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11월, 2017

close the world

담당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고, (내가 담당하기 전의 일이지만) 아주 안 좋은 방향으로 역대급 이슈도 됐었고, 그래서 필요 이상으로 유명해져버린 프로젝트를 담당한 일이 있다. 트위터에서의 이슈가 가장 컸고, 그 과정에서 트위터 계정을 차마 버릴 수 없었던 나는 플텍을 걸었다. 종종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프로젝트] 라고 말하곤 했다. [이름을 말할 수 없는 그 프로젝트] 라는 표현 만으로도 그게 뭔지 눈치 챈 사람이 있는 것 같았지만. 그 프로젝트를 X라고 칭하겠다.

이제서야 겨우 고백하자면, 사실 난 X를 런칭하기 전부터 좋아했다. 한국 온라인게임으로서 설정이나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고, 다른 어떤 게임과 비슷하다고 말하기 힘든 유니크함이 있어서. (캐릭터 디자인은 비교당하는 게임이 있긴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스토리라서. 혹은 담당하던 시기에 애니메이션 혹은 애니메이션과 가까운 영상 작업을 주로 많이 진행했어서, 캐릭터들과 정이 들어버려서인지도 모르겠다. 요즘도 때때로 게임 속 그들이 보고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름 플레이를 재미있게 즐기기도 했다. X는 대단하거나 완벽한 게임이라고 하기엔 어렵다. 화제가 되었을지언정, 게임으로서 아주 큰 사랑을 받아본 일도 없다. 누군가에겐 오히려 질색하게 되는 카테고리에 속한다. 앞서 언급한 것 처럼 나쁜 쪽으로 아주 유명해졌던 일 때문에, 이제 난 '이 사실 X를 좋아했었어' 라는 말도 하기 어렵다. 

하지만 나의 좋아한다는 감정은 그런 것 같다. 어쨌든 뭐, 너를 둘러싼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건 그거고 난 너를 좋아해. 좋아했었어. 떠나온 지금도 가끔 보고싶고 그래. 

어제는 나의 새 프로젝트가 미디어에 처음 공개되었다. 트레일러 영상의 반응이 생각보다 좋아서 얼떨떨했다. 회식을 하고 집에 돌아와 잠들었는데, 새벽에 깨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아이러니하게도 그 프로젝트와 모든 면에서 정 반대편에 있는 것 같은 X와, X를 담당하던 시기에 작업했던 영상들이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아래의 영상은 좋지 않은 여건속에서 개발 쪽 A님과 최선을 다해 만들던 시리즈 프로젝트였다. 그럭저럭 오프닝을 공개할 수 있는 퀄리티가 되었을 때 많이 기뻤다. 그 이후의 상황은 말할 수 없다. 이제 내 손을 떠난 일이기도 하고. (개발 쪽 담당자분도 내가 퇴사한지 얼마 안 되어 개발사를 퇴사하셨다. (...))


막 그렇게 뛰어나게 잘 만든 것도 아니고 사실 아직도 어설픈 부분들이 눈에 띄지만. 나도 모르겠다. 어제도 잠깐 그리워져서 몇 번 돌려봤었다. 확실히 감성의 영역이다. 누군가에게는 팬심의 영역일 것과 비슷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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