릴 수 있겠지.




[구간 별 기록은 공식 기록사이트에 올라오면 추가 예정] 

1-2km : 초반이라 사람들이 많이 뭉쳐있었고, 워밍업을 따로 못해서, 워밍업 느낌으로 7분 페이스 정도를 지키는 느낌으로 천천히 달렸다. 이 정도로 끝까지만 가도 괜찮지 뭐, 정도의 느낌.

3-9km : 6:30 정도의 페이스를 지키고자 했고, 평균속력 6:45 정도로 오디오가이드를 체크하며 달렸다. 중간중간 오르막길이 나타나면 조금씩 늦춰졌던 것 같다. 

10-11km (10km - 1:07:37 / 반환점 - 01:11:21.26) : 업힐+반환점 구간. 3단 언덕이 있어서 아이유고개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 마지막 오르막이 진짜 죽음이었고 거의 뛸 수가 없었다. 9km정도까지 거의 안 쉬고 뛰었는데 업힐이 나를 막았고, 아무리 가도 반환점이 보이지 않아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음. 제일 힘들었던 구간. 

12-18km : 고개도 넘고 반환점도 돌았는데, 나이키 앱은 오류로 종료되고, 이어폰도 고장난 것 같고. 어쩐지 외로운 기분으로 무념무상+팔다리 자동모드가 되어 달렸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잠실운동장이 보여서 반가운 마음이 증폭. 그것만 보고 달렸지만 아무리 달려도 다가오지 않는 잠실운동장. 나중에 페이스를 확인해보니 7분 초반중반대를 왔다갔다 하고 있었는데, 오디오가이드가 살아있었으면 좀 덜 들쭉날쭉이 아니었을까. 괜히 기계를 탓해본다. 

19-21.0975km (+01:17:39:50 / 종료 - 02:29:00.76) : 사실 그렇게 죽도록 힘들지 않았는데, 그래서 오히려 다 왔다는 느낌에 게으름을 부렸던 구간. 그래도 대놓고 걷지는 말자, 라고 생각은 했다. 다음엔 좀 더 최선을 다해보자고 생각함. 어쨌거나 결승점 들어올 때 죽을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을 보니 확실히 성장했다.  


다음 대회는 2018년 1월 28일 월드런 (하프). 그 때까지 또 기록단축을 목표로 연습할 계획이다. 그 땐 그래도 조금 덜 추웠으면 좋겠다. 영하의 날씨는 아니었으면 (...) 


08 11월, 2017

close the world

담당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고, (내가 담당하기 전의 일이지만) 아주 안 좋은 방향으로 역대급 이슈도 됐었고,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유명해져버린 프로젝트를 담당한 일이 있다. 트위터에서의 이슈가 가장 컸고, 그 과정에서 트위터 계정을 차마 버릴 수 없었던 나는 플텍을 걸었다. 종종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프로젝트] 라고 말하곤 했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프로젝트] 라는 표현 만으로도 그게 뭔지 눈치 챈 사람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 프로젝트를 X라고 칭하겠다.

이제서야 겨우 고백하자면, 사실 난 X를 런칭하기 전부터 좋아했다. 한국 온라인게임으로서 설정이나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고, 다른 어떤 게임과 비슷하다고 말하기 힘든 유니크함이 있어서. (캐릭터 디자인은 비교당하는 게임이 있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스토리라서. 혹은 담당하던 시기에 애니메이션 혹은 애니메이션과 가까운 영상 작업을 주로 많이 진행했어서, 캐릭터들과 정이 들어버려서인지도 모르겠다. 요즘도 때때로 게임 속 그들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름 플레이를 재미있게 즐기기도 했다. X는 대단하거나 완벽한 게임이라고 하기엔 어렵다. 화제가 되었을지언정, 게임으로서 아주 큰 사랑을 받아본 일도 없다. 누군가에겐 오히려 질색하게 되는 카테고리에 속한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나쁜 쪽으로 아주 유명해졌던 일 때문에, 이제 난 '이 사실 X를 좋아했었어' 라는 말도 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의 좋아한다는 감정은 그런 것 같다. 어쨌든 뭐, 너를 둘러싼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난 너를 좋아해. 좋아했었어. 떠나온 지금도 가끔 보고싶고 그래. 

어제는 나의 새 프로젝트가 미디어에 처음 공개되었다. 트레일러 영상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얼떨떨했다. 회식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잠들었는데, 새벽에 깨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아이러니하게도 그 프로젝트와 모든 면에서 정 반대편에 있는 것 같은 X와, X를 담당하던 시기에 작업했던 영상들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아래의 영상은 좋지 않은 여건속에서 개발 쪽 A님과 최선을 다해 만들던 시리즈 프로젝트였다. 그럭저럭 오프닝을 공개할 수 있는 퀄리티가 되었을 때 많이 기뻤다. 그 이후의 상황은 말할 수 없다. 이제 내 손을 떠난 일이기도 하고. (개발 쪽 담당자분도 내가 퇴사한지 얼마 안 되어 개발사를 퇴사하셨다. (...))


막 그렇게 뛰어나게 잘 만든 것도 아니고 사실 아직도 어설픈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나도 모르겠다. 어제도 잠깐 그리워져서 몇 번 돌려봤었다. 확실히 감성의 영역이다. 누군가에게는 팬심의 영역일 것과 비슷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